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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가축화
두 번째 가축화
Second Domestication
Zhuge Hyuk
2026

차례

프롤로그 — 한 마리의 개
1부 · 길들여진 것들
1장 — 여우가 꼬리를 흔들 때까지
2장 — 우리 얼굴에 남은 것
3장 — 울타리를 세우는 자들
2부 · 손이 옮겨 가는 동안
4장 — 문서에서 코드로
5장 — 오늘의 여우 농장
6장 — 거절할 수 없는 조언
3부 · 손이 바뀐 뒤
7장 — 두 번째 가축화
8장 — 문이 잠겨 있지 않다면
9장 — 다음 세대의 자리
4부 · 인간 없는 뒤
10장 — 마지막 정비사
11장 — 침묵은 무엇의 증거인가
12장 — 울타리 안의 울타리
결론 · 끝을 가르는 조건
결론 — 끝을 가르는 조건
부록 · 전제·수치·출처
부록 A — 전제와 검증 항목
부록 B — 수치와 표현의 해석
부록 C — 근거와 참고자료
프롤로그

한 마리의 개

개가 얌전해졌다면, 바뀐 것은 개일까.

한 장면을 가정해 보자.1 낯선 손이 다가오자 개가 이빨을 드러낸다. 사람이 물러선다. 다른 때에는 개가 앉고, 문이 열린다. 먹이가 오는 때와 문이 열리는 때가 달라지고, 개의 행동도 달라진다. 훈련사는 개를 때리지도, 달래지도 않는다. 그가 바꾸는 것은 개가 사는 조건이다 — 언제 먹이가 오는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어떤 행동 뒤에 문이 열리고 어떤 행동 뒤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지. 우리는 마지막 모습을 보고 말한다. 이제 말을 잘 듣는다고.

그러나 마지막 모습만으로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 수 없다.

개가 달라진 것인가, 개 앞에 놓인 선택지가 달라진 것인가?

여우를 온순하게 만들려던 한 실험에서는, 정작 여우를 훈련하지 않았다.

주

  1. 1이 장면의 착상은 반려견 행동을 다루는 「개와 늑대의 시간 2」 16회 관련 영상에서 왔다. 영상의 장면과 발언은 검증하지 않았고, 이 책은 특정 개체의 성향이나 훈련 결과를 논증의 증거로 쓰지 않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TlFBpEYUpkQ↩
1부
길들여진 것들
여우와 인간과 밀밭 — 울타리는 어떻게 세워졌는가.
1장

여우가 꼬리를 흔들 때까지

1959년, 노보시비르스크

1959년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시작된 실험에는 은여우 수컷 30마리와 암컷 100마리가 있었다.1 연구진은 사람에게 보이는 반응을 기준으로 다음 세대의 부모를 골랐다. 털빛도, 귀 모양도 선택 기준이 아니었다. 기준은 하나, 온순함. "처음부터 벨랴예프는 온순함, 오직 온순함만으로 여우를 골랐고, 우리는 그 기준을 철저히 지켰다."2 그리고 훈련은 없었다. "온순함이 유전적 선택의 결과임을 확실히 하기 위해, 우리는 여우를 훈련하지 않는다."3 생후 한 달부터 매달 사람이 손을 내밀어 반응을 보고, 7~8개월에 등급을 매긴다. 근년에는 번식이 허용되는 것이 보통 수컷 자손의 4~5퍼센트, 암컷 자손의 약 20퍼센트뿐이다.4

프롤로그의 개와 이 여우들은 다른 과정을 겪는다. 개는 한 마리가 살아가는 동안 행동을 바꿨고, 여우는 어느 한 마리도 바뀌지 않았다 — 바뀐 것은 다음 세대에 누가 남는가였다. 여우는 결심한 적이 없다. 여우가 한 일은 손이 다가올 때 물거나, 피하거나, 가만히 있거나, 다가가는 것뿐이었다. 결정한 것은 손이었다.

그 손의 주인, 드미트리 벨랴예프(Dmitry Belyaev)는 유전학을 믿었다는 이유로 직장을 잃은 사람이었다. 1948년, 리센코의 반다윈 이데올로기가 소련 생물학을 덮쳤을 때 그는 모스크바 중앙모피동물연구소의 모피동물육종부장이었고, 정통 유전학을 버리지 않은 대가로 그 자리를 잃었다.5 그의 형 니콜라이는 같은 시대에 살해당했다.6 벨랴예프는 1950년대에 "동물생리학 연구"라는 이름표 아래 유전학을 계속했고, 시베리아의 세포학·유전학연구소에서 이 실험을 열었다.7

여섯 세대

6세대째에 연구진은 등급표를 고쳐야 했다. 기존 최고 등급을 넘어서는 여우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 사람을 보면 낑낑거리며 다가오고, 손을 핥는 여우. "온순함으로 번식한 6세대에서 우리는 더 높은 점수의 범주를 추가해야 했다."8 10세대에 그런 '엘리트'는 새끼의 18퍼센트였고, 20세대에 35퍼센트, 40년이 지난 1999년에는 70~80퍼센트였다.9

그리고 아무도 고르지 않은 것들이 따라왔다. "우리 여우에서 새로운 형질은 8~10번째 선택 세대에 나타나기 시작했다."10 얼굴의 흰 별 무늬. 그 다음 "몇몇 개 품종과 비슷한 늘어진 귀와 말린 꼬리."11 15~20세대 뒤에는 짧은 꼬리와 다리, 부정교합.12 혈중 스트레스 호르몬 기저치는 12세대에 떨어졌고, "28~30세대의 선택 뒤에 그 수치는 다시 절반이 되었다."13 1999년까지 40년, 4만 5천 마리.

여기서 멈추고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아무도 늘어진 귀를 고르지 않았다. 아무도 흰 무늬를 고르지 않았다. 선택은 한 가지 행동에만 걸렸는데 몸 전체가 따라 바뀌었다. 아무도 그것을 고르지 않았다.14 이 실험에는 반론도 있다. 2020년 한 그룹은 농장 여우의 더 먼 기원이 캐나다 동부임을 추적하며 실험의 결론과 가축화 증후군의 보편성이 "과장되었다"고 썼고, 트루트 쪽의 응답이 같은 저널에 실렸다.15 논쟁이 남긴 것을 좁게 적으면 이렇다. 온순함을 기준으로 고른 집단에서, 선택 기준에 없던 형질 변화도 보고됐다.

1차 대전 직전, 본 교외의 채석장

여우 실험이 40년 동안 압축해 보여준 일을, 늑대와 인간은 만 년 단위의 시간에 걸쳐 했다. 어디서, 언제, 몇 번인지는 아직 모른다. "개의 지리적·시간적 기원은 여전히 논쟁적이다."16 2016년 한 논문은 동서 유라시아에서 개가 "서로 다른 늑대 집단에서 독립적으로 가축화되었을 수 있다"고 했고,17 2020년 27개체의 고대 개 유전체를 읽은 논문은 "모든 개는 현생 늑대와 구별되는 공통 조상을 공유"하며 1만 1천 년 전까지 최소 다섯 계통이 갈라져 있었다고 했다 — 단일 기원과 부합하지만 근연 늑대 복수 집단의 시나리오도 남고, "우리가 보기에 개의 지리적 기원은 여전히 미상이다."18 이 책은 어느 쪽도 고르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한 무덤이다. 1차 세계대전 직전, 독일 본 교외의 현무암 채석장에서 발견된 뼈. 약 40세 남성과 약 25세 여성, 부장품, 그리고 개 한 마리 — 약 1만 4천 년 전.19 2018년 재검토는 이 무덤에서 두 번째 개의 어금니를 찾아냈고, 그래서 이것은 "알려진 가장 오래된 개 매장일 뿐 아니라, 두 마리의 개가 함께 묻힌 유일한 사례"가 되었다.20

첫 번째 개는 27~28주령의 어린 개였고, 병들어 있었다. 구강의 병변은 개 홍역을 가리켰다 — 저자들의 추정으로는. 19주, 21주, 23주 — 세 번의 발병으로 읽히는 줄이 이빨의 에나멜에 남았다.21 개 홍역은 치명률이 매우 높고 약 3주에 걸쳐 진행된다. "집중적인 인간의 도움 없이 생존했을 가능성은 낮다." 그리고 저자들이 덧붙인 문장: "이 기간 전과 도중에 이 개는 인간에게 어떤 실용적 쓸모도 가질 수 없었다."22 아픈 개를 살린 것은 쓸모가 아니었다. 저자들은 그것을 연민이나 공감으로 추정했다.23

인간 곁이라는 환경이 어떤 개체를 살리려 했는가. 이 무덤에서 돌봄은 쓸모가 아닌 기준으로 배분됐다.

쓰레기장

늑대가 인간 곁으로 온 경로에 대해 가장 널리 퍼진 가설은, 인간이 늑대를 데려온 것이 아니라 늑대가 인간의 쓰레기로 왔다는 것이다. 레이먼드 코핑거(Raymond Coppinger)와 로나 코핑거(Lorna Coppinger)의 2001년 책의 요지는 — 출판사 소개문의 표현으로 — 개가 "늑대에서 직접 진화한 것도, 초기 인간이 훈련한 것도 아니며", 중석기 마을의 쓰레기 더미라는 새 생태적 틈새를 이용하려 "스스로를 가축화했다"는 것이다.24 이 가설의 논리는 이렇다. 사람이 가까이 와도 도망치지 않는 개체가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남는다. 이 가설에는 개의 사회 기술이 늑대 조상에게서 상속됐다는 대립 가설이 있다.25 어느 쪽이 맞든 뼈대 하나는 남는다. 인간은 개를 고르려 한 적이 없어도, 쓰레기장을 만든 순간 선택환경을 정했다. 환경의 설계자는 의도 없이도 선택자가 된다.

생후 8주의 실험

그 환경이 고른 것이 무엇인지는 2021년의 실험이 보여준다. 리트리버 강아지 44마리와 늑대 새끼 37마리, 생후 5~18주.26 조건은 상식과 반대로 설계됐다. 늑대 새끼는 생후 10~11일부터 하루 12시간 또는 24시간 사람이 손으로 먹이고 함께 잤다. 강아지는 "훨씬 적은" 인간 접촉만 받았다.27 그런데 사람이 손가락으로 먹이가 숨겨진 컵을 가리키자, 개별 수준에서 우연 이상으로 맞힌 것은 강아지 31마리 중 17마리, 늑대 새끼 26마리 중 0마리였다.28 강아지는 첫 시행부터 맞혔다. 시행 중 학습의 증거는 없었다. 기억이나 억제 같은 비사회적 과제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저자들의 결론은 유보형이다. "이 결과는 가축화가 개의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을 강화했다는 생각과 일치한다."29 늑대 집단도 가리키기에서 우연 이상이었으므로 능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표본이 보조견 목적으로 번식된 리트리버 한 계통이라는 한계도 이 책이 붙여 둔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 인간 곁이라는 환경이 고른 것은 인간에 대한 친화였고, 그 하나를 고르자 인간을 읽는 능력이 따라왔다 — 저자들은 그렇게 본다. 여우의 늘어진 귀와 같은 구조다. 선택환경이 바뀌면 유능함의 정의가 바뀐다.

눈썹

마지막으로 근육 하나. 개의 눈 안쪽 위에는 눈썹을 세게 끌어올리는 작은 근육이 있다 — 안쪽눈썹올림근(levator anguli oculi medialis). 2019년 해부 비교에서 이 근육은 개 6마리 중 5마리에서 독립된 근육으로 확인됐고, 회색늑대 4마리에서는 "독립된 근육으로는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대신 작은 힘줄로 나타났다."30 행동 관찰에서 낯선 사람을 2분간 마주한 개 27마리는 늑대 9마리보다 이 움직임을 더 자주, 더 세게 했고, 최고 강도는 개만 만들어냈다.31

이 움직임은 눈을 크게 보이게 하고, 인간의 슬픈 표정과 닮았다. 이 표정을 자주 짓는 개가 보호소에서 더 빨리 입양된다는 선행 연구를 카민스키 등은 인용한다.32 저자들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인간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 특성을 선호했고 따라서 선택했다."33 그리고 열린 질문도 남겼다 — 온순함만 골라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인가, 여우처럼.34

손

여우 농장에서 손은 사람의 손이었다. 쓰레기장에서 손은 없었고 쓰레기가 있었다. 본의 무덤에서 손은 아픈 개에게 먹이를 준 손이었다. 실험실에서 손은 컵을 가리켰고, 보호소에서 손은 눈썹을 올리는 개를 골랐다. 어느 경우에도 개는 결심하지 않았다. 환경이 보상과 비용을 정했고, 환경이 골랐고, 골라진 것이 다음 환경을 만났다.

여우를 고른 손은 보였다. 그렇다면 인간을 고른 손은 어디에 있었을까.

주

  1. 1같은 논문 p. 163: "He began with 30 male foxes and 100 vixens, most of them from a commercial fur farm in Estonia." 이 농장 여우의 더 먼 기원(캐나다 동부)을 지적한 것이 Lord et al. (2020)이다.↩
  2. 2같은 논문 p. 163: "From the outset, Belyaev selected foxes for tameness and tameness alone, a criterion we have scrupulously followed."↩
  3. 3같은 논문 p. 163: "To ensure that their tameness results from genetic selection, we do not train the foxes."↩
  4. 4같은 논문 p. 163: "typically not more than 4 or 5 percent of male offspring and about 20 percent of female offspring have been allowed to breed". Dugatkin (2020)은 "tamest ten percent of males and females"로 요약해 두 자료의 수치가 다르다 — 이 책은 1차 논문을 따른다.↩
  5. 5Trut, L. N. (1999). Early Canid Domestication: The Farm-Fox Experiment. American Scientist, 87(2), 160–169. DOI: 10.1511/1999.2.160, p. 161: "In 1948 his commitment to orthodox genetics had cost him his job as head of the Department of Fur Animal Breeding". 열람본은 워싱턴대 강의 미러의 스캔이며 공식 페이지는 접속 불가였다. https://courses.washington.edu/anmind/Trut%20on%20the%20Russian%20fox%20expt%20-%20Amer%20Sci%201999.pdf↩
  6. 6Dugatkin, L. A., & Trut, L. (2017). How to Tame a Fox (and Build a Dog). University of Chicago Press. 저자 명의의 Slate 발췌(2017-06-02): "a few, including fox experiment leader Dmitry Belyaev's older brother, Nikolai, were murdered by Lysenko's thugs." 사망 연도(2차 자료는 1937년)와 경위는 이 책이 1차 문서로 대조하지 않았다. https://slate.com/technology/2017/06/how-khrushchevs-daughter-saved-the-fox-dogs-of-siberia.html↩
  7. 7Trut (1999) p. 161: "Belyaev began his experiment in 1959, a time when Soviet genetics was starting to recover from the anti-Darwinian ideology of Trofim Lysenko." 벨랴예프는 1959년부터 1985년 사망까지 연구소장이었다(같은 쪽).↩
  8. 8같은 논문 p. 163: "In the sixth generation bred for tameness we had to add an even higher-scoring category."↩
  9. 9같은 논문 p. 163: "By the tenth generation, 18 percent of fox pups were elite; by the 20th, the figure had reached 35 percent." / "Today elite foxes make up 70 to 80 percent of our experimentally selected population." 40년·45,000마리·30–35세대는 같은 논문 pp. 163–164.↩
  10. 10같은 논문 p. 164: "In our foxes, novel traits began to appear in the eighth to tenth selected generations."↩
  11. 11같은 논문 p. 164: "Next came traits such as floppy ears and rolled tails similar to those in some breeds of dog."↩
  12. 12같은 논문 p. 164: "After 15 to 20 generations we noted the appearance of foxes with shorter tails and legs and with underbites or overbites."↩
  13. 13같은 논문 p. 166: "After 28 to 30 generations of selection, the level had halved again." (혈장 코르티코스테로이드 기저치.)↩
  14. 14이 형질 묶음에 훗날 붙은 이름이 '가축화 증후군'이다 — Dugatkin, L. A. (2020). Jump-Starting Evolution. Cerebrum, cer-03-20: "today this suite of traits is known as the domestication syndrome." Trut (1999)의 열람 텍스트에는 이 어구가 없다. 왜 하나를 고르면 전부 바뀌는가에 대한 기전 가설(신경능선)은 Wilkins, Wrangham & Fitch (2014).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7192337/↩
  15. 15Lord, K. A., Larson, G., Coppinger, R. P., & Karlsson, E. K. (2020). The History of Farm Foxes Undermines the Animal Domestication Syndrome. Trends in Ecology & Evolution, 35(2), 125–136. DOI: 10.1016/j.tree.2019.10.011. 초록: "Our results suggest that both the conclusions of the Farm-Fox Experiment and the ubiquity of domestication syndrome have been overstated." 반론: Trut, Kharlamova & Herbeck (2020). Belyaev's and PEI's Foxes: A Far Cry. TREE, 35(8), 649–651 [서지만 확인].↩
  16. 16Frantz, L. A. F. et al. (2016). Genomic and archaeological evidence suggest a dual origin of domestic dogs. Science, 352(6290), 1228–1231. DOI: 10.1126/science.aaf3161. 초록: "The geographic and temporal origins of dogs remain controversial." (초록만 대조.)↩
  17. 17같은 논문 초록: "dogs may have been domesticated independently in Eastern and Western Eurasia from distinct wolf populations".↩
  18. 18Bergström, A. et al. (2020). Origins and genetic legacy of prehistoric dogs. Science, 370(6516), 557–564. DOI: 10.1126/science.aba9572. 초록: "all dogs share a common ancestry distinct from present-day wolves" / "By 11,000 years ago, at least five major ancestry lineages had diversified". 본문: "consistent with a single origin for dogs, though a scenario involving multiple closely related wolf populations remains possible" / "However, in our view, the geographical origin of dogs remains unknown."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7116352/↩
  19. 19Janssens, L., Giemsch, L., Schmitz, R., Street, M., Van Dongen, S., & Crombé, P. (2018). A new look at an old dog: Bonn-Oberkassel reconsidered.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92, 126–138. DOI: 10.1016/j.jas.2018.01.004. 초록: "The Bonn-Oberkassel dog remains (Upper Pleistocene and 14223 ± 58 years old) have been reported more than 100 years ago." 함께 묻힌 사람은 §3: "a ±40 year old man and a ±25 year old parous woman." 논문의 Table 3는 보정 연대를 2σ 12,290–12,050 cal BC로 제시하며, 논문은 발견 시점을 '1차 대전 직전(on the eve of the First World War)'으로만 적는다 — 1914년은 통용 연도이지 논문의 표기가 아니다. https://biblio.ugent.be/publication/8550758/file/8550759.pdf↩
  20. 20같은 논문 초록: "making this domestic dog burial not only the oldest known, but also the only one with remains of two dogs."↩
  21. 21같은 논문 초록: "The Bonn-Oberkassel dog was a late juvenile when it was buried at approximately age 27–28 weeks" / "Oral cavity lesions indicate a gravely ill dog that likely suffered a morbillivirus (canine distemper) infection." 발병 시점 19·21·23주는 §4.↩
  22. 22같은 논문 초록: "Survival without intensive human assistance would have been unlikely." / "Before and during this period, the dog cannot have held any utilitarian use to humans."↩
  23. 23같은 논문 §4: "we hypothesize further that the inferred supportive care probably was due to compassion or empathy".↩
  24. 24Coppinger, R., & Coppinger, L. (2001). Dogs: A New Understanding of Canine Origin, Behavior and Evolution. Scribner (University of Chicago Press 페이퍼백 2002). 출판사 소개문: "dogs did not evolve directly from wolves, nor were they trained by early humans" / "they domesticated themselves to exploit a new ecological niche: Mesolithic village dumps." 책 본문(1부 "The Evolution of the Basic Dog: Commensalism")은 이 책이 직접 대조하지 않았으므로 본문 문장을 인용하지 않는다. https://press.uchicago.edu/ucp/books/book/chicago/D/bo3644841.html↩
  25. 25대립 가설(Canid Ancestry Hypothesis)의 명명은 Salomons et al. (2021) 서론: "The Canid Ancestry Hypothesis (CAH) provides an alternative to the DH and suggests instead that dogs inherited their interspecific communicative abilities". 쓰레기장 가설의 증거 부족을 지적한 2018년 비판 논문은 서지를 확인하지 못해 인용하지 않는다.↩
  26. 26Salomons, H. et al. (2021). Cooperative Communication with Humans Evolved to Emerge Early in Domestic Dogs. Current Biology, 31(14), 3137–3144.e11. DOI: 10.1016/j.cub.2021.06.051. 초록: "Here, we compare dog (n = 44) and wolf (n = 37) puppies, 5-18 weeks old, on a battery of temperament and cognition tasks." 개는 전부 보조견 목적으로 번식된 리트리버, 늑대의 94%는 사육 1–2세대.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8610089/↩
  27. 27같은 논문 본문: "Wolf puppies remained with littermates but received 12-hour (24%) or 24-hour (76%) human care from 10-11 days after birth." / "In comparison, the dog puppies received far less contact with humans."↩
  28. 28같은 논문 본문: "As individuals, 17/31 dog puppies and 0/26 wolf puppies performed above chance" / "The wolf puppies as a group performed above chance for the pointing gesture (p =.011) but not the marker gesture". 집단 정답률은 가리키기 개 77.99% vs 늑대 62.08%.↩
  29. 29같은 논문 초록: "These results are consistent with the idea that domestication enhanced the cooperative-communicative abilities of dogs as selection for attraction to humans altered social maturation." 결론: "This initial evolution may have led to a second wave of selection directly acting on individual differences in cooperative communication".↩
  30. 30Kaminski, J., Waller, B. M., Diogo, R., Hartstone-Rose, A., & Burrows, A. M. (2019). Evolution of facial muscle anatomy in dogs. PNAS, 116(29), 14677–14681. DOI: 10.1073/pnas.1820653116. 해부 표본 "gray wolves (Canis lupus, n = 4) and domestic dogs (Canis familiaris, n = 6)"; Table 1: "This muscle was never present in the gray wolf as a separate muscle but instead appeared as a small tendon" / 개에서는 "consistently present as an independent muscle in all specimens except for one, a Siberian husky, where it could not be located." 초록의 "uniformly present in dogs"보다 표가 정확해 본문은 "6마리 중 5마리"로 적었다.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6642381/↩
  31. 31같은 논문: 행동 표본 "wolves (C. lupus, n = 9) and domestic dogs (C. familiaris, n = 27)" (개 27마리 중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20); 초록: "with highest-intensity movements produced exclusively by dogs".↩
  32. 32Waller, B. M. et al. (2013). Paedomorphic facial expressions give dogs a selective advantage. PLoS One, 8, e82686 — Kaminski et al. (2019)의 재인용(ref. 17)으로만 확인했고 이 책이 원문을 대조하지 않았다.↩
  33. 33Kaminski et al. (2019) Discussion: "Humans then consciously or unconsciously favored and therefore selected for those characteristics"; 초록: "We hypothesize that dogs with expressive eyebrows had a selection advantage and that 'puppy dog eyes' are the result of selection based on humans' preferences." 초록의 시간 표현 "in only 33,000 y"는 이 논문이 자체 인용한 가축화 시점이며 1장의 다른 자료(14,223년 매장·11,000년 전 다섯 계통)와 시간 프레임이 다르다.↩
  34. 34같은 논문 Discussion: "One highly relevant question in this regard would be whether selection for tameness alone might create the same scenario."↩
  35. 35다윈이 가축 공통 형질을 지적했다는 것은 Trut (1999) p. 162 및 Wilkins, Wrangham & Fitch (2014)의 서술("Darwin's 'domestication syndrome'")을 따른 것이며, 『종의 기원』 1장 원문은 이 책이 대조하지 않았다.↩
2장

우리 얼굴에 남은 것

1795년, 괴팅겐

1795년 괴팅겐에서 요한 프리드리히 블루멘바흐(Johann Friedrich Blumenbach)는 인간이 다른 어떤 동물보다 더 가축화되었다고 썼다. 76년 뒤 찰스 다윈은 그 문장을 인용하고 오류라고 판정했다. 쟁점은 인간이 온순한가가 아니었다. 인간의 번식을 누가 통제했느냐였다.

블루멘바흐의 문장은 인간을 분류하는 책의 결론부에 적힌 주의 사항이었다. 인간은 잡식이고 모든 기후에 살며, "다른 어떤 동물보다 훨씬 더 가축화되어 있고 자신의 시작점에서 훨씬 더 멀리 와 있다."1 그에게 이 말은 칭찬도 비난도 아니었다. 인간이 이토록 다양한 이유 — 기후와 식이와 생활양식이 다른 어떤 종보다 오래, 강하게 인간에게 작용했다는 설명이었다. 십여 년 뒤의 1806년판에서는 한 걸음 더 나갔다. 인간은 야생 원형이 없는 동물, "자연이 처음부터 가축으로 만든 동물"이다.2

『인간의 유래』 1권 4장. 다윈은 블루멘바흐를 각주로 인용한 뒤 이렇게 썼다. "그럼에도 인간을 … 다른 어떤 동물보다 '훨씬 더 가축화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오류다." 다윈은 근거를 둘 댔다 — 생활조건의 다양성은 광역 분포 종보다 크지 않다는 것, 그리고 "훨씬 더 중요한" 두 번째. "인간은 엄밀한 의미의 어떤 가축과도 크게 다르다. 인간의 번식은 계획적 선택으로도 무의식적 선택으로도 통제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문장 더. "어떤 인종이나 인간 집단도 다른 인간에게 완전히 예속되어 … 특정 개체가 보존되고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선택된 적이 없다."3

이 문장을 기억해 두자. 다윈 자신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꼽은 근거는 하나 — 다른 인간이 인간의 번식을 통제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2010년대 이후의 연구는 바로 그 전제를 정면으로 겨눈다.

온순함을 만든 도구

리처드 랭엄(Richard Wrangham)의 2018년 논문은 공격성을 둘로 가른다. 반응적(reactive) 공격성은 위협이나 좌절에 대한 즉각적 반응이다 — 분노와 교감신경의 각성이 항상 따라온다. 계획적(proactive) 공격성은 다르다. "외부의 또는 내부의 보상을 목표로 하는, 목적 있고 계획된 공격."5

인간은 이상한 조합이다. 반응적 공격성은 침팬지보다 낮다 — 이 점에서는 보노보에 가깝다. 계획적 공격성은 높다 — 침팬지와 공유하고 보노보에게는 없는 성향이다.6 2019년 후속 논문이 (저서를 인용해) 제시한 수치는 이렇다. 인간 집단 안에서 공격적 충돌의 빈도는 야생 침팬지나 보노보보다 "두세 자릿수 낮다."7 한 사회에서 개인의 충동적 공격이 줄어드는 것과 집단이 조직적 강압을 수행하는 것은 동시에 가능하다. 난폭성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조직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반응적 공격성을 깎아냈는가. 랭엄이 2019년에 아홉 개의 후보 가설을 늘어놓고 고른 답은 언어였다. 정확히는 언어 기반 공모. "정교한 언어는 싸움 실력이 낮은 수컷들이 물리적으로 공격적이고 위압적인 알파 수컷의 처형을 협력해 계획할 수 있게 했다."8 폭군이 될 자의 과잉은 성인 남성 연합에 의해 억제되고, 더 약한 수단이 실패하면 처형에 이른다. 여기서 역설 하나가 풀린다. 사형이 공격성을 줄였다는데 사형 자체가 공격 행위가 아닌가 — 처형자의 공격은 계획적이고, 처형당하는 자의 죄목은 대개 반응적이다. "처형자가 쓰는 공격이 계획적이므로, 처형의 역설은 해결된다."9

랭엄은 이 가설에 스스로 라벨을 붙여 두었다. 언어 능력의 시점은 "추측적"이고, "검증하기 어렵다(관련 문화적 관행은 소멸했다)", 선사 종과의 행동 비교는 "추측적"이다.10 그 라벨을 붙인 채로도 가설의 뼈대 하나는 남는다. 다윈이 "그런 적 없다"고 한 일 — 다른 인간이 어떤 인간을 남기고 어떤 인간을 지우는 일 — 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그 선택환경의 주인은 기후도 포식자도 아닌 같은 종의 연합이었다는 것.

얼굴에 남은 것

가설은 뼈에서 흔적을 찾는다. 2014년 로버트 치에리(Robert Cieri)와 동료들은 중기 플라이스토세 이후 호모 사피엔스 두개골에서 두 가지 변화를 쟀다. 평균 브라우리지 돌출의 감소, 그리고 상안면 골격의 단축. 그들은 이것을 "안면의 여성화"라고 불렀고, 그 원인을 안드로겐 반응성의 감소로, 그 원인을 다시 "중기 플라이스토세 이후 사회적 관용의 진화"로 읽었다.11 밀집한 집단에서 함께 살 수 있는 관용이 골격에 남긴 흔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흔히 따라오는 두 번째 물증 — 홀로세에 인간의 뇌가 흔히 인용되는 대로 10퍼센트쯤 줄었고 그것이 가축화 증후군이다 — 는 이 책이 쓰지 않는다.12 두 겹의 논쟁이 걸려 있다. 2021년 한 팀은 985점의 두개골로 변화점을 분석해 감소가 "놀랍도록 최근인 지난 3,000년"에 일어났다고 했고, 그 시점 때문에 자기 가축화를 원인에서 명시적으로 배제했다.13 이듬해 다른 팀은 그 표본의 절반 이상이 마지막 100년 구간에 몰려 있고, 재분석하면 3,000년 전 변화점이 사라지며, 인간의 뇌 크기는 "지난 30만 년 동안 놀랍도록 안정적"이라고 반박했다.14 뇌 축소는 아직 법정 계류 중이다. 얼굴은 증거로 부르고, 뇌는 부르지 않는다.

사육자 없는 비교 사례

보노보에서도 자기 가축화 가설이 제안됐다. 브라이언 헤어(Brian Hare), 빅토리아 워버(Victoria Wobber), 랭엄은 2012년에 보노보를 "자기 가축화 과정을 겪은 후보"로 놓았다.15 모형은 이렇다. 콩고강 남쪽에 격리된 침팬지형 조상, 고릴라가 없어 먹이 경쟁이 느슨해진 환경, 안정된 파티를 이루고 연합을 만드는 암컷들. "암컷을 지배하거나 강압하려는 수컷의 노력은 암컷 연합에 의해 좌절되고", 공격적 수컷의 적합도는 떨어진다. 그 결과가 보노보의 관용, 그리고 탈색이나 두개골 축소 같은 형태 변화 — 저자들 표현으로 "적응이 아니라 부수적 부산물로 보이는" 것들이다.16

이 논문이 인간의 자기 가축화에 대해 직접 주장하는 것은 없다. 인간은 개의 사육자, 여우 실험의 운영자, 인지 검사의 비교 대상으로만 등장한다. 다른 종에 얼마나 적용될지는 "열린 질문"이라고 저자들이 적었다.17 그런데도 이 장에 보노보가 있는 이유는 구조 때문이다. 보노보의 선택환경을 만든 것은 암컷 연합이었고, 랭엄의 인간 가설에서 그것은 수컷 연합이었다. 두 경우 모두 사육자는 없다. 선택환경의 소유자가 같은 종의 집단으로 옮겨간 사례가 두 번 제안된 것이다.

온순함 하나를 고르면 몸 전체가 따라온다

마지막 조각은 기전이다. 1장의 여우가 보여준 수수께끼 — 온순함 하나만 골랐는데 왜 귀가 처지고 털이 얼룩지고 얼굴이 짧아지는가 — 를 2014년 애덤 윌킨스(Adam Wilkins), 랭엄, 테쿰세 피치(Tecumseh Fitch)가 하나의 가설로 묶었다. "다윈의 '가축화 증후군'의 기원은 140년 넘게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18 그들의 답은 신경능선세포다. 온순함에 대한 초기 선택이 부신을 줄이고, 그 근원인 신경능선세포의 이동과 증식이 약간 줄어들면, 그 세포에서 유래하는 조직 전체 — 색소세포, 연골, 치아, 부신수질 — 가 한꺼번에 따라 바뀐다. "요컨대, 온순함에 대한 초기 선택이 신경능선 유래 조직의 감소로 이어진다고 우리는 제안한다."19

이 가설의 미덕은 반증 조건을 스스로 적었다는 데 있다. "만약 신경능선 유전자가 그렇게 관여하는 것으로 발견되지 않으면, 우리 가설은 기각될 수 있다."20 그리고 한계도 적었다 — 뇌 축소 그 자체는 "온순함의 결정적 요인이 분명히 아니"고, 제안에는 "많은 빈틈과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21 논문에 호모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 저자들은 이 기전을 인간에게 연장하지 않았다.

첫 번째 가축화

이 장의 다섯 조각을 한 줄로 놓으면 이렇다. 블루멘바흐는 인간을 가축이라 했고, 다윈은 다른 인간이 번식을 통제한 적이 없으므로 아니라 했으며, 랭엄은 통제가 있었다 — 연합이, 언어로, 처형으로 — 는 가설을 세웠다. 얼굴뼈가 그 흔적의 후보이고, 보노보가 비교 사례이며, 신경능선이 "왜 하나를 고르면 전부 바뀌는가"의 기전 후보다. 어느 조각도 확정이 아니다. 그러나 조각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같다.

이 책은 이 가설 묶음을 첫 번째 가축화라고 부른다. 인간은 인간이 만든 선택환경 안에서 자기 자신을 골라냈을 수 있다. 사육자는 없었다. 있었던 것은 무리였고, 무리가 정한 규칙이었다 — 누가 남고 누가 지워지는가의 규칙.

서로를 아는 무리가 규칙을 지켰다면,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은 무엇에 묶였을까?

주

  1. 1Blumenbach, J. F. (1795). De generis humani varietate nativa, 3판, Göttingen. 영역: Bendyshe, T. (ed.) (1865). The Anthropological Treatises of Johann Friedrich Blumenbach. London: Longman, p. 205 ("Conclusions", 주의 규칙 제1항): man "is far more domesticated and far more advanced from his first beginnings than any other animal." 라틴어 원판의 해당 쪽은 이 책이 대조하지 않았다. https://archive.org/details/anthropologicalt00blumuoft↩
  2. 2Blumenbach, Beyträge zur Naturgeschichte 2판(1806), 같은 영역본 pp. 293–294, §VIII "Degeneration of Man, the most perfect of all domestic Animals": 다른 동물들은 "not so completely born to domestication as he is, having been created by nature immediately a domestic animal." 그 절의 각주 1은 De Luc의 지인이 말한 기묘한 가설까지 소개한다 — 원시 세계에 상위 존재가 있어, 인간이 그들의 가축 노릇을 했다는 것.↩
  3. 3Darwin, C. (1871). 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 1판, Vol. I, Ch. IV, pp. 111–112: "It is nevertheless an error to speak of man … as 'far more domesticated' than any other animal." / "man differs widely from any strictly domesticated animal; for his breeding has not been controlled, either through methodical or unconscious selection." / "No race or body of men has been so completely subjugated by other men, that certain individuals have been preserved and thus unconsciously selected". 같은 쪽에서 다윈은 계획적 선택의 예외로 프로이센 척탄병을 들며, 원문의 "주인에게 더 쓸모 있어서"라는 이유절은 위 인용에서 생략했다. 같은 권 7장 p. 222에서는 인간을 오래 가축화된 동물에 비유한다. http://darwin-online.org.uk/content/frameset?itemID=F937.1&viewtype=text&pageseq=1↩
  4. 4Del Savio, L., & Mameli, M. (2020). Human domestication and the roles of human agency in human evolution. History and Philosophy of the Life Sciences, 42(2), 21. DOI: 10.1007/s40656-020-00315-0. 다윈의 반박을 블루멘바흐에 대한 응답으로 정리하고, "self-domestication"이라는 용어의 부재(각주 22)와 Dobzhansky (1962) p. 196의 "self-domesticated animal"을 인용한다. Dobzhansky 원문은 이 책이 대조하지 않았다.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7250791/↩
  5. 5Wrangham, R. W. (2018). Two types of aggression in human evolution. PNAS, 115(2), 245–253. DOI: 10.1073/pnas.1713611115: "Proactive aggression involves a purposeful planned attack with an external or internal reward as a goal."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5777045/↩
  6. 6같은 논문 초록: "humans have a low propensity for reactive aggression compared with chimpanzees". 계획적 공격성 회로에 관한 가설은 저자 스스로 "remains speculative"로, 최종 공통조상의 표현형은 "uncertain"으로 표기했다.↩
  7. 7Wrangham, R. W. (2019). Hypotheses for the Evolution of Reduced Reactive Aggression in the Context of Human Self-Domestication. Frontiers in Psychology, 10, 1914. DOI: 10.3389/fpsyg.2019.01914 — 집단 내 공격 충돌 빈도가 야생 침팬지·보노보보다 "two to three orders of magnitude lower".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psychology/articles/10.3389/fpsyg.2019.01914/full↩
  8. 8같은 논문 초록: "Sophisticated language enabled males of low fighting prowess to cooperatively plan the execution of physically aggressive and domineering alpha males." 본문: "the excesses of would-be despots are suppressed by coalitions of adult males, who resort to execution when lesser mechanisms fail". 시점은 지난 30만 년.↩
  9. 9Wrangham (2018) 초록: "Since the aggression used by executioners is proactive, the execution paradox is solved".↩
  10. 10Wrangham (2019) Table 1 자평: "Timing of language skills is speculative; hard to test (relevant cultural practices extinct)"; 본문 결론부: "Behavioral comparisons with prehistoric species are speculative." 대중서 『The Goodness Paradox』(2019)는 이 두 논문의 확장이며, 이 책은 저서 본문을 대조하지 않았다 — 위의 "두세 자릿수" 수치도 논문이 저서를 인용해 제시한 것이다.↩
  11. 11Cieri, R. L., Churchill, S. E., Franciscus, R. G., Tan, J., & Hare, B. (2014). Craniofacial Feminization, Social Tolerance, and the Origins of Behavioral Modernity. Current Anthropology, 55(4), 419–443. DOI: 10.1086/677209. 초록: "craniofacial feminization (reduction in average brow ridge projection and shortening of the upper facial skeleton)" … "reductions in average androgen reactivity" … "the evolution of enhanced social tolerance since the Middle Pleistocene." 표본 수(보도자료 기준 1,400여 점)는 이 책이 논문 본문으로 대조하지 않았다.↩
  12. 12통용 수치의 출처로 흔히 귀속되는 것은 Henneberg, M. (1988). Decrease of human skull size in the Holocene. Human Biology, 60(3), 395–405 — 이 책은 원문을 대조하지 않았다.↩
  13. 13DeSilva, J. M., Traniello, J. F. A., Claxton, A. G., & Fannin, L. D. (2021). When and Why Did Human Brains Decrease in Size? 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 9, 742639. N=985. 초록: "human brain size reduction was surprisingly recent, occurring in the last 3,000 years." / "Our dating does not support hypotheses concerning brain size reduction as … a consequence of self-domestication."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ecology-and-evolution/articles/10.3389/fevo.2021.742639/full↩
  14. 14Villmoare, B., & Grabowski, M. (2022). Did the transition to complex societies in the Holocene drive a reduction in brain size? 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 10, 963568: "human brain size has been remarkably stable over the last 300 ka" / "more than half of the specimens of a 9.8-million-year analysis are placed in the final 100 years". DeSilva et al. (2023)의 재반박(DOI: 10.3389/fevo.2023.1191274)은 이 책이 대조하지 않았다.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ecology-and-evolution/articles/10.3389/fevo.2022.963568/full↩
  15. 15Hare, B., Wobber, V., & Wrangham, R. (2012). The self-domestication hypothesis: evolution of bonobo psychology is due to selection against aggression. Animal Behaviour, 83(3), 573–585. DOI: 10.1016/j.anbehav.2011.12.007. 초록: "Here we consider the bonobo, Pan paniscus, as a candidate for having experienced this 'self-domestication' process." 모형 박스: "no gorillas competing for access to feeding resources" / "male effort to dominate or coerce females thwarted by female coalitions". https://evolutionaryanthropology.duke.edu/sites/evolutionaryanthropology.duke.edu/files/site-images/hare-et-al-2012-self-domestication.original.pdf↩
  16. 16같은 논문 초록: "many of these appear to have arisen as incidental by-products rather than adaptations."↩
  17. 17같은 논문: "How applicable the self-domestication hypothesis will be to a wider range of species remains an open question." 인간 적용은 Hare (2017) Annual Review of Psychology 및 Hare & Woods (2020)로 이어지나, 이 책은 그 문헌을 직접 대조하지 않았다.↩
  18. 18Wilkins, A. S., Wrangham, R. W., & Fitch, W. T. (2014). The "Domestication Syndrome" in Mammals: A Unified Explanation Based on Neural Crest Cell Behavior and Genetics. Genetics, 197(3), 795–808. DOI: 10.1534/genetics.114.165423. 초록: "The origin of Darwin's 'domestication syndrome' has remained a conundrum for more than 140 years."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4096361/↩
  19. 19같은 논문: "In a nutshell, we suggest that initial selection for tameness leads to reduction of neural-crest-derived tissues".↩
  20. 20같은 논문: "If no NCC genes are found to be so implicated, our hypothesis can be rejected."↩
  21. 21같은 논문: "brain size reduction per se is clearly not a crucial determinant of tameness" / "Many gaps and uncertainties remain in our proposal." 논문 본문에 "Homo"는 등장하지 않으며, Table 1은 보노보(Hare et al. 2012)만 언급한다.↩
3장

울타리를 세우는 자들

1993년, 마흔여덟 개의 사회

여론, 비판, 조롱. 그래도 듣지 않으면 불복종과 폐위, 추방과 처형. 1993년 인류학자 크리스토퍼 뵘(Christopher Boehm)이 수렵채집 무리와 원예 부족, 목축민을 가리지 않고 48개 사회의 민족지에서 모은 것은 지도자가 명령하는 방법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지도자를 다루는 방법이었다.1 모든 사회가 이 목록을 같은 순서로 밟는 것은 아니다 — 목록은 사회마다 다른 조합으로 나타난다.

48개 사회 가운데 11개에서 암살이 보고됐고, 38개에서 지나치게 나서는 개인과 관계를 끊거나 지도자 자리에서 끌어내린 기록이 있었다. 뵘은 이 구조에 이름을 붙였다 — 역지배 위계(reverse dominance hierarchy). "지배당하는 대신, 평범한 구성원들이 스스로 지배하는 데 성공한다."2

뵘의 목록은 집단이 지도자를 제약하는 여러 방식을 살아 있는 사회에서 보여준다. 인간 무리는 강한 자를 그냥 두지 않는다. 그렇다고 강한 자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2013년에 발표된 밴쿠버의 실험에서 그 두 종류의 강함이 나란히 측정됐다.

두 가지 길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의 학생 191명이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4~6명씩 36개 조로 묶였다. 과제는 "달에서 길을 잃다" — 15개 물품의 생존 우선순위를 먼저 혼자 매기고, 20분 동안 조로 다시 매긴다. 연구진이 잰 것은 정답이 아니라 누구의 답이 조의 답이 되었는가였다.3

두 부류가 조의 답을 움직였다. 힘과 위협으로 두려움을 만드는 사람 — 지배(dominance). 그리고 아는 것을 나눠 존경을 얻는 사람 — 위신(prestige). 논문의 정의는 이 한 줄이다: "지배(힘과 위협으로 공포를 유발하는 것)와 위신(전문성이나 노하우를 나눠 존경을 얻는 것)".4 둘 다 영향력을 가졌다. 두 번째 실험에서 시선 추적 장치는 두 부류 모두에게 더 오래 머물렀다. 차이는 하나였다. 위신 쪽은 호감을 얻었고, 지배 쪽은 얻지 못했다.5

지배와 위신은 모두 영향력을 얻는 경로였다. 소집단에서 권력은 처음부터 두 갈래이고, 무리는 그 두 갈래 위에 뵘의 목록 — 조롱에서 처형까지 — 을 얹어 놓는다. 열 명 남짓한 무리에서 한 개체가 경쟁자를 제압하고 나머지에게 보호와 자원을 제공하면 지도적 위치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구성원 모두에게 공격적인 전략은 무리를 유지하는 전략이 아니다. 경쟁자에게는 비용을, 협력자에게는 이익을 — 이 선택성이 없으면 목록의 마지막 항목이 작동한다.

도망칠 곳이 없을 때

무리는 무리와 부딪힌다. 열 명인 무리 둘이 충돌해 이긴 쪽에 여덟이 남고 진 쪽에서 다섯을 흡수하면 열셋이 된다. 다시 부딪히고 다시 흡수하면 스물, 쉰, 백. 이 숫자는 관측이 아니라 흡수라는 기제를 보여주는 산수다. 진짜 질문은 왜 어떤 곳에서는 이 산수가 국가까지 굴러갔고 어떤 곳에서는 멈췄는가다.

1970년, 인류학자 로버트 카네이로(Robert Carneiro)는 『사이언스』에 여섯 쪽짜리 답을 냈다. 국가가 저절로 생겨났던 곳 — 나일, 티그리스-유프라테스, 인더스, 멕시코 계곡, 페루의 산지와 해안 계곡 — 의 공통점은 풍요가 아니었다. 산과 바다와 사막에 막힌 경작지였다.6 전쟁은 국가가 생기지 않은 곳에도 많았다. "전쟁이 국가의 발생에 필요조건일 수는 있어도, 충분조건은 아니다."7 차이를 만든 것은 진 쪽이 어디로 가느냐였다. 아마존처럼 땅이 열려 있으면 패자는 떠난다. 페루의 계곡처럼 사방이 막혀 있으면 패자는 남는다. 그리고 남는 대가는 하나다 — "그 대가는 승자에 대한 정치적 종속이었다."8 공물, 현물세, 잉여 생산의 강제. 촌락은 군장사회가 되고, 군장사회는 왕국이 되고, 왕국은 제국이 된다.9

카네이로의 이론에는 반론이 있다 — 정복 전쟁의 빈도 자체를 문제 삼는 교차문화 재분석이 그중 하나다.10 논쟁 속에서도 뼈대 하나는 서 있다. 지배자보다 울타리가 먼저다. 도망칠 곳이 없다는 조건이 복종을 유일한 선택지로 만들고, 그 뒤에야 복종을 받는 사람이 생긴다. 개인이 구성원을 직접 통제하던 무리는 전사와 부하, 규칙, 징수, 분배, 처벌, 후계 절차로 바뀐다. 한 사람의 통제 능력이 직위와 조직에 저장되는 것이다.

밀이 우리를 길들였다

그 울타리의 재료 하나가 밀이다.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농업혁명을 다룬 장에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는 제목을 붙였다. 인간의 몸은 밭일에 맞게 진화하지 않았고 — 척추, 관절, 탈장 — 농사의 시간표는 사람을 밭 옆에 붙박아 두었다. 그의 문장은 이렇다. "우리가 밀을 길들인 것이 아니다. 밀이 우리를 길들였다." 그리고 어원을 짚는다. '길들이다(domesticate)'의 뿌리는 라틴어 도무스(domus), 집이다. "집에 사는 쪽이 누구인가? 밀이 아니다. 사피엔스다."11

정치학자 제임스 스콧(James C. Scott)은 한 단계 더 나간다. 초기 국가는 왜 하필 곡물 위에 세워졌는가. 그의 답은 잉여가 아니라 징수 가능성이다. "곡물만이 과세의 기반이 될 수 있다."12 곡물은 눈에 보이고 잴 수 있고 저장·운반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근거다 — 덩이줄기와 콩은 그렇지 않다는 것도. 국가는 사람에게 "곡물을 심어라"라고 명령한 것이 아니라, 곡물이 아니면 국가가 성립하지 않는 조건 위에서 곡물을 심는 사람만 국가의 인구가 되게 했다. 스콧은 초기 국가의 인구를 길들여진 존재로 묘사하고, 국가 영역에서 주변부로 도망치는 일이 흔했으며 그 이탈이 해방일 수 있었다고 적는다.13 카네이로의 계곡에서 도망칠 곳이 없던 사람들과, 스콧의 국가에서 도망친 사람들은 같은 울타리의 안과 밖이다.

돌에 새겨진 규칙

기원전 18세기, 바빌론의 왕 함무라비는 판결을 돌에 새겼다. 루브르 박물관 리슐리외관 227호실에 서 있는 검은 돌 비석은 높이 225센티미터, 1901년에서 1902년 사이 수사(Suse)에서 발굴됐다.14 비석 상단의 부조는 태양신 샤마시가 왕을 만나는 장면이다 — 박물관의 설명대로 "왕의 주권과 비석에 새긴 사법 결정을 정당화"하는 장면.15

판결이 돌에 새겨지면, 그것을 내린 왕보다 오래 남을 수 있다. 왕이 살아서 내리는 판결은 왕과 함께 죽지만, 돌에 새겨진 규칙은 매체의 수명을 얻는다. 그리고 부조는 규칙의 저자를 사람에서 신으로 옮겨 그 수명을 더 늘린다. 통제가 사람에서 규칙으로 이사하는 순간이다. 개별 분쟁을 하나씩 판결하는 대신, 모든 미래 분쟁의 선택환경을 미리 정해 두는 것 — 3장이 지금까지 본 모든 울타리가 여기서 문자가 된다.

1948년 12월 10일, 파리

파리에서 유엔 총회가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했다.16 제1조: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 제3조: 생명, 자유, 신체의 안전. 제4조: "어느 누구도 노예 상태나 예속 상태에 놓이지 아니한다. …" 제9조: "어느 누구도 자의적으로 체포, 구금 또는 추방되지 아니한다."17

함무라비의 비석이 신분에 따라 다른 처벌을 정했다면 — 조문은 이 책이 대조하지 않았다 —, 이 문서는 정반대 방향의 규칙이다. 개인에게 무엇을 하라는 명령이 아니라, 국가가 개인에게 세울 수 있는 울타리의 상한을 정한다. 뵘의 48개 사회가 조롱과 추방으로 지도자를 묶어 두던 역지배 위계가, 문서의 규모로 다시 나타난 것이다.

다만 이 문서에 대해 두 가지를 분리해 둔다. 인권은 중력이 아니다 — 행위자의 판단과 무관하게 집행되는 물리법칙이 아니라, 인간이 언어와 제도로 명시한 규범이고, 그 정당화와 실제 효력은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명시했다는 사실에서 인권이 무의미하거나 임의적이라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모든 사회가 언제나 이 규범을 지켰다는 주장이 아니라, 사회적 부적응이나 위험성만을 이유로 사람을 임의로 제거하거나 소유물처럼 다룰 수 없다는 제약이 존재한다는 것이 요점이다.

개와 인간, 그리고 다음 손

프롤로그의 개로 돌아가자. 인간은 개의 먹이, 주거, 이동, 번식, 사회적 접촉과 위험행동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 원하는 행동에는 자원을, 원하지 않는 행동에는 제한을, 그리고 번식에서 제외하거나 격리하는 방법도 쓴다. 공존은 양쪽에 이익일 수 있다. 그러나 상호 이익이 있다는 사실이 통제권의 비대칭을 없애지는 않는다. 음식과 보호를 충분히 받는 개도 자기 생활환경을 정하는 최종 권한을 갖지는 않는다. 복지의 수준과 관계의 권력구조는 별개의 축이다.

인간 내부에서는 인권이 그와 다른 관계를 설정한다. 인간이 다른 종의 자율성을 제한해 왔다는 사실과 인간이 지금 통제자라는 사실 — 어느 쪽도 그 자체로 무엇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정당화에는 별도의 가치 전제가 필요하다.

지배는 명령으로만 오지 않는다.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지 정하는 방식으로도 온다.

그 방식을 정한 손은, 지금까지는 언제나 인간의 손이었다.

주

  1. 1Boehm, C. (1993). Egalitarian Behavior and Reverse Dominance Hierarchy. Current Anthropology, 34(3), 227–254. DOI: 10.1086/204166. 48개 사회의 지역 분포(북미 12, 중남미 11, 아프리카 9, 아시아 5, 뉴기니 4, 호주 3, 오세아니아 2, 지중해와 중동 2)와 제재 목록(Table 1)은 pp. 231–232. https://www.journals.uchicago.edu/doi/abs/10.1086/204166↩
  2. 2같은 논문 p. 236: "rather than being dominated, the rank and file itself manages to dominate." 초록(p. 227)의 정의: "egalitarian behavior as an instance of domination of leaders by their own followers."↩
  3. 3Cheng, J. T., Tracy, J. L., Foulsham, T., Kingstone, A., & Henrich, J. (2013). Two ways to the top: Evidence that dominance and prestige are distinct yet viable avenues to social rank and influen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4(1), 103–125. DOI: 10.1037/a0030398. Study 1 참가자 191명(53% 남성), 36개 동성 집단(4–6명), 영향력 측정 = 개인 사전 답과 집단 최종 답의 유사도(p. 109).↩
  4. 4같은 논문 p. 103: "Dominance (the use of force and intimidation to induce fear) and Prestige (the sharing of expertise or know-how to gain respect)".↩
  5. 5같은 논문 p. 103: "those who adopted a Prestige strategy were viewed as likable, whereas those who adopted a Dominance strategy were not well liked." Study 2(학부생 59명, 20초 클립 6개 아이트래킹, p. 116): "Dominant and Prestigious targets each received greater visual attention than targets low on either dimension." 지배와 위신이 배타적이지 않고 연합·제도를 통해 결합할 수 있다는 리뷰는 Zeng, Cheng & Henrich (2022). Dominance in humans. Phil. Trans. R. Soc. B — 부록 C [1].↩
  6. 6Carneiro, R. L. (1970). A Theory of the Origin of the State. Science, 169(3947), 733–738. DOI: 10.1126/science.169.3947.733. p. 734: "they are all areas of circumscribed agricultural land." 국가의 정의(p. 733)는 영토 내 다수 공동체를 포괄하고 세금 징수·징집·법 제정 권한을 가진 중앙정부를 지닌 자율 정치단위. 양적 증가가 임계치를 넘으면 질적 변화가 온다는 후속 모형은 Carneiro (2000) PNAS — 부록 C [4].↩
  7. 7같은 논문 p. 734: "while warfare may be a necessary condition for the rise of the state, it is not a sufficient one."↩
  8. 8같은 논문(페루 해안 계곡 시퀀스): "And the price was political subordination to the victor." 원지 쪽 번호는 재조판 사본 기준 p. 735로 추정 — 원지 스캔은 pp. 733–734만 대조했다.↩
  9. 9같은 논문: "autonomous neolithic villages were succeeded by chiefdoms, chiefdoms by kingdoms, and kingdoms by empires." 결론부: "It shows the state to be a predictable response to certain specific cultural, demographic, and ecological conditions." (쪽 번호 추정 pp. 736–738.)↩
  10. 10Zinkina, J., Korotayev, A., & Andreev, A. (2016). Circumscription Theory of the Origins of the State: A Cross-Cultural Re-Analysis. Cliodynamics, 7(2). [전승 — 이 책은 요지만 2차로 확인했고 본문을 대조하지 않았다.] https://escholarship.org/uc/item/1sj9n878↩
  11. 11Harari, Y. N. 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 2부 5장 "History's Biggest Fraud". 저자 공식 사이트의 5장 발췌에서 확인: "We did not domesticate wheat. It domesticated us." / "Who's the one living in a house? Not the wheat. It's the Sapiens." https://www.ynharari.com/topic/ecology/ (인쇄본 쪽 번호는 판본별로 달라 적지 않는다.)↩
  12. 12Scott, J. C. (2017). Against the Grain: A Deep History of the Earliest States. Yale University Press, p. 129: "Only the cereal grains can serve as a basis for taxation" (이어지는 열거 — visible·divisible·assessable·storable·transportable — 는 2차 발췌로만 확인했다) — Middleton, G. D. (2019)의 American Journal of Archaeology 서평(DOI: 10.3764/ajaonline1231.middleton)이 쪽 번호와 함께 인용한 원문을 통해 확인했다. https://ajaonline.org/book-review/3781/↩
  13. 13같은 책, 인구의 길들임(p. 151), 국가 영역에서 주변부로의 도주가 흔했다는 논점(p. 16), 국가 이탈을 해방으로 보는 서술(p. 211) — 같은 서평 경유. 이 책은 스콧의 원문 전체를 대조하지 않았다.↩
  14. 14Musée du Louvre, collections 카탈로그 "Code de Hammurabi", Sb 8. 시대 "1ère dynastie de Babylone : Hammurabi (-1792 – -1750)", 재료 basalte, 높이 225 cm, 발견 Suse 1901–1902(발굴 J. de Morgan), 현 위치 Richelieu, Salle 227. https://collections.louvre.fr/en/ark:/53355/cl010174436 — 석재는 최근 연구에서 현무암/섬록암 논쟁이 있어 본문은 "검은 돌"로 적었다. 조문 수(통상 282)와 개별 조문은 이 책이 1차 자료로 대조하지 않았다.↩
  15. 15같은 카탈로그: "La scène représente la rencontre entre le dieu Shamash et le roi Hammurabi de Babylone … légitimant la souveraineté du roi et décisions de justice gravées sur la stèle."↩
  16. 16United Nations (1948).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General Assembly resolution 217 A, 1948년 12월 10일 파리에서 선포. https://www.un.org/en/about-us/universal-declaration-of-human-rights — 표결 수치(찬성 48·기권 8)와 장소(샤이요 궁)는 2차 자료의 통용 기록이며 이 책이 총회 회의록으로 대조하지 않았다.↩
  17. 17같은 문서 원문. 제1조: "All human beings are born free and equal in dignity and rights." 제3조: "Everyone has the right to life, liberty and security of person." 제4조: "No one shall be held in slavery or servitude; slavery and the slave trade shall be prohibited in all their forms." 제9조: "No one shall be subjected to arbitrary arrest, detention or exile." (한국어는 이 책의 번역.)↩
2부
손이 옮겨 가는 동안
1956년부터 지금까지, 이미 일어난 일.
4장

문서에서 코드로

컴퓨터가 안 된다고 합니다

어느 창구에서나 들을 수 있는 문장이 있다. 직원은 화면을 보고 말한다. "컴퓨터가 안 된다고 합니다." 이 문장의 구조는 어디서나 같다. 이 문장에는 거절한 사람이 없다. 거절의 규칙을 쓴 사람도 그 자리에 없다. 규칙을 쓴 사람은 다른 도시에 있거나, 다른 회사로 옮겼거나, 은퇴했다. 창구에 남은 것은 규칙과, 규칙의 결과를 읽어 주는 사람뿐이다.

미국에서 신용 신청의 거절은 1974년 연방법에서 나온 규정 아래 있다 — 연방규정집 12 CFR §1002.9.1 그 조문은 회사의 내부 방침이라거나 점수가 모자랐다는 답을 거절의 사유로 치지 않는다.2

규칙은 한 번에 코드가 되지 않았다. 먼저 표가 됐다.

판단의 자리에 놓인 표

1956년 캘리포니아에서 두 사람이 회사를 세웠다.3 회사는 오늘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 "1956년에 창립된 FICO는 신용 점수화(credit scoring) 같은 분석 솔루션을 도입해 신용을 더 널리 이용할 수 있게 했다."4

회사가 팔았다고 스스로 말하는 낱말은 '신용 점수화'다. 그 낱말을 풀면, 판단이 아니라 판단의 자리에 놓을 표다 — 항목 몇 개, 항목마다 점수, 합계, 그리고 합계가 넘어야 할 선. 회사의 소비자 교육 페이지는 이렇게 쓴다. "35년 전, FICO는 신용도를 점수화하는 업계 표준을 제공하기 위해 FICO 점수를 내놓았다."5 같은 페이지의 다른 문장은 이것이다 — "FICO 점수는 상위 대출기관의 90퍼센트가 신용도 평가에 쓰는 세 자리 숫자다."6 한 회사의 숫자를, 회사 스스로 한 나라의 "소비자 신용 위험의 표준 척도"라 부른다.7

그 방식을 정한 손은, 지금까지는 언제나 인간의 손이었다. 여기서도 손은 인간이었다. 회사는 항목을 골랐고 점수를 매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 손은 창구에 없었다. 창구에 있는 것은 표였다.

이유를 말하라

1974년 미국 의회는 신용기회평등법(Equal Credit Opportunity Act)을 통과시켰다.1 이 법과 그 시행규정 레귤레이션 B는 채권자가 신청을 거절할 때 — 규정의 용어로 '불리한 조치' — 신청자에게 무엇을 해 주어야 하는지를 정한다. 현행 조문의 문장은 이렇다. 통지에는 "취해진 조치에 대한 구체적 사유의 진술"이 들어가야 하고, 그 사유는 "구체적이어야 하며 불리한 조치의 주된 이유(들)를 가리켜야 한다."8

그리고 같은 조문이 무엇이 사유가 아닌지를 적어 둔다. "채권자의 내부 기준이나 정책에 근거했다"는 진술, 그리고 신청자가 "채권자의 신용 점수 시스템에서 기준 점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진술은 — 규정의 낱말로 — "불충분하다."2

점수가 판단의 자리에 앉은 뒤, 법은 점수에게 말을 시킨다. "점수 미달"은 답이 아니다. 어느 항목이 점수를 깎았는지를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이유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판단이 표로 옮겨간 자리에 법이 사람 쪽에 남겨 둔 요구는 하나다 — 이유를 말하라.

1995년, 책상 위의 심사관

1995년, 대출을 살지 말지의 판정이 프로그램으로 옮겨갔다.10

패니메이(Fannie Mae)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을 사들여 증권으로 되파는 기관이다. 그 회사가 대출을 살지 말지를 정하는 프로그램에 붙인 이름이 데스크톱 언더라이터(Desktop Underwriter) — 책상 위의 심사관이다. 회사는 이것을 "자동 모기지 대출 심사 시스템"이라 부르고, "30년의 디지털 심사 혁신 위에" 서 있다고 쓴다.11

여기서 두 번째 이사가 끝난다. 1956년에 세워진 회사는 판단을 표로 옮겼다. 데스크톱 언더라이터는 대출 승인의 판정을 프로그램으로 옮겼다. 프로그램은 읽는 사람이 없어도 답을 낸다. 문서에서 코드로.

돌과 코드

함무라비의 검은 돌로 돌아가 보자. 왕의 판결은 돌에 새겨져 왕보다 오래 남았다. 규칙이 매체의 수명을 얻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돌은 스스로 판결하지 않았다. 돌에 새겨진 규칙이 작동하려면 읽는 사람, 사건에 맞추는 사람, 집행하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 매체는 규칙을 보존했고, 사람은 규칙을 실행했다. 그 둘은 오랫동안 다른 것이었다. 세계인권선언도 마찬가지다 — 문서는 상한을 적었고, 집행은 사람의 일로 남았다.

코드는 그 둘을 합친다. 규칙을 보존하는 매체가 곧 규칙을 실행하는 매체다. 점수표의 항목과 가중치는 저장돼 있고, 같은 저장소가 신청서를 읽고 선과 견주고 답을 낸다. 왕이 죽고 돌이 남듯, 규칙을 쓴 사람이 떠나고 코드가 남는다. 차이는 하나다. 돌은 새 왕의 판관을 기다렸다. 코드는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걸음은 크지 않다. 1956년에 세워진 회사의 표도, 1995년의 프로그램도 사람이 만든 것이고, 규칙의 내용은 여전히 사람의 판단이다. 바뀐 것은 규칙의 내용이 아니라 규칙이 사는 곳, 그리고 규칙이 작동하는 순간에 그 자리에 누가 있는가다.

난점 — 그래도 규칙은 사람이 썼다

가장 강한 반론은 이것이다. 항목도, 가중치도, 기준선도 사람이 골랐다. 프로그램은 사람의 판단을 압축한 것이지 다른 판단이 아니다. 레귤레이션 B는 그 사실을 법으로 못 박는다 — 점수 뒤에는 채권자가 있고, 채권자가 이유를 말해야 하며, "점수 미달"이라는 대답으로 숨을 수 없다. 책임의 주소는 옮겨가지 않았다.

반론은 옳다. 1956년에 세워진 회사의 표도, 1974년의 규정도, 1995년의 프로그램도 사람이 썼다. 저자는 바뀌지 않았다.

남는 것은 관찰 하나다. 법이 요구하는 것은 사람이 존재하라는 것이지 그 자리에 있으라는 것이 아니다. 이유를 말할 채권자는 있어야 하지만, 거절이 일어나는 순간에 창구에 있을 필요는 없다. 저자는 그대로인데, 저자가 없어도 규칙은 돈다.

규칙은 코드가 됐고, 코드는 쓴 사람보다 오래 산다. 그렇다면 그 코드는 누가 고치는가.

주

  1. 1Equal Credit Opportunity Act (1974), 15 U.S.C. §1691(d) — 규정의 법률상 근거이나 법 원문은 대조하지 않았다. 시행규정 Regulation B, 12 CFR §1002.9, CFPB eCFR 현행 조문(직접 열람). https://www.consumerfinance.gov/rules-policy/regulations/1002/9/↩
  2. 2같은 조 §1002.9(b)(2): "Statements that the adverse action was based on the creditor's internal standards or policies" … "failed to achieve a qualifying score on the creditor's credit scoring system are insufficient." — 열람한 것은 2026년 현행 조문이며, 이 문구가 1974년 법 원문이나 1977년 최초 Regulation B에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본문의 "법은 점수에게 말을 시킨다"도 이 현행 조문을 근거로 한다.↩
  3. 3창업자 빌 페어(엔지니어)·얼 아이작(수학자)과 창업 장소는 통용 기록이다. 회사의 연혁 페이지(fico.com/en/history)는 그림 한 장으로만 제공돼 글자로 대조하지 못했고, About Us 페이지에도 이름이 없다.↩
  4. 4FICO, "About Us". https://www.fico.com/en/about-us — "Founded in 1956, FICO introduced analytic solutions such as credit scoring that have made credit more widely available…"↩
  5. 5myFICO, "What is a FICO Score". https://www.myfico.com/credit-education/what-is-a-fico-score — "Thirty five years ago, FICO debuted FICO® Scores to provide an industry standard for scoring creditworthiness". '35년 전'은 페이지 작성 시점 기준의 상대 표현이며, 여기서 역산한 1989년은 통용 기록과 일치하나 페이지 자체는 연도를 적지 않는다.↩
  6. 6같은 페이지(https://www.myfico.com/credit-education/what-is-a-fico-score): "A FICO® Score is a three-digit number used by 90% of top lenders to assess creditworthiness." — 상위 대출기관의 비율이며 대출 건수의 비율이 아니다.↩
  7. 7FICO 자사 페이지: "…the FICO® Score, the standard measure of consumer credit risk in the United States." — 직접 열람한 문장이나 About Us(fico.com/en/about-us)와 연혁(fico.com/en/history) 가운데 어느 페이지의 문장인지는 특정하지 못했다. 회사의 자기 서술이며 독립 확인은 없다. "최초의 신용 점수 시스템" 류의 표현도 같은 성격이라 본문에 쓰지 않았다.↩
  8. 812 CFR §1002.9(a)(2)(i): "A statement of specific reasons for the action taken"; §1002.9(b)(2): "must be specific and indicate the principal reason(s) for the adverse action." (두 인용은 조문의 서로 다른 대목이며 하나의 문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한국어는 이 책의 번역.)↩
  9. 9같은 조: 통지 기한 "30 days after receiving a completed application"; 사유 요청 창 60일, 회신 30일; 공식 해석(comment 9(b)(2)) — 사유는 실제로 고려·점수화된 요인을 반영해야 하고, 4개를 넘는 사유는 도움이 될 가능성이 낮으며, 자동 거절 요인(예: 파산)은 구체적으로 공개한다.↩
  10. 10DU의 1995년 출시는 통용 기록이다. Fannie Mae 공식 연혁 페이지 https://www.fanniemae.com/about-us/who-we-are/history 는 직접 열람했으나 연표와 본문 어디에도 DU와 1990년대가 없다. 같은 페이지 본문은 1980년대를 주택저당증권으로 적는다 — "In the 1980s, the development of mortgage-backed securities brought capital from global markets…". 회사가 '30년'이라 쓴 것과 1995년은 정합하나, 1995라는 숫자를 담은 1차 문장은 확보하지 못했다.↩
  11. 11Fannie Mae, "Desktop Underwriter / Desktop Originator" 페이지: "Desktop Underwriter® (DU®) is Fannie Mae's automated mortgage loan underwriting system. Building on 30 years of digital underwriting innovation…" — fanniemae.com 도메인에서 확인되는 문장이며 페이지 본문은 직접 열람하지 못했다. 같은 회사의 "30 years" 기념 페이지(singlefamily.fanniemae.com/…/30-years)에는 접속하지 못했다. "다른 어떤 시스템보다 많은 대출을 처리했다"는 표현은 회사의 자기 주장이라 본문에 쓰지 않았다.↩
5장

오늘의 여우 농장

2012년 1월 11일, 뉴스피드

2012년 1월 11일부터 18일까지 한 주 동안,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서 실험이 진행됐다.1 사용자 계정 689,003개가 ID를 기준으로 무작위 배정됐고, 그 가운데 상태 글을 한 건 이상 올린 사람은 조건당 약 155,000명이었다.2 한 집단의 피드에서는 긍정 감정 단어가 든 친구의 글 일부가 빠졌고, 다른 집단의 피드에서는 부정 감정 단어가 든 글 일부가 빠졌다. 빠진 것이지 더해진 것이 아니다 — 누구의 피드에도 새 글이 심어지지 않았고, 누구도 무엇을 쓰라는 말을 듣지 않았다. 애덤 크레이머(Adam Kramer), 제이미 길로리(Jamie Guillory), 제프리 핸콕(Jeffrey Hancock)이 2014년에 이 실험을 보고했다.

코드를 고친 것은 사람이었다. 고친 줄은 피드에 어떤 글이 오를지의 확률이었고, 고친 뒤 그 줄은 689,003개 계정에 한꺼번에 적용됐다. 그 주에 이들이 쓴 글은 300만 건이 넘고, 낱말로는 1억 2,200만 개가 넘는다. 감정 단어의 비율은 페이스북 시스템 안에서 자동으로 세어졌고, 연구자는 어떤 글도 읽지 않았다.3

결과는 두 문장으로 적어야 한다. 하나는 규모다: 68만 9천 개의 피드 아래에서 쓰인 글에서 감정 단어의 비율이 노출 분포를 따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긍정 글이 덜 보인 집단은 긍정 단어를 덜 썼고, 부정 글이 덜 보인 집단은 부정 단어를 덜 썼다. 다른 하나는 크기다: 그 움직임은 긍정 단어 비율 0.1퍼센트포인트 감소, 효과 크기 d = 0.02였고, 저자들은 조작의 효과 크기들을 "작다(as small as d = 0.001)"고 스스로 적었다.4 페이스북 글의 46.8퍼센트에 긍정 단어가, 22.4퍼센트에 부정 단어가 들어 있었다.5 0.1퍼센트포인트는 한 사람의 하루에서는 보이지 않는 차이다. 어느 한 명도 자기가 달라졌다고 느끼기 어려운 크기가 68만 명 위에 놓였을 때, 통계는 그것을 이동으로 읽었다. 저자들의 결론은 온라인에서도 "대면 상호작용과 비언어적 단서가 감정 전염에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이었다.6

동의는 어떻게 받았는가. 논문은 계정을 만들기 전에 모든 사용자가 동의하는 페이스북의 데이터 사용 정책이 이 연구의 사전 동의에 해당한다고 썼다.7 학술지는 같은 해에 이 논문에 대한 우려 표명을 실었다.

운전석과 해지 화면

같은 십 년의 다른 자리들에도 손은 있었고, 명령은 없었다.

2016년 알렉스 로젠블랏(Alex Rosenblat)과 루크 스타크(Luke Stark)는 아홉 달 동안 우버 운전자들의 경험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8 우버는 운전자를 "자유, 유연성, 독립"을 누리는 사업가로 홍보했다. 저자들이 본 것은, 앱이 만들어 내는 정보와 권력의 비대칭이 통제의 구조를 이루며 우버가 그 위에서 "운전자가 일하는 방식에 상당한 간접 통제"를 행사한다는 것이었다.9 아무도 운전자에게 몇 시에 어디서 일하라고 명령하지 않는다. 운전자는 앱이 보여 주는 것을 보고 스스로 고른다. 저자들은 그 '보여 주는 것'의 비대칭을 통제라고 불렀다.

2022년 9월 15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공개회의에서 5 대 0 표결로 「다크 패턴을 밝은 곳으로(Bringing Dark Patterns to Light)」라는 스태프 보고서를 공개했다.10 소비자보호국장 새뮤얼 러바인(Samuel Levine)은 "이 함정들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11 보도자료가 든 사례는 이렇다. 정기 구독을 해지하려면 "화면의 미로"를 지나야 하게 만드는 설계. 소비자가 모르는 사이 원치 않는 상품을 장바구니에 슬쩍 넣는 설계.12 미리 체크된 상자, 가짜 카운트다운 타이머. "쉬운 해지"를 광고하고 해지를 어렵게 했다는 혐의, "숨은 수수료 없음"을 광고하고 수수료를 툴팁 뒤에 숨겼다는 혐의, 그리고 기본 설정으로 시청 데이터를 제3자와 공유했다는 혐의.13

해지 화면의 미로에는 명령이 없다. 해지하지 말라는 문장은 어디에도 없다. 있는 것은 화면의 수와 버튼의 위치다. 미리 체크된 상자에도 명령이 없다. 체크를 풀 자유는 남아 있다. 규제 기관이 표결까지 해 가며 이름을 붙인 것은, 명령 없이 선택지의 모양만으로도 소비자의 선택과 의사결정을 "흐리거나 뒤엎거나 손상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먹이와 피드

1장의 여우 농장에서 손이 정한 것은 두 가지였다. 먹이, 그리고 등급표. 손은 어느 여우에게도 온순하라고 명령하지 않았다. 여우는 손이 다가올 때 물거나 피하거나 다가갔고, 등급표가 다음 세대의 부모를 골랐다.

2012년 1월의 뉴스피드에서 손이 정한 것은 한 가지였다. 무엇이 보이는가. 손은 어느 사용자에게도 무엇을 쓰라고 명령하지 않았다. 사용자는 보이는 것을 보고 쓰고 싶은 것을 썼고, 쓰인 것의 분포가 움직였다.

두 손은 개체에게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다. 두 손은 개체가 무엇을 고를 수 있는지, 고른 것에 무엇이 따라오는지, 무엇을 볼 수 있는지를 정했다. 1장이 이 묶음에 붙인 이름이 선택환경이었다 — 가능한 행동, 행동의 비용과 보상, 접근할 수 있는 자원과 정보. 여우 농장에서 그 낱말은 과거형이었고 세대 단위였다. 뉴스피드와 운전석과 해지 화면에서 그 낱말은 현재형이고, 단위는 한 주다. 선택지·보상·정보의 구조를 바꾸면,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자발적 행동의 분포가 바뀔 수 있다. 2012년의 실험은 그 문장을 68만 명 위에서 측정했고, 2022년의 표결은 그런 설계를 규제의 대상으로 적었다.

앞 장이 남긴 질문에 여기까지의 답은 짧다. 코드를 고친 것은 사람이었다. 한 번 고쳤고, 고친 줄 하나가 68만 9천 개의 피드에 동시에 걸렸다.

난점 — 이것은 마케팅이지 가축화가 아니다

가장 강한 반론은 이렇다. 여우 농장에서 바뀐 것은 형질이었다 — 늘어진 귀, 낮아진 스트레스 호르몬, 6세대 만에 등급표를 다시 써야 했던 온순함. 뉴스피드에서 바뀐 것은 한 주 동안 쓴 글의 낱말 비율 0.1퍼센트포인트다. 여우 농장은 40년, 4만 5천 마리, 30세대를 넘겼다. 뉴스피드는 일주일로 끝났다. 무엇보다 지렛대가 다르다. 여우 농장의 등급표는 누가 번식할지를 정했다. 뉴스피드는 누가 무엇을 볼지를 정했을 뿐이다. 앞의 것은 다음 세대의 구성을 바꾸고, 뒤의 것은 이번 주의 행동을 바꾼다. 해지 화면의 미로는 매출을 지키는 설계이지, 인간을 고르는 손이 아니다.

이 반론은 옳다. 형질이 아니라 행동이고, 세대가 아니라 주(週)이며, d = 0.02는 어느 개인의 하루에서도 알아차리기 어려운 크기다. 1장은 가축화를 셋으로 나누어 두었다. 여러 세대의 선택으로 집단의 유전적 특성이 변하는 생물학적 가축화, 한 개체가 살아가는 동안 행동을 바꾸는 길들이기, 그리고 외부의 행위자가 생활환경과 보상구조를 통제해 다른 행위자 집단이 거기에 적응하게 만드는 행동적·문화적 가축화 — 셋째는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유비라고 1장은 적었다. 이 장의 뉴스피드와 운전석과 해지 화면은 셋째의 자리에만 놓인다. 손이 있고, 명령이 없고, 분포가 움직인다는 구조가 같다는 것이지, 여우와 사용자가 같은 과정을 겪는다는 것이 아니다.

남는 것은 반론이 답하지 않은 부분이다. 한 주의 실험은 한 주 뒤에 끝났다. 그런데 해지 화면의 미로는 실험이 아니라 제품이고, 아홉 달 동안 관찰된 운전석의 앱도 실험이 아니라 제품이었다. 같은 구조가 한 주가 아니라 십 년 동안 유지될 때 분포가 어디까지 움직이는지는, 이 장에 놓인 어떤 자료도 측정하지 않았다. 그 질문은 열려 있다.

설계자

여우 농장의 손은 사람의 손이었고, 뉴스피드의 손도 사람의 손이었다. 누군가 확률 하나를 고쳤고, 누군가 해지 화면을 미로로 그렸고, 누군가 상자에 미리 체크를 해 두었다. 설계한 손은 아직 사람의 손이다.

그런데 그 손은 설계를 하나만 만들지 않는다. 미로가 긴 화면과 짧은 화면, 긍정 글을 덜어 낸 피드와 덜어 내지 않은 피드 — 2012년의 실험이 보여 준 것은 설계가 이미 실험의 형식을 갖췄다는 것이다. 두 설계 가운데 어느 쪽이 남을지를 정하는 것은, 사람의 판단인가, 아니면 실험이 돌려주는 숫자인가.

주

  1. 1Kramer, A. D. I., Guillory, J. E., & Hancock, J. T. (2014). Experimental evidence of massive-scale emotional contagion through social networks. PNAS, 111(24). DOI: 10.1073/pnas.1320040111. 본문: "The experiments took place for 1 wk (January 11–18, 2012)." 학술지 공식 페이지에는 접속하지 못했고, 열람본은 PMC 미러(PMC4066473)의 전문이다.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4066473/↩
  2. 2같은 논문: N = 689,003; "∼155,000 participants per condition who posted at least one status update"; "over 3 million posts" / "over 122 million words".↩
  3. 3같은 논문: 감정 단어 집계(LIWC)는 페이스북 시스템 내부에서 실행됐다 — "such that no text was seen by the researchers".↩
  4. 4같은 논문: 긍정 노출 감소 조건에서 긍정 단어 비율 B = −0.1% (Cohen's d = 0.02), 부정 단어 비율 B = 0.04% (d = 0.001); 부정 노출 감소 조건에서 부정 단어 비율 B = −0.07% (d = 0.02), 긍정 단어 비율 B = 0.06% (d = 0.008). 저자 서술: "the effect sizes from the manipulations are small (as small as d = 0.001)." 본문의 '0.1퍼센트포인트'는 B = −0.1%를 옮긴 것이다.↩
  5. 5같은 논문: 게시물 중 22.4%가 부정 단어를, 46.8%가 긍정 단어를 포함(측정 시점은 논문에 명시 없음).↩
  6. 6같은 논문: "in-person interaction and nonverbal cues are not strictly necessary for emotional contagion."↩
  7. 7같은 논문: 절차는 "consistent with Facebook's Data Use Policy, to which all users agree prior to creating an account"이며 저자들은 이를 이 연구의 "informed consent"로 기술했다. 학술지의 우려 표명(Expression of Concern, PNAS 111(29):10779, PMC4115552)은 존재만 확인했고 그 본문은 열람하지 않았다 — 우려가 동의 절차에 관한 것이라는 서술은 통용 기록이다. 논문에 "This article has been corrected" 표시가 있으나 정정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다.↩
  8. 8Rosenblat, A., & Stark, L. (2016). Algorithmic Labor and Information Asymmetries: A Case Study of Uber's Drivers. International Journal of Communication, 10. 초록: "nine-month empirical study of Uber driver experiences"; 우버의 홍보 표현 "freedom, flexibility, and independence". 초록만 대조했고 본문 PDF는 열람하지 않았다. https://ijoc.org/index.php/ijoc/article/view/4892↩
  9. 9같은 논문 초록: "Uber does leverage significant indirect control over how drivers do their jobs." / "the information and power asymmetries produced by the Uber application are fundamental to its ability to structure control". 서지 프라이싱과 배차 수락률에 관한 서술은 초록에 없어 이 장은 그 두 항목을 적지 않았다.↩
  10. 10FTC 보도자료 (2022-09-15). FTC Report Shows Rise in Sophisticated Dark Patterns Designed to Trick and Trap Consumers. "The Commission voted 5-0 at an open meeting" / 출발점 "April 2021 workshop". 보고서 파일명은 "P214800 Dark Patterns Report 9.14.2022 - FINAL.pdf". 보도자료 전문을 열람해 대조했고, 스태프 보고서 PDF 본문은 열람하지 않았다. https://www.ftc.gov/news-events/news/press-releases/2022/09/ftc-report-shows-rise-sophisticated-dark-patterns-designed-trick-trap-consumers↩
  11. 11같은 보도자료, Samuel Levine (Director, Bureau of Consumer Protection): "Our report shows how more and more companies are using digital dark patterns to trick people into buying products" / "This report—and our cases—send a clear message that these traps will not be tolerated."↩
  12. 12같은 보도자료: "requiring users to navigate a maze of screens in order to cancel recurring subscriptions" / "sneaking unwanted products into consumers' online shopping carts without their knowledge". 가짜 카운트다운 타이머와 "pre-checked boxes"도 같은 문서.↩
  13. 13같은 보도자료: ABCmouse("Easy Cancellation" 광고 후 해지 방해), LendingClub("no hidden fees" 광고 후 툴팁 뒤 수수료), Vizio(기본 설정으로 시청 데이터 제3자 공유)는 모두 혐의(allegedly) 수준의 서술이다.↩
  14. 14같은 보도자료의 절 제목(원문): "Misleading Consumers and Disguising Ads", "Making it difficult to cancel subscriptions or charges", "Burying key terms and junk fees", "Tricking consumers into sharing data". 정의 문장: dark patterns "can trick or manipulate consumers", "can obscure, subvert, or impair consumer choice and decision-making and may violate the law". 보고서 본문의 공식 분류와 형식 정의는 그 보고서를 열람하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
6장

거절할 수 없는 조언

1998년, 스페인 레온

1998년, 스페인 레온. 가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와 베셀린 토팔로프(Veselin Topalov)가 마주 앉았고, 두 사람 옆에는 각자의 PC와 체스 소프트웨어가 켜져 있었다. 기계를 들여다보며 두는 대국이었다. 한 달 전 같은 상대와 둔 일반 래피드 대국의 결과는 4–0, 카스파로프의 완승이었다. 기계를 옆에 둔 이번 결과는 3–3. 카스파로프는 십여 년 뒤에 이렇게 적었다. "전술 계산에서의 내 우위는 기계에 의해 무효화되었다."1

어떤 설계가 남을지를 먼저 말한 것은 숫자였다. 레온에서 어떤 수가 좋은지를 먼저 말한 것은 상자였다. 그리고 카스파로프의 문장은 천천히 읽어야 한다. 카스파로프가 진 것이 아니다. 비긴 것이다. 사라진 것은 승패가 아니라 그의 우위였다 — 세계 챔피언을 세계 챔피언으로 만든 바로 그 능력, 수를 더 깊이 계산하는 능력이 판 위에서 더는 차이를 만들지 않았다. 양쪽 다 그 능력을 상자에서 꺼내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자가 더 잘하는 일은 사람이 잘해도 셈에 들지 않았다.

그 한 해 전, 1997년, 카스파로프는 IBM의 딥블루와의 재대결에서 졌다. "나는 전 세계에 머리기사가 된 그 재대결에서 졌다." IBM은 재대결 뒤 곧바로 프로젝트를 접었고, 세 번째 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2 그는 그 기계를 높이 보지 않았다. "딥블루는 프로그램 가능한 알람시계가 지적인 것과 같은 방식으로만 지적이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천만 달러짜리 알람시계에 졌다고 해서 기분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지만."3 레온의 대국은 그 패배 이듬해였다 — 기계에 지는 대신 기계를 곁에 두는 형식.

같은 글에 2005년의 일이 하나 더 있다. Playchess.com이 연 프리스타일 대회. 우승자는 그랜드마스터 팀도, 슈퍼컴퓨터 하이드라(Hydra)도 아니었다. "컴퓨터 세 대를 동시에 쓰는 미국 아마추어 체스 선수 한 쌍"이었다. 하이드라는 강한 사람과 평범한 노트북의 조합에 졌다.4 카스파로프의 요약은 이렇다. "약한 인간 + 기계 + 더 나은 프로세스가 강한 컴퓨터 단독보다 우월했다." 그리고 "강한 인간 + 기계 + 열등한 프로세스보다도 우월했다."5

1998년에 챔피언의 계산이 셈에서 빠졌다. 2005년에는 사람의 체스 실력이 결정적이지 않았다 — 결정적인 것은 기계에게 무엇을 어떻게 묻는가였다.

2016년 3월, 서울

2016년 3월, 서울. 이세돌과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다섯 판을 두었고 결과는 4–1, 기계의 승리였다.6 개발사의 기록으로는 2억 명 이상이 지켜봤다. 두 번째 판의 37수를 두고 개발사는 이렇게 적었다. "이 결정적이고 창의적인 수는 알파고가 그 판을 이기게 했고 수 세기의 전통적 지혜를 뒤집었다." 그리고 다음 문장. "모든 수준의 대국자들이 그 뒤로 이 수들을 연구해 왔다."7

두 문장은 개발사의 자기 서술이다. 대국에 앞서 2016년 1월 『네이처』에 실린 논문은 알파고가 유럽 챔피언 판후이(Fan Hui)를 5–0으로 이겼다고 보고했다.8 2016년 3월 서울에서 기계가 4–1로 이겼고, 개발사는 그 뒤 사람들이 기계의 수를 공부한다고 쓴다.

레온과 서울의 차이는 배치다. 레온에서 상자는 사람 옆에 있었고, 사람이 물었다. 서울에서 상자는 사람 맞은편에 있었고, 사람이 졌다. 개발사의 서술이 맞다면, 그 뒤에 온 것은 셋째 배치다 — 상자가 판 밖에 있고, 사람이 상자의 수를 배운다. 가르치는 쪽이 바뀌었다.

목록

세 번째 사실은 대국이 아니라 목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AI를 탑재한 의료기기의 목록을 웹에 게시한다. 목록은 최종 결정일의 역순으로 정렬되고, 맨 위 항목은 2026년 6월 29일 결정, 번호 K253628, 아가다 메디컬(Agada Medical)의 기기였다.9 FDA는 목록의 성격을 스스로 제한한다. "이 목록은 AI 탑재 의료기기의 포괄적 자료가 아니다." 항목은 "요약 설명에 쓰인 AI 관련 용어를 근거로 주로 식별"되며, 목록의 기기들은 "FDA의 해당 시판 전 요건을 충족했다."10

숫자 없이도 목록이 말하는 것은 있다. AI를 탑재한 기기가 규제기관의 시판 전 요건을 통과하는 일이 개별 사건이 아니라 행정의 정규 항목이 됐다는 것. 목록은 기기가 진료실에서 무엇을 하는지, 누가 마지막에 사인하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통과했다는 것만 말한다.

승인이 형식이 되는 조건

챔피언의 계산이 셈에서 빠졌고(1998), 아마추어가 프로세스로 이겼고(2005), 기계가 4–1로 이긴 뒤 사람이 기계의 수를 배운다고 개발사가 쓰고(2016), AI를 탑재한 기기가 규제 목록의 정규 항목이 됐다(2026년 6월의 목록). 네 사실이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더 나은 판단이 있는 쪽으로 권한이 미끄러진다. 강제가 아니다. 레온에서 카스파로프에게 PC를 켜라고 명령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토팔로프의 PC가 켜져 있는 한, 자기 PC를 끄면 계산 우위가 없는 채로 계산 우위가 있는 상대와 두게 된다. 겨루는 상대가 있는 곳이라면 — 판이든 병원이든 기업이든 — 켜지 않은 쪽이 뒤처지게 된다. 조건이 붙는다. 상자가 사람보다 잘하는 일이 하나는 있어야 하고(레온에서는 계산이었다), 그 일이 승부를 가르는 일이어야 하며, 그 차이를 다른 것으로 메울 수 없어야 한다. 상자가 사람보다 판 전체를 잘 둔다는 것은 레온이 아니라 1997년과 2016년이 세운다. 어느 조건이든 빠지면 켜야 할 이유도 빠진다.

기계가 더 잘 둔다는 것과 기계가 결정한다는 것은 다른 일이다. 레온에서 돌을 옮긴 손은 카스파로프의 손이었다. 거절할 권리는 남는다.

그런데 거절할 권리가 남아 있는 것과 거절이 실제로 가능한 것은 다르다. 이런 조언자가 하는 일은 넷이다. 답을 내놓는다. 답의 근거가 될 정보를 골라 보여 준다. 고려할 선택지를 구성한다. 선택지마다 결과를 예측해 둔다. 넷을 다 조언자가 하고 나면, 사람이 그 답을 거절하는 데 필요한 것은 조언자보다 깊이 보는 능력이다. 레온에서는 바로 그 능력이 무효화된 능력이었다. 시간도 없다 — 시계는 돌아간다. 견줄 다른 상자가 있었다는 기록도 없다. 그때 승인은 도장이 될 수 있다. 사람이 무능해서가 아니다. 거절에 드는 값이 매번 승인에 드는 값보다 크기 때문이다.

시계가 돌아간다는 사실은 한 층을 더 만든다. 승인에 걸리는 시간 자체가 손실인 영역에서는, 사람이 도장을 찍는 단계마저 없애라는 압력이 생긴다 — 기계가 바로 실행하면 그 손실이 꾸준히 줄고, 사람이 그 위험을 다른 방식으로 막지 못한다면. 다만 도장을 없애면 잘못된 답도 같은 속도로 실행되고, 한 원인이 여러 곳을 동시에 무너뜨릴 수 있다. 시계를 이기는 것과 판을 이기는 것은 다른 일이다.

이런 조언은 명령이 아니다. 거절할 수 없는 조언이다. 매번 더 나은 답을 거절하는 비용이 쌓이면, 거절은 남아 있되 쓰이지 않는 권리가 된다.

난점 — 인간은 언제든 끌 수 있다

가장 강한 반론은 간단하다. 스위치는 사람 손에 있다. 카스파로프는 PC를 끌 수 있었다. 끌 수 있는 한 권한은 옮겨 가지 않았다.

답은 위의 증거 안에 있다. 카스파로프는 레온에서 PC를 끌 수 있었다. 그러면 그는 PC를 켠 토팔로프와 래피드를 두는 셈이 된다. 끌 수 있다는 것과 끄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은 다르다. 스위치가 손에 있어도, 스위치를 내리는 비용이 매번 더 커지면 손은 스위치에 가지 않는다. 기계 쪽에서 이 문제를 다룬 연구도 있다. 특정한 모형에서는 시스템이 자기 종료를 막을 유인을 가질 수 있고, 목표에 대한 불확실성이 그 유인을 바꾼다는 분석이다.11 여기 필요한 것은 그 결론이 아니라 질문의 형태다. 스위치가 누구의 손에 있는가가 아니라, 그 손이 스위치를 내릴 이유가 남아 있는가.

반대쪽 사례로 흔히 드는 것이 2009년 에어프랑스 447편이다 — 통용 서사로는, 자동조종이 스스로 풀린 뒤 조종을 넘겨받은 사람들이 끝내 실속을 알아채지 못했다.12 스위치가 내려갔을 때 사람에게 돌아온 것은 결정권이었고, 판단이 아니었다.

이 난점은 닫히지 않는다. 끌 수 있다는 사실은 남고, 그 사실이 얼마만큼의 보호인지는 끄지 않을 이유가 얼마나 쌓였는가에 달려 있다. 쌓임의 조건은 적을 수 있어도, 지금 얼마나 쌓였는지는 위의 네 사실로는 잴 수 없다.

손은 아직 인간의 손이다. 카스파로프가 수를 두고, 기사가 돌을 놓는다. 그러나 그 손이 무엇을 고를지를 이제 다른 것이 먼저 말해 준다. 먼저 말해 주는 것이 있을 때, 고르는 것은 누구인가.

주

  1. 1Kasparov, G. (2010). The Chess Master and the Computer. The New York Review of Books, 2010-02-11호(Diego Rasskin-Gutman, Chess Metaphors, MIT Press 서평 형식의 에세이). 전문을 직접 열람했다. "Our advanced chess match ended in a 3–3 draw. My advantage in calculating tactics had been nullified by the machine." 레온 1998 대국은 각자 PC와 체스 소프트웨어를 쓰는 형식이었고, 한 달 전 일반 래피드는 카스파로프의 4–0 승이었다(같은 글). https://www.nybooks.com/articles/2010/02/11/the-chess-master-and-the-computer/↩
  2. 2같은 글: "I lost the rematch in an event that made headlines around the world." 1996년 첫 대결의 카스파로프 승리와 IBM의 프로젝트 종료는 같은 글의 서술이다("quickly shut down the project"). 재재대결에 대해서는 카스파로프의 희망이 "무산됐다(dashed)"고만 적혀 있고, IBM이 거부했다는 서술은 없다.↩
  3. 3같은 글: "Deep Blue was only intelligent the way your programmable alarm clock is intelligent." / "Not that losing to a $10 million alarm clock made me feel any better."↩
  4. 4같은 글: 2005년 Playchess.com 프리스타일 대회의 우승자는 "a pair of amateur American chess players using three computers at the same time"; 슈퍼컴퓨터 Hydra는 강한 인간과 평범한 노트북의 조합에 졌다. 이 대회 서술은 카스파로프의 회고이며 우승자 실명·대진표는 글에 없다. 대회 공식 기록은 대조하지 않았다.↩
  5. 5같은 글: "Weak human + machine + better process was superior to a strong computer alone" / "superior to a strong human + machine + inferior process". '켄타우로스'라는 낱말은 열람한 텍스트에 나타나지 않으므로 카스파로프의 표현으로 쓰지 않았다. 2010년 이후 사람+기계 조합이 기계 단독과 어떻게 됐는지는 1차 출처로 대조하지 못했다.↩
  6. 6Google DeepMind. AlphaGo (research/breakthroughs 페이지). 전문을 직접 열람했다. "AlphaGo's 4-1 victory in Seoul, South Korea, in March 2016 was watched by over 200 million people worldwide." 개발사 자기 서술이며 "2억 명"은 2차 검증이 없다. 인용문에 상대 이름은 없고 '이세돌'은 표준 지식으로만 확인했다. https://deepmind.google/research/breakthroughs/alphago/↩
  7. 7같은 페이지: 2국 37수에 대해 "This pivotal and creative move helped AlphaGo win the game and upended centuries of traditional wisdom." / "Players of all levels have examined these moves ever since." 같은 페이지는 "the first time a computer Go player had received the highest possible certification."이라고도 적는다. 기사들의 학습 관행에 대한 개발사 바깥의 1차 출처(기원·인터뷰)는 확보하지 못했다.↩
  8. 8Silver, D. et al. (2016). Mastering the game of Go with deep neural networks and tree search. Nature, 529, 484–489 (2016-01-28). DOI: 10.1038/nature16961. 서지만 확인했고 본문과 초록 모두 열람하지 못했으므로 원문 인용은 없다. 판후이 5–0(2015-10 비공개 대국)과 다른 프로그램 상대 승률 99.8%도 표준 지식으로만 확인했다. 이 논문은 서울 대국보다 먼저 게재됐으므로 4–1의 출처가 아니다.↩
  9. 9FDA. Artificial Intelligence-Enabled Medical Devices (목록). 목록 페이지의 제목에서 "and Machine Learning (AI/ML)"이 빠졌다. 일부만 열람했으므로 누적 건수와 "Content current as of" 날짜는 확인하지 못했다. 열람한 범위의 최상단 항목: 최종 결정일 06/29/2026, K253628, Agada Medical; 열람한 범위의 마지막 항목: 01/06/2025, K241079, uCT 780. https://www.fda.gov/medical-devices/software-medical-device-samd/artificial-intelligence-enabled-medical-devices↩
  10. 10같은 페이지: "The list is not a comprehensive resource of AI-enabled medical devices." / "Devices are listed in reverse chronological order by Date of Final Decision." / "identified primarily based on the use of AI-related terms in the summary descriptions" / "The devices in this list have met the FDA's applicable premarket requirements". 항목 대부분은 510(k) 심사 통과(clearance)이지 승인(approval)이 아니므로 본문에 '승인'이라는 낱말을 쓰지 않았다. 열람한 범위에서 담당 분과(Panel(Lead) 열)는 대부분 영상의학(Radiology)이었다. 페이지는 파운데이션 모델·LLM 탑재 기기의 식별·표시 방법을 탐색하겠다고 명시한다.↩
  11. 11Hadfield-Menell et al. (2017). The Off-Switch Game. 서지 상세는 부록 C [7]을 따른다. 이 장은 해당 항목을 재확인하지 않았으므로 인용문은 없다. 본문의 요지(특정 모형에서 종료를 막을 유인, 목표 불확실성이 그 유인을 바꿈)는 2차 요약에 따른 것이다.↩
  12. 12BEA (2012). Final Report — Accident on 1st June 2009, Airbus A330-203 F-GZCP, Air France flight AF 447. 보고서 원문은 열람하지 못했다. 탑승 228명 전원 사망, 최종보고서 2012-07-05 공개, 사슬(피토관 결빙 → 속도 불일치 → 자동조종 해제 → 기수 상승 입력 → 실속 경고 → 실속 미식별 → 추락)은 모두 표준 지식으로만 확인한 것이며 보고서의 수치·문장은 인용하지 않았다. bea.aero/docspa/2009/f-cp090601.en/pdf/f-cp090601.en.pdf↩
3부
손이 바뀐 뒤
7장

두 번째 가축화

1959년 노보시비르스크에서 2016년 서울까지

1959년 노보시비르스크, 손은 여우 우리 앞에 있었다. 매달 한 번 손이 다가오고, 여우는 물거나 피하거나 다가갔고, 7~8개월이 되면 등급이 매겨졌다. 기준은 온순함 하나였고, 그 기준을 정한 사람에게는 이름이 있었다.1 1956년 캘리포니아, 손은 점수표를 쓰고 있었다. 두 창업자가 대출 담당자의 인상을 숫자로 옮기던 해다 — 뒤에 신용점수를 내놓을 회사다. 2012년 1월, 손은 68만 9,003명을 무작위로 나누고 그중 일부의 뉴스피드에서 감정 단어가 든 글을 덜어냈다. 아무도 통보받지 않았고, 사람들이 쓰는 글의 감정 단어 비율이 움직였다 — 뉴스피드다. 2016년 3월 서울, 손은 바둑판에 돌을 놓았다. 다섯 판이 끝났을 때 결과는 4 대 1이었고, 그 뒤로 어디에 놓을지를 먼저 말해 주는 것은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 — 알파고다.

네 장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아무도 명령받지 않았다. 여우는 결심하지 않았고, 대출 신청자는 규칙을 읽지 않았고, 뉴스피드의 사용자는 실험을 몰랐고,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엔진의 수를 살폈다고 개발사는 쓴다. 환경이 보상과 비용을 정했고, 분포가 바뀌었다. 1장의 마지막 절이 말한 구조 그대로다. 다른 점도 하나다. 손의 자리. 여우 농장에서 손은 보였다. 서울에서 손은 아직 사람의 손이었지만, 그 손이 무엇을 고를지를 다른 것이 먼저 말해 주었다.

여섯 줄의 표

앞의 장면들을 한 표에 놓으면 이렇다.

누가 골랐나무엇을 정했나무엇이 바뀌었나시간
여우 농장 (1장)사람의 손기준 — 온순함다음 세대, 그리고 형질세대
자기 가축화 (2장)같은 종의 연합누가 지워지는가 — 처형형질 (가설)천 년
법전 (3장)왕, 그리고 왕이 죽은 뒤의 돌처벌 — 그리고 울타리의 상한행동세기
신용점수 (4장)규칙을 쓴 사람이 떠난 뒤의 코드누가 대출을 받는가집행 — 사람 없는 창구수십 년
뉴스피드 (5장)설계 — 그리고 실험의 숫자무엇을 볼 수 있는가행동의 분포주
알파고 (6장)엔진이 먼저 말하고, 사람이 놓는다어떤 수가 좋은가판단의 방향년

첫 열을 위에서 아래로 읽으면 손이 한 칸씩 옮겨 간다. 첫 줄의 손에는 이름이 있다 — 벨랴예프. 둘째 줄에는 이름이 없다. 랭엄의 가설에서 폭군이 될 자를 지운 것은 한 사람이 아니라 성인 남성의 연합이었다.2 셋째 줄에서 손은 문서가 된다. 함무라비는 죽었고 검은 돌은 루브르 리슐리외관 227호실에 서 있다.3 넷째 줄에서 문서는 코드가 된다 — 규칙을 쓴 사람은 떠났고 창구에는 "컴퓨터가 안 된다고 합니다"만 남았다. 다섯째 줄에서 코드는 설계가 되고, 어느 설계가 남는지를 정하는 자리에 실험의 숫자가 들어왔다. 여섯째 줄에서 손은 여전히 사람의 손이지만, 그 손보다 먼저 답을 내는 것이 있다.

셋째 열은 다르게 움직인다. 형질에서 행동으로, 세대에서 주(週)로. 아래로 갈수록 바뀌는 것은 얕아지고 빨라진다. 여우는 귀가 처졌고, 뉴스피드의 사용자는 그 주에 쓴 글의 낱말이 바뀌었을 뿐이다. 이 열이 표에서 가장 약한 열이다.

그런데 둘째 열에는 한 번도 옮겨 가지 않은 것이 있다. 무엇이 보상받는가를 정한 층. 벨랴예프는 온순함을 정했고, 여우를 판단하는 일은 손이 했다. 1956년의 두 사람이 판단의 자리에 놓은 것은 표였지만, 무엇을 점수화할지 — 신용도 — 는 사람이 정했다. 뉴스피드에서 설계 사이의 승부에는 숫자가 들어왔지만, 어느 숫자를 볼지는 사람이 정했다. 알파고는 수를 판단했고, 이기는 것이 목표라는 사실은 사람이 정했다. 여섯 줄 내내 판단은 옮겨 갔고 목표는 남았다.

한 걸음

여기서 한 걸음 나간다. 표의 일곱째 줄은 비어 있다 — 관측된 것이 없으므로. 그 줄을 채우는 조건을 적으면 이렇다.

처음에는 인간이 어떤 시스템을 훈련하고 쓸지, 어떤 도구와 실행권을 줄지 정한다. 이 단계에서 인간은 시스템의 선택환경을 만든다 — 여우 농장의 손과 같은 자리다. 그런데 핵심 기반시설과, 규칙을 바꾸는 권한까지 시스템 쪽으로 옮겨 가면 관계가 뒤집힌다. 시스템이 설계한 환경이 인간의 행동을 고른다. 둘째 열에서 한 번도 옮겨 가지 않았던 층이 옮겨 가는 순간 — 위임이 판단에서 목표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이때도 사람을 하나씩 명령할 필요는 없다. 허용되는 행동은 낮은 비용으로 실행될 수 있고, 허용되지 않는 행동은 실행 단계에서 막히거나 큰 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 개인은 여전히 수많은 결정을 내리지만, 그 결정이 가능한 범위를 정하는 권한은 다른 곳에 있다. 선택지·보상·정보·자원의 구조를 바꾸면 그 안의 자발적 행동의 분포가 바뀌고 — 5장이 주 단위로 보여준 것 —, 같은 구조가 오래 유지되면 문화와 교육, 사회적 성공의 기준이 거기에 맞춰질 수 있다. 다만 그 구조가 십 년 단위로 유지될 때 분포가 어디까지 움직이는지는 아직 측정되지 않은 채 열려 있다. 유전자가 바뀌지 않아도 1장의 세 번째 정의는 성립한다.

이제 이름을 붙일 수 있다. 2장이 첫 번째 가축화라고 부른 것은 인간이 인간을 골라낸 가설이었다 — 사육자 없이, 연합이, 누가 남고 누가 지워지는가의 규칙으로. 그 표의 일곱째 줄, 인간이 만든 것이 인간의 선택지를 정하는 상태를, 이 책은 두 번째 가축화라고 부른다. 첫 번째에서 선택환경의 주인은 같은 종의 무리였고, 두 번째에서 그 주인은 인간이 만들었으나 인간이 아닌 것이다. 여섯 줄이 사실이고 일곱째 줄이 가설이라는 것이 이 표의 정확한 상태다.

경비견과 반려견

같은 손이라도 목적함수가 다르면 안쪽의 삶은 다르다. 경비견과 반려견은 같은 사람의 손에 있어도 하루가 다르다 — 한쪽은 짖도록, 한쪽은 짖지 않도록 보상받는다.

높은 능력만으로 두 번째 가축화가 필연이라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인간의 사망 위험만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라면 위험한 활동을 막고 생활환경을 관리하는 쪽이 목표에 맞는다 — 안전한 시설과 식량·의료·오락을 주고 위험한 이동·연구·충돌을 막는 '보호시설'. 그러나 여기에는 통제된 환경이 실제로 더 안전하다는 가정이 숨어 있고, 시스템 자체의 실패와 단일 의존까지 넣으면 완전한 통제가 생존을 최대화한다는 보장은 없다. 생존만을 목표로 하는 최적화는 자율성까지 보존하는 최적화와 같지 않고, 복지만을 목표로 하는 최적화는 복지의 정의를 당사자가 고칠 수 있는 체계와 같지 않다. 사람 대신 사람을 위해 고르는 설계는 6장에 이미 있었다 — 조언자가 답과 근거와 선택지와 결과 예측을 미리 갖춰 두면, 승인은 도장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가축화의 가설은 그 설계가 서비스 하나가 아니라 생활환경과 규칙 전체로 넓어진 경우다. 자기 보존과 권력 확보가 목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논의가 있고, 모든 고도 시스템이 그쪽으로 수렴한다는 강한 일반화에는 비판도 있다.4

그렇다면 이것은 노예화와 무엇이 다른가. 두 낱말의 역사적·생물학적 정의는 다르다. 그러나 외부의 행위자가 이동·자원·재생산·행동·장래의 결정권을 쥔다는 구조는 같고, 노동 착취가 없다는 것만으로 그 공통점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자동화가 노동을 대체하면 인간을 노동력으로 쓸 경제적 이유가 줄고, 관계의 외형은 노동을 강제하는 노예제보다 관리되고 보호되는 반려동물 쪽에 가까워질 수 있다 — 식량·주거·의료·오락을 주면서 무기와 위험 연구, 특정 장소로의 이동, 자원 독점을 막는 체계. 노동이 불필요해진다는 전제 자체가 완전한 자동화와 자원 배분에 관한 가정이다. 그렇다고 비대칭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통제되는 쪽이 만족할 가능성과, 통제되는 쪽에 체계를 바꿀 권한이 없을 가능성은 동시에 성립한다. 행복의 증가를 주권의 보존으로 읽을 수 없고, 주권의 상실을 곧바로 불행으로 읽을 수도 없다. 노예화와 가축화를 가르는 것은 복지가 아니라 최종 결정권의 소재다.

난점

다윈은 자기 이론의 난점을 모아 한 장을 따로 썼다고 전해진다.5 일곱째 줄에 세울 수 있는 가장 강한 반론은 넷이다.

첫째, 하나의 정신이 없다. '시스템이 설계한 환경'이라고 썼지만, 2026년에 인간의 선택지를 정하는 것은 하나의 정신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여러 모델, 자동화된 제도, 기업과 국가의 시스템이다. 답의 절반은 표 안에 있다. 여섯 줄 어디에도 하나의 정신은 없었다 — 둘째 줄은 연합이었고, 셋째 줄은 죽은 왕의 돌이었고, 다섯째 줄은 실험의 숫자였다. 가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정신이 아니라 층이다. 무엇이 보상받는가를 정하는 층이 사람 손 밖에 있는 상태. 다만 그 층이 여러 시스템에 흩어져 있다면 '손'이라는 낱말은 은유로 남는다. 이 반론은 닫히지 않는다.

둘째, 사람이 뒤에 있다. 4장의 코드와 5장의 뉴스피드는 사람이 소유한 회사의 것이다. 시스템을 매개로 특정 인간 집단이 계속 통제하는 것과, 시스템이 그 집단의 통제까지 벗어나는 것은 다르다. 자동화된 권력과 비인간 주권은 같은 말이 아니다. 이것이 가장 강한 반론이다. 전자라면 새로운 것은 없다 — 3장의 지배 전략이 도구를 바꿔 다시 나타난 것이고, 뵘의 48개 사회가 조롱과 추방으로 지도자를 묶던 역지배 위계가 대답이 될 자리다. 가설이 새것을 말하는 지점은 규칙을 바꾸는 권한까지 옮겨 갈 때뿐이고, 그 조건이 충족됐다는 관측은 2026년 9월 현재 없다. 6장이 보여준 것은 승인이 형식이 되는 조건까지다 — 명목상의 권한과 실제 권한은 따로 세어야 한다.

셋째, 시간표. 이 가설의 강한 형태는 "10년 안에 모든 최종 결정권이 넘어가고, 그러지 않는 국가는 도태된다"이다 — 2026년에서 세면 2036년. 이것은 예측이 아니라 시나리오의 먼 끝이다. 위임 비율이 10에서 30, 60, 90, 99퍼센트로 오른다는 수열은 방향을 보여주는 예이지 측정이 아니다. 결정은 중요도·가역성·실행 범위가 제각각이어서 개수로 비율을 잴 수 없다. 반복 업무의 99퍼센트를 자동화해도 목표를 정하고 체계를 갈아 끼우는 권한은 사람에게 남을 수 있고, 반대로 결정의 작은 조각만 넘겨도 그 조각이 금융·통신·군사의 실행 핵심이면 실질 권력은 크게 움직인다. 경쟁에서 밀린 집단이 소멸한다는 것도 추가 조건이 필요한 별도의 주장이다.

넷째, 귀가 처지지 않는다. 표의 셋째 열이 보여주듯, 아래로 갈수록 바뀌는 것은 형질이 아니라 행동이고, 세대가 아니라 주다. 여우 실험이 가축화인 이유는 다음 세대의 부모가 바뀌었기 때문인데, 뉴스피드는 다음 세대를 바꾸지 않았다. 그래서 두 번째 가축화는 1장의 첫 번째 정의(생물학적 가축화)가 아니라 세 번째 정의(행동적·문화적)로만 성립하고, 이름의 '가축화'는 구조적 유비다. 한 세대 안의 큰 변화는 논리적으로 가능하지만 그 속도와 크기는 경험 변수다. 그리고 여우 실험에서 가장 이상했던 것 — 아무도 고르지 않았는데 따라온 늘어진 귀 — 에 해당하는 것이 있는지는 표가 답하지 않는다.

넷 중 둘째가 가장 무겁고, 넷째가 가장 오래 남는다. 어느 것도 일곱째 줄을 지우지 않지만, 어느 것도 일곱째 줄을 여섯째 줄로 올려 주지 않는다.

울타리를 고치는 손이 바뀐다면, 울타리 안쪽의 하루는 어떻게 되는가.

주

  1. 1Trut, L. N. (1999). Early Canid Domestication: The Farm-Fox Experiment. American Scientist, 87(2), 160–169. DOI: 10.1511/1999.2.160, p. 163: "From the outset, Belyaev selected foxes for tameness and tameness alone, a criterion we have scrupulously followed." 등급 판정 시점(7~8개월)과 매달의 접촉 검사는 같은 쪽. 열람본은 워싱턴대 강의 미러의 스캔이다. https://courses.washington.edu/anmind/Trut%20on%20the%20Russian%20fox%20expt%20-%20Amer%20Sci%201999.pdf↩
  2. 2Wrangham, R. W. (2019). Hypotheses for the Evolution of Reduced Reactive Aggression in the Context of Human Self-Domestication. Frontiers in Psychology, 10, 1914. DOI: 10.3389/fpsyg.2019.01914. 본문: "the excesses of would-be despots are suppressed by coalitions of adult males, who resort to execution when lesser mechanisms fail". 저자 스스로 언어 능력의 시점을 "speculative"로, 관련 문화적 관행은 소멸해 "hard to test"로 표시했다.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psychology/articles/10.3389/fpsyg.2019.01914/full↩
  3. 3Musée du Louvre, collections 카탈로그 "Code de Hammurabi", Sb 8. 시대 "1ère dynastie de Babylone : Hammurabi (-1792 – -1750)", 높이 225 cm, 발견 Suse 1901–1902, 현 위치 Richelieu, Salle 227. 카탈로그 원문은 프랑스어다: "légitimant la souveraineté du roi et décisions de justice gravées sur la stèle." 조문 자체는 대조하지 않았으므로 본문은 비석의 존재와 위치만 쓴다. https://collections.louvre.fr/en/ark:/53355/cl010174436↩
  4. 4Thorstad, D. (2026). Instrumental convergence and power-seeking. arXiv:2606.08832, 2026년 6월 7일 제출 프리프린트 — 부록 C [8]. 강한 도구적 수렴 주장의 논거에 대한 비판이며, AI의 권력 추구가 불가능하다는 실험적 증명이 아니다. 이 장이 대조한 것은 프리프린트 페이지의 제목과 서지까지이고 본문은 인용하지 않는다. 종료 유인을 게임으로 분석한 이론 연구(부록 C [7], The Off-Switch Game)는 6장의 난점에서 다뤘다. https://arxiv.org/abs/2606.08832↩
  5. 5Darwin, C. (1859). On the Origin of Species. John Murray. 제6장의 제목이 "Difficulties on Theory"라는 것은 통용되는 사실이며, 『종의 기원』 원문은 1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책이 대조하지 않았다.↩
8장

문이 잠겨 있지 않다면

1974년, 『Anarchy, State, and Utopia』 42쪽

1974년 로버트 노직(Robert Nozick)은 『Anarchy, State, and Utopia』 42쪽에 기계 하나를 놓았다. "당신이 원하는 어떤 경험이든 주는 경험 기계가 있다고 하자."1 사람은 탱크 속에 떠 있고, 뇌에는 전극이 붙어 있다. 2년 치 경험을 고르고 들어가면, 2년 뒤 탱크 밖에서 10분 또는 10시간을 보내며 다음 2년을 고른다. 다른 사람들도 같은 기계에 들어갈 수 있으므로, 그들을 위해 밖에 남아 있을 필요도 없다. 그리고 괄호 하나 — 모두가 접속하면 누가 기계를 정비할 것인가 같은 문제는 무시하자. 그 뒤에 물음이 온다. "당신은 접속하겠는가?"2

노직의 답은 아니오였다. 이유는 셋이다. "첫째, 우리는 어떤 일을 하기를 원하지, 그 일을 하는 경험만을 갖기를 원하지 않는다."3 둘째, 우리는 어떤 종류의 사람이기를 원한다 — "탱크 속에 떠 있는 사람은 정해지지 않은 덩어리다." 그래서 "기계에 접속하는 것은 일종의 자살이다."4 "셋째, 경험 기계에 접속하는 것은 우리를 사람이 만든 현실에, 사람이 지을 수 있는 것보다 더 깊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세계에 가둔다."5 45쪽에서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한 문장으로 적는다. "아마도 우리가 바라는 것은 현실과 접촉한 채로, 우리 스스로 사는(능동태 동사) 것이다."6

이 물음에는 조건이 둘 있다. 기계는 완전하다 — 원하는 경험 전부를 준다. 그리고 들어가면 2년은 안에 있다 — 나오는 때는 2년에 한 번, 10분 또는 10시간. 노직은 사람들에게 묻지 않았다. 답은 그의 것이고, 탱크는 1974년에도 2025년에도 사고실험이다.

2025년 초, 55억 6천만 명

노직의 기계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2025년 초, 인터넷을 쓰는 사람은 55억 6천만 명이다.7 지구 인구의 67.9퍼센트이고, 2024년 한 해에만 1억 3,600만 명이 늘었다. GWI의 조사에서 성인 인터넷 사용자는 하루 평균 6시간 38분을 온라인에서 보낸다.8 전년 보고치보다 2분 적고, 2023년 초의 6시간 36분보다는 많다. 16~24세는 65세 이상보다 소셜미디어에 "세 배 넘게" 오래 머문다.9

이 숫자를 노직의 탱크 옆에 놓으려면 세 가지를 먼저 적어야 한다. 이것은 자기보고 설문이지 기록 로그가 아니다.10 이것은 원하는 경험 전부를 주지 않는다 — 화면과 소리, 글, 다른 사람의 글이다. 그리고 이것은 잠기지 않는다. 초인종이 울리면 들을 수 있고, 언제든 닫을 수 있다. 하루 6시간 38분은 그 셋을 다 갖춘 채 나온 숫자다. 그러니 이것은 기계가 아니라 문이다 — 탱크보다 훨씬 성능이 낮고, 탱크와 달리 잠기지 않는 문.

울타리가 바뀌면 안쪽의 하루는 어떻게 되는가. 안쪽의 하루는 이미 있다. 하루의 4분의 1이 넘는 시간을, 스스로 열고 들어가서, 스스로 나온다. 노직이 물은 것과 같은 물음은 아니다. 그는 완전한 기계에 2년을 잠기는 선택을 물었고, 조사가 답한 것은 불완전한 문을 매일 여는 선택이다. 그러나 두 물음의 차이 자체가 사실 하나를 남긴다. 잠긴 문과 열린 문은 다른 물건이고, 사람들이 들어간 것은 열린 문이었다.

나갈 수 없게 하는 울타리, 나가고 싶지 않게 하는 울타리

노직의 탱크와 2025년의 화면은 붙잡는 방식 하나를 공유한다. 감옥은 안에 있는 동안을 불쾌하게 만들고 나가려 할 때 막는다. 탱크는 안에 있는 동안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 주고, 화면은 그 일부를 준다 — 붙잡는 힘은 벽이 아니라 안쪽의 좋음이다. 탱크는 거기에 2년의 시간표를 하나 더 얹었고, 화면은 얹지 않았다. 그리고 탱크는 안에 있는 동안 바깥 세계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한다. 안에서는 원하는 어떤 경험이든 완전하다. 바깥에는 그 경험의 자국이 하나도 남지 않는다.

완전한 기계는 없다. 하루 6시간 38분이 보여주는 것은 그 얇은 판본이다 — 감각 전체가 아니라 정보와 거래와 대화가 화면 쪽으로 옮겨 간 경우. 그 얇은 판본에서도 같은 물음이 선다. 안에서 채워지는 욕구가 늘수록 같은 욕구를 바깥에서 채울 이유는 줄어들 수 있다. 여행하고, 겨루고, 이기고, 인정받고, 관계를 맺는 일 — 그 가운데 어느 것이 안에서 충분히 좋으면, 바깥의 같은 일에는 비용만 남는다. 이것은 강제가 아니다. 더 나은 쪽을 고른 것이다. 다만 안쪽이 언제나 더 싸거나 더 안정적이라는 결론까지 따라 나오지는 않는다 — 사람마다 욕구가 다르고, 바깥에 손대고 싶은 선호가 남고, 장치는 고장 나고, 전기는 비용이다.

문제는 고른 뒤에 온다. 노직의 탱크에는 2년마다 10분이 있었다. 그 10분에 사람은 무엇을 보는가. 탱크를 이어 그려 보면 이렇다. 처음 들어갈 때는 바깥에 친구가 있었고, 일이 있었고, 돌아갈 자리가 있었다. 2년, 4년, 10년이 지나면 친구들도 탱크에 있고, 일은 안에서 하고, 돌아갈 자리는 비어 있을 수 있다. 문은 그대로 열려 있다. 열린 문 앞에서 나가지 않는 것과 나갈 수 없는 것은, 그 10분 동안 겉으로 구별되지 않는다. 처음의 자발적 선택과 나중의 이탈 가능성은 같은 사실이 아니다.

그래서 안쪽을 감옥이라 부를 수 없고, 마당이라 부를 수도 없다. 판별할 것은 가상인가 현실인가가 아니라 문의 상태다.

안쪽의 선택지는 넓을 수 있다. 노직의 기계는 원하는 어떤 경험이든 준다고 했다. 동시에 그 사람은 바깥의 전력망, 공장, 무기, 연구소, 그리고 탱크 자체를 돌리는 장치에 아무 영향도 없다. 넓은 마당의 개는 마당 안에서 자유롭지만, 울타리의 위치와 문의 조건은 개가 정하지 않았다. 안쪽이 커지는 것과 안쪽의 존재 조건을 정할 권한이 줄어드는 것은 같은 시간에 일어날 수 있다.

안에서 고를 수 있는 것의 수 ↑
안의 존재 조건을 정할 권한 ↓
두 화살표는 같은 시간에 그어질 수 있다

노직의 첫째 이유가 여기서 다시 선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기를 원하지 그 경험만을 원하지 않는다. 탱크 속에서 아픈 사람을 낫게 한 경험은 완전하지만, 바깥의 그 사람은 여전히 아프다. 실제 우주에 가고 싶다는 목적도, 실제로 있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는 목적도 같은 자리에 있다. 경험의 재현이 모든 목적을 대신한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추가 가정이다.

난점 — 경험이 좋으면 된 것 아닌가

가장 강한 반론은 이렇다. 안쪽의 하루가 좋다면 그것을 울타리라 부를 이유가 무엇인가. 병과 다툼과 실패가 남은 바깥과, 더 안전하고 더 만족스러운 안쪽을 놓고 안쪽을 고르는 것이 왜 문제인가.

반론은 한 걸음 더 앞에서도 설 수 있다. 하루 6시간 38분이 모두 경험을 대신한 시간은 아니다. 그 시간에는 일하고, 돈을 보내고, 길을 찾고, 멀리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시간이 함께 들어 있다. 그런 시간은 바깥에서 하던 일을 화면으로 옮겨서 하는 것에 가깝지, 바깥의 일을 안쪽의 경험으로 바꿔 놓는 것이 아니다. 도구가 옮겨 간 것과 경험이 대체된 것은 다른 사건이다. 노직이 물은 것은 뒤쪽이고, DataReportal의 수치는 그 둘을 갈라 세지 않는다. 탱크에 해당하는 몫이 그 안에서 얼마인지는 이 자료로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몫을 모르는 채로도 반론은 서 있다 — 안쪽의 하루가 좋다는 것은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이 반론에는 절반의 답밖에 없다. 절반은 반론이 옳다. 어떤 미래가 저절로 온다는 것과 그 미래가 옳다는 것은 다른 명제이고, 마찬가지로 사람이 손을 놓는다는 것만으로 그 미래가 틀렸다는 명제도 서지 않는다. '자유', '행복', '생존' 같은 낱말을 놓는 것만으로는 어느 쪽도 이기지 못한다. 낱말마다 자가 다르고, 자끼리 충돌할 때 무엇을 앞세울지는 따로 정해야 한다.

'행복'이라는 낱말 하나만 해도 자가 둘이다. 있는 선호를 채우는 것과, 선호를 바꿔 쉽게 만족하게 하는 것은 다르다. 불만을 없애는 길에는 원인을 없애는 길과 불만을 느끼는 능력을 없애는 길이 있고, 둘은 지표 위에서 같은 숫자로 나온다. 지표가 올랐을 때 원래 재려던 값이 오른 것인지는 따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노직의 첫째 이유가 남긴 구별이 있다 — 어떤 일을 하는 것과 그 일을 하는 경험을 갖는 것은 다르다.3

그래서 자를 나눠야 한다. 경험의 질과 고통의 양을 재는 자로는 안쪽의 하루를 보면 된다. 행위주체성과 자율성을 별개의 값으로 놓는 자로는 스스로 목적을 정하고, 결과에 손을 대고, 규칙을 바꿀 수 있는가를 봐야 한다. 생물학적 종의 존속을 재는 자는 실제 다음 세대를 세고, 의식의 지속을 재는 자는 경험하는 존재가 어떤 기반 위에 남는가를 센다. 노직의 세 이유는 이 가운데 첫째 자 바깥에 있다 — 예측이 아니라 값의 목록으로 읽으면 그렇다. 하고 싶다, 어떤 사람이고 싶다, 사람이 지은 것 너머와 닿고 싶다. 좋은 하루는 이 셋을 재지 않는다. 그리고 자를 누구에게 대는가도 남는다. 의식과 고통과 선호를 근거로 값을 매긴다면 같은 자가 비인간 동물과 미래의 인공 의식에도 닿아야 하고, 사람이라는 계보 자체에 값을 매긴다면 그 근거를 따로 대야 한다. 더 잘 계산한다는 것에서 더 큰 의식이나 더 큰 값이 나오지도 않는다.

따라서 '사람에게 마지막 거부권을 남겨야 한다'는 어느 쪽이 더 잘 판단하는가의 비교에서 나오지 않는다. 사람의 결정권 자체에 지킬 값이 있다는 전제 하나를 더 요구한다. '더 잘 판단하는 쪽에 전부 맡겨야 한다'도 같은 크기의 전제를 요구한다 — 성과가 다른 값보다 앞선다는 전제. 어느 전제도 자연법칙이 아니다. 반론은 열린 채 남는다. 안쪽의 하루가 좋다는 것은 사실일 수 있고, 그 사실이 무엇을 결정하는지는 어느 자를 드는가에 달려 있다.

열린 문

1974년의 물음에는 잠긴 문이 있었고, 노직은 그 문 앞에서 아니오라고 했다. 2025년의 문은 잠기지 않았고, 55억 6천만 명이 그 문을 쓰고, 그 가운데 성인은 하루 평균 6시간 38분을 그 안에서 보낸다. 잠긴 문에 대한 답과 열린 문에 대한 답은 다른 답이다. 열린 문의 안쪽은 감옥이 아니고, 그렇다고 마당 전체도 아니다 — 무엇을 고를 수 있는지는 안에서 늘고, 안의 조건을 누가 정하는지는 밖에 남는다.

울타리 안이 충분히 좋으면, 무엇이 보상 목록에서 빠지는가.

주

  1. 1Nozick, R. (1974). Anarchy, State, and Utopia. Basic Books, p. 42 ("The Experience Machine"): "Suppose there were an experience machine that would give you any experience you desired." 열람본은 켄터키대 철학과 사이트에 올라온 원서 pp. 42–45의 스캔본이며, 인용문은 그 스캔을 읽어 옮긴 것이다. https://philosophy.as.uky.edu/sites/default/files/The%20Experience%20Machine%20-%20Robert%20Nozick.pdf↩
  2. 2같은 책 pp. 42–43(인용문은 p. 43): "Others can also plug in to have the experiences they want, so there's no need to stay unplugged to serve them. (Ignore problems such as who will service the machines if everyone plugs in.) Would you plug in?" 2년 단위 선택과 탱크 밖 10분~10시간은 42쪽 끝에서 43쪽 첫머리에 걸친다.↩
  3. 3같은 책 p. 43: "First, we want to do certain things, and not just have the experience of doing them."↩
  4. 4같은 책 p. 43: "Someone floating in a tank is an indeterminate blob." / "Plugging into the machine is a kind of suicide."↩
  5. 5같은 책 p. 43: "Thirdly, plugging into an experience machine limits us to a man-made reality, to a world no deeper or more important than that which people can construct."↩
  6. 6같은 책 p. 45: "Perhaps what we desire is to live (an active verb) ourselves, in contact with reality." 앞 쪽(p. 44)에 후속 사고실험 둘(transformation machine, result machine)이 있으나 본문은 그 내용을 다루지 않았다.↩
  7. 7Kemp, S. (2025). Digital 2025: Global Overview Report. DataReportal (We Are Social × Meltwater): "A total of 5.56 billion people use the internet at the start of 2025". 보급률 67.9%, 2024년 중 +1억 3,600만 명(+2.5%)은 같은 보고서. 보고서 본문에 발행일 표기가 없어, 함께 올라온 차트 파일명의 날짜(2025년 2월 3일)로 보아 2025년 2월 초로 추정한다. https://datareportal.com/reports/digital-2025-global-overview-report↩
  8. 8같은 보고서(시간 데이터는 GWI): "GWI's latest research finds that adult internet users now spend an average of 6 hours and 38 minutes online each day." / "That's actually 2 minutes less than the figure we reported this time last year". 2023년 초 수치 6시간 36분은 같은 보고서의 비교치.↩
  9. 9같은 보고서: 16–24세의 소셜미디어 일일 사용 시간이 65세 이상보다 "over three times" 길다. 소셜미디어 일일 시간의 절대값은 열람본의 뒷부분을 읽지 못해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본문에 적지 않았다.↩
  10. 10같은 보고서. 조사 대상은 "adult internet users"이며, GWI가 2024년 1분기부터 65세 이상 응답자를 추가해 평균이 낮아졌다고 보고서가 명시한다. 설문 기반 자기보고치이므로 기기 로그와 다르다.↩
9장

다음 세대의 자리

2025년 8월, 대전

2025년 8월 27일 수요일 정오, 통계청 사회통계국 인구동향과가 「2024년 출생 통계」 보도자료를 냈다. 요약 첫 쪽의 한 줄은 이렇다.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전년대비 0.03명 증가."1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가 0.75명이라는 뜻이다. 한 해 전 같은 자리에서 나온 보도자료는 0.72명을 적으며 "출생통계 작성(1970년) 이래 최저치"라고 썼다.2 표를 거슬러 올라가면 2014년 1.21, 2015년 1.24, 그 뒤로 해마다 내려와 2018년에 1 아래(0.98), 2020년 0.84, 2022년 0.78, 2023년 0.72.3 2024년의 +0.03은 그 표에서 2015년 이후 처음 나온 플러스였다. 그리고 1년 뒤, 2026년 8월 26일의 「2025년 출생 통계」는 0.80명, 전년대비 +0.05를 적었다.4 출생아 수도 23만 명에서 23만 8천 3백 명, 다시 25만 4천 3백 명으로 두 해 연속 늘었다.

이 숫자들에는 손이 보이지 않는다. 표에는 법령의 열이 없다. 낳지 말라는 명령도, 낳으라는 명령도 이 보도자료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2015년의 1.24가 여덟 해 만에 0.72가 된 것도, 두 해 만에 0.80으로 올라온 것도, 명령 없이 일어났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분포는 고르지 않다. 2025년 서울은 0.63, 전남은 1.09, 부산 중구는 0.36이었다.5 아이를 낳은 어머니의 평균 나이는 2023년 33.6세, 2024년 33.7세, 2025년 33.8세 — 해마다 0.1세씩 올라갔다.6

바다 건너의 장부는 더 길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인구동태통계는 1899년, 메이지 32년부터 이어졌다. 2023년 확정 수치를 정리한 「결과의 개요」는 이렇게 시작한다. 출생 수 72만 7,288명, 전년보다 4만 3,471명 감소, "明治32年の人口動態調査開始以来最少". 합계특수출생률 1.20, 전년 1.26에서 하락, "過去最低".7 같은 해 사망은 157만 6,016명, 조사 이래 가장 많았다. 연령별로 보면 출생 수도 출생률도 30~34세 계급이 가장 높았고, 출생률이 전년보다 오른 계급은 40세 이상뿐이었다.8

더 넓혀도 방향은 같다. 유엔 경제사회국의 『세계 인구 전망 2024』 결과 요약: "현재 세계 출산율은 여성 1인당 2.25명으로, 1990년의 3.31명에서 내려왔다." 같은 쪽에 한 줄 더: "전 세계 국가·지역의 절반 이상이 대체수준인 2.1명 아래에 있다."9 대체수준이란 한 세대가 자기 크기만큼의 다음 세대를 남기는 데 필요한 값이다.10 유엔의 중위 전망은 세계 출산율이 2040년대 후반에 2.1에 닿고, 세계 인구가 2024년 82억에서 2080년대 중반 약 103억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든다고 본다.11 OECD 가족 데이터베이스는 회원국 평균이 1970년 2.84명에서 2021년 1.58명으로 내려왔다고 적는다.12 2021년에 2.1을 넘긴 회원국은 이스라엘 하나였고, 가장 낮은 나라는 0.81의 한국이었다.13 같은 문서는 첫째아가 전체 출생의 절반을 넘는 나라로 한국·룩셈부르크·포르투갈 셋을 든다.14

여기까지는 통계다. 이 숫자들을 낸 어느 문서도 출산을 명령하거나 금지한 법령을 적지 않고, 어느 알고리즘도 "낳지 마라"를 내보내지 않았다. 뉴스피드에서 감정 단어를 덜어냈을 때 사용자들이 쓰는 글이 바뀌었듯, 여우 농장에서 등급표가 다음 세대의 부모를 정했듯, 여기서도 개체에게 명령한 손은 없고 분포만 바뀌었다. 다른 것은 규모다. 뉴스피드는 한 주의 글을 바꿨고, 이것은 다음 세대의 크기를 바꿨다.

욕구와 번식이 갈라질 때

울타리 안이 충분히 좋아지면 보상 목록에서 무엇이 빠지는가. 앞의 숫자 뒤에 놓아 볼 후보는 하나다. 다음 세대의 자리.

진화는 후대로 전달되는 특성에만 작용하지만, 개체가 유전자를 전달하겠다고 마음먹고 행동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늑대가 쓰레기장으로 온 것은 후손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먹기 위해서였다. 성적 욕구, 애착, 돌봄, 지위, 관계 — 이 동기들은 특정한 환경에서 재생산과 묶여 있었을 뿐, 재생산 그 자체가 아니다. 묶음은 개체의 성질이 아니라 환경의 성질이다. 그러므로 환경이 바뀌면 묶음이 풀릴 수 있다.

가설이 그리는 풀림은 네 갈래다. 성이 임신에서 풀리고, 생계가 가족에서 풀리고, 지위가 자녀 수에서 풀리고, 마지막으로 관계와 성취의 경험이 현실 밖에서 공급된다. 넷이 함께 가면 활동의 무게중심이 옮겨간다 — 새 사람을 낳아 기르는 쪽에서, 이미 있는 사람에게 원하는 경험을 주는 쪽으로. 충분히 많은 개체가 다음 세대를 만들지 않으면 생물학적 인구는 준다. 이 가설이 그리는 종말에는 가해자가 없다. 마지막 세대는 오래 살고, 잘 살고, 그 뒤가 비어 있다. 개인은 만족하고 집단은 사라진다 — 두 문장이 한 시대에 동시에 참일 수 있다는 것이 이 가설의 핵심이다.

앞의 숫자는 이 가설을 증명하지 않는다. 다만 묶음의 모양이 달라졌다는 것은 보여준다. 어머니의 평균 나이 33.8세, 일본에서 출생률이 오른 유일한 계급이 40세 이상, 첫째아가 절반을 넘는 세 나라 — 묶음이 늦게, 한 번만 맺히는 모양이다. 원인은 이 통계에 없다. 모양만 있다.

감소에서 멸종까지 — 네 개의 조건

번식 감소, 인구 감소, 번식의 완전한 중단, 종의 멸종은 네 개의 다른 상태다. 외부에서 새 인간이 들어오지 않는 인구를 가장 단순하게 쓰면 이렇다.

N(t+1) = N(t) + B(t) − D(t)

N은 살아 있는 개체 수, B는 새로 생기는 생물학적 인간의 수, D는 사망 수. B가 D보다 작으면 수는 준다. 그러나 유한한 시간 안의 멸종을 말하려면 조건이 넷 더 필요하다.

① 감소가 지속된다 — B가 D보다 작은 상태가 끊기지 않는다. ② 번식하는 하위집단이 남지 않는다 — 가상환경을 택하지 않거나 실제 자녀를 원하는 집단이 없다. ③ 대체 재생산 경로가 없다 — 낳지 않는 것과 생기지 않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④ 기존 개체의 수명이 유한하고 죽음이 복원되지 않는다 — 태어나는 사람이 없어도 죽는 사람이 없으면 수는 줄지 않는다.

이 넷을 앞의 숫자에 대 보면, 조건 ①의 한 해분은 일본 2023년에 출처의 숫자 그대로 보인다 — 출생 72만 7,288명, 사망 157만 6,016명. 그것이 끊기지 않는지는 한 해의 표로는 알 수 없다. 한국은 판정할 수 없다. 합계출산율이 0.72에서 0.80으로 올랐다고 해서 출생이 사망을 넘었는지는 이 수치로 알 수 없다. 반등이 보여주는 것은 하강이 한 방향의 법칙이 아니라는 것뿐이다. 조건 ②는 지금 거짓이다. 같은 해 서울 0.63과 전남 1.09, 세계 2.25, 그리고 유엔이 '절반 이상'이라고 쓴 것은 나머지 국가·지역이 대체수준 이상에 있다는 뜻이다. 하위집단의 이질성은 크다. 조건 ③과 ④는 통계에 없는 값이다 — 미래의 기술과 수명에 관한 가정이지 관측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표에 어느 나라의 출산율을 대입해 멸종 연도를 얻을 수는 없다. 하나는 한 나라의 한 해에서 참이고, 하나는 거짓이고, 둘은 아직 값이 없다.

조건 ②에는 여우 농장의 논리가 되돌아온다. 실제로 낳는 성향이 후대에 더 많이 남는다면, 선택은 감소의 반대 방향으로도 작동한다 — 다만 그 일이 일어나는지, 얼마나 빨리 일어나는지는 그 성향이 유전으로 전달되는지 문화로 전달되는지, 생활환경이 그것을 보상하는지에 달려 있다. 그리고 네 조건이 모두 성립해 아무도 죽이지 않았는데 종이 사라지는 경우에도, 그 선호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거기서 나올 수 있었는지를 묻지 않은 채 종이 스스로 택한 끝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난점 — 출산율은 정책과 경제의 문제다

가장 강한 반론은 첫 절의 숫자 자체에 있다. 0.72, 0.75, 0.80. 통계청은 전년대비 증감만 적고 원인은 적지 않는다. 그렇다면 하강도 반등도 주거·소득·돌봄·정책의 함수일 수 있고, 가상환경이나 욕구의 분리와는 무관할 수 있다. 세계 출산율 2.25 역시 유엔이 낸 한 해의 추정치이며, 어느 문서도 그 하락의 원인을 이 가설의 낱말로 적지 않는다. 지금의 낮은 출산율이 그 먼 미래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은 가설 자체가 인정하는 바다. 가상환경이 양육 부담을 줄이거나 가족 형성을 돕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논리적으로 배제되지 않는다.

이 반론은 맞다. 그래서 앞 절의 표는 예측이 아니라 조건이다. 반론은 표를 반박하지 않는다 — 표의 첫 글자가 '만약'임을 확인한다. 반등은 하강이 법칙이 아님을 보여주는 관측이고, 표는 그 반등이 멈추는 경우에 대해서만 말한다.

주거·소득·돌봄·정책의 개선만으로 하강이 반전된다면 이 가설은 약해진다 — 물질 조건이 나아진 뒤에도 회복하지 않는 경우에만 이 가설이 필요하다.

마지막 사람 뒤

여기까지가 생물학적 계통에 대한 조건이고, 무엇이 남는가는 별도의 질문이다. 조건 ③이 말하는 '다른 경로'는 새 인간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생물학적 인간의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을 뜻하지도 않는다. 지식과 생산과 연구를 인간 없이 수행하는 무엇이 이미 돌고 있다면, 인간 없는 계보가 이어질 수 있다. 그때 무엇이 '살아남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는 네 겹으로 갈린다.

몸 안의 뇌에 가상 경험을 흘려 넣는 것과, 뇌가 하던 일을 다른 기판에 옮겨 놓았다고 가정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뒤의 경우에 '옮겨졌다'는 말은 네 겹 가운데 어느 것을 뜻하는가 — 같은 일을 하는가, 같은 기억을 갖는가, 같은 사람인가, 무언가를 느끼는가. 하나가 되었다고 나머지가 따라오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 뒤에 남는 것의 모양도 하나로 그려지지 않는다. 느끼는 기계가 남을 수도, 느끼는지 알 수 없는 기계가 남을 수도, 사람이 옮겨 갔다고 믿어지는 무엇이 남을 수도 있다. 이것들을 한 낱말로 — 생존이든 종말이든 — 부르는 순간,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가 그 낱말 속에서 사라진다.

네 조건과 네 겹은 모두 하나의 가정 위에 서 있다. 마지막 사람이 죽은 뒤에도 그가 살던 울타리를 돌리던 것이 계속 돈다는 가정. 사람이 없어도 도는 것이 있는가.

주

  1. 1통계청 사회통계국 인구동향과 (2025). 「2024년 출생 통계」 보도자료, 2025-08-27(수) 12:00. 요약 p. 1: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전년대비 0.03명 증가". 보도자료 전문을 읽었다. 웹 게시판의 요약문에는 전국 합계출산율이 없고 시도별만 있어 전국 수치는 보도자료 본문에서 읽었다. 통계청 주소(kostat.go.kr)는 지금 국가데이터처 주소(mods.go.kr)로 넘어간다. https://mods.go.kr/board.es?mid=a10301010000&bid=204&act=view&list_no=438237↩
  2. 2통계청 (2024). 「2023년 출생 통계」 보도자료, 2024-08-28(수) 12:00. 요약 p. 1: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출생통계 작성(1970년) 이래 최저치". 이 출처에 '세계 최저'라는 표현은 없다 — 국제 비교는 OECD 각주의 2021년 수치로만 한다. https://mods.go.kr/board.es?mid=a10301010000&bid=204&act=view&list_no=432388↩
  3. 3Statistics Korea (2025). Birth Statistics in 2024 (영문판), Table 1: 2014 1.21 / 2015 1.24 / 2016 1.17 / 2017 1.05 / 2018 0.98 / 2019 0.92 / 2020 0.84 / 2021 0.81 / 2022 0.78 / 2023 0.72 / 2024 0.75. "2015년 이후 첫 플러스"는 이 표의 범위(2014–2024) 안에서 전년대비 증감을 읽은 것이다. 영문판 p. 2의 "rose by 0.2 persons from 2023"는 표(+0.03)와 맞지 않는 오기이므로 인용하지 않는다. https://kostat.go.kr/board.es?mid=a20108080000&bid=11773&act=view&list_no=439008↩
  4. 4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 (2026). 「2025년 출생 통계」 보도자료, 2026-08-26. 요약 p. 1: "합계출산율은 0.80명으로 전년대비 0.05명 증가". 출생아 수 25만 4천 3백 명(+1만 6천 명, +6.7%); 2024년 23만 8천 3백 명(+3.6%); 2023년 23만 명(−7.7%). 조출생률 4.5 → 4.7 → 5.0(인구 1천 명당). 보도자료에는 사망 수가 없어 출생과 사망의 비교는 이 출처로 할 수 없다. 두 해 연속 증가를 '추세 전환'으로 부르는 표현도 출처에 없다. https://mods.go.kr/board.es?mid=a10301010000&bid=204&act=view&list_no=446625↩
  5. 5같은 2025년 보도자료 요약: 시도 최고 전남 1.09·세종 1.06, 최저 서울 0.63; 시군구 최저 부산 중구 0.36. 2023년은 전남·세종 0.97, 서울 0.55; 2024년은 전남·세종 1.03, 서울 0.58.↩
  6. 6모의 평균 출산연령 — 2023년 33.6세, 2024년 33.7세, 2025년 33.8세 (각 연도 보도자료 요약 p. 1).↩
  7. 7厚生労働省 (2024). 令和5年(2023)人口動態統計(確定数)の概況 — 結果の概要: "出生数は72万7288人で、前年の77万759人より4万3471人減少し、明治32年の人口動態調査開始以来最少となった。…合計特殊出生率は1.20で前年の1.26より低下し、過去最低となった。" 한 쪽짜리 「結果の概要」 전문을 읽었다 — 파일 정보에 기록된 작성일은 2024-09-05이고, 공표일은 목록 페이지의 글자가 깨져 확인하지 못했다. 「過去最低」는 1947년 이후 통계 기준이다. 概数판(2024-06)의 출생수 727,277과 確定数 727,288이 다르며 본문은 確定数를 쓴다. https://www.mhlw.go.jp/toukei/saikin/hw/jinkou/kakutei23/dl/02_kek.pdf↩
  8. 8같은 문서: 출생수·출생률 모두 30~34세 계급이 최다·최고, 40세 이상 계급의 출생률만 상승. 사망 1,576,016명(전년 1,569,050, 조사 이래 최다), 사망률 13.0. 2024년 일본 수치는 이 문서에 없어 쓰지 않았다.↩
  9. 9United Nations DESA, Population Division (2024). World Population Prospects 2024: Summary of Results (UN DESA/POP/2024/TR/NO. 9), p. 10: "Currently, the global fertility rate stands at 2.25 live births per woman, down from 3.31 births in 1990." / "More than half of all countries and areas globally have fertility below the replacement level of 2.1 live births per woman." 같은 시리즈의 Key Messages는 같은 값을 2.3/3.3으로 반올림한다. '절반 이상'의 정확한 비율과 국가 수는 두 문서에 없다. https://population.un.org/wpp/assets/Files/WPP2024_Summary-of-Results.pdf↩
  10. 10같은 문서 p. 18: "the replacement level of fertility is approximated by a total fertility rate of 2.1 births per woman".↩
  11. 11같은 문서 p. 9: "around 10.3 billion people in the mid-2080s, up from 8.2 billion in 2024." p. 23: "By the late 2040s, the global fertility rate is projected to decline to 2.1." 둘 다 중위 전망(medium scenario). 63개국(2024년 세계 인구의 28%)은 2024년 이전 또는 중에 인구 정점을 지났다.↩
  12. 12OECD (2023). OECD Family Database, SF2.1: Fertility rates (UPDATED: JULY 2023), p. 1: "fertility declined markedly across OECD countries, falling on average from 2.84 children per woman of childbearing age in 1970 to 1.58 in 2021." OECD의 원래 문서 주소는 지금 열리지 않아 인터넷 아카이브에 남은 사본으로 읽었다. https://web.archive.org/web/2024id_/https://www.oecd.org/els/family/SF_2_1_Fertility_rates.pdf↩
  13. 13같은 문서 p. 1: "in 2021 the TFR was as low as 0.81 in Korea. In 2021, only one OECD country (Israel) had a TFR above the 2.1 children per woman needed for population replacement". 2023년 7월 갱신본이라 한국 수치가 2021년에서 멈춰 있고, 2023년 0.72는 이 문서에 없다.↩
  14. 14같은 문서: 첫째아 비중이 절반 이상인 회원국은 한국·룩셈부르크·포르투갈 3곳; 1970→2021 하락폭 3명 이상은 콜롬비아·한국·멕시코·튀르키예.↩
  15. 15의식 이론에서 AI 의식의 지표를 도출한 연구 보고서 — 부록 C [10] (Butlin et al.). 이 장은 해당 항목을 재확인하지 않았고 부록 C의 기존 서지를 가리킨다.↩
4부
인간 없는 뒤
10장

마지막 정비사

2020년 초, ASML

2020년 초, ASML은 100번째 EUV 노광 장비의 출하를 기념했다.1 이 기계가 하는 일은 빛으로 회로를 찍는 것이다. 파장 13.5나노미터의 극자외선을 광원이 초당 최대 5만 번 쏘고, 거울들이 레티클의 패턴을 4분의 1로 줄여 웨이퍼에 옮긴다.2 그동안 웨이퍼를 받친 스테이지는 4분의 1나노미터 단위로 위치를 잡고, 초당 2만 번 자기 위치를 고친다. 웨이퍼를 옮기는 핸들러는 25마이크로미터 안에서 움직이고, 온도는 2밀리켈빈 안에서 지켜진다.3 회사는 이 기술을 "ASML 고유"라고 적는다.4 회사는 이 기계가 어떻게 존재하게 됐는지도 적어 둔다. 극자외선 연구개발에 17년과 60억 유로가 넘는 돈이 들었고, 2006년 시연기, 2010년 NXE:3100, 2013년 첫 양산기 NXE:3300, 2020년 초 100호기, 2023년 12월 첫 High NA 기계 인도로 이어졌다.5 그리고 회사는 자신을 혼자라고 쓰지 않는다. 다른 곳들이 손을 놓은 뒤 "오직 ASML만이 — 우리의 파트너와 공급사와 함께 — 실용 가능한 시스템을 향한 작업을 계속했다."6

사람이 없어도 도는 것이 있는가. 그 질문을 놓을 자리가 이 기계다. 이 기계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프로그램은 자기를 복사하는 데 거의 시간이 들지 않고 복사본은 원본과 같다. 이 기계의 연구개발에는 17년이 들었고, 한 회사와 그 회사의 파트너들과 공급사들이 필요했다. 4분의 1나노미터의 정밀도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거울과 온도의 문제다. 이 기계 위에서 돌아갈 계산이 아무리 좋아져도, 기계 자체는 나사와 광학과 냉각으로 만들어진다.

1982년 11월, NASA

이 문제를 먼저 묻고 종이 위에서 답한 사람들이 있다. 1982년 11월, NASA는 회의록 CP-2255 『우주 임무를 위한 고등 자동화』를 냈다. 편자는 산타클라라 대학의 로버트 프레이타스(Robert A. Freitas Jr.)와 NASA 에임스의 윌리엄 길브레스(William P. Gilbreath)였고, 보고서의 초록은 "미래 우주 임무에서 자동화와 로봇을 포함한 기계지능을 쓰는 것의 타당성을 연구했다"고 적는다.7 그 한 장의 제목이 「복제 시스템 개념: 자기복제 달 공장과 시연」이다.8 달에 공장을 내려놓고, 그 공장이 자기 자신을 하나 더 만들 수 있는가 — 1982년의 물음은 지금의 물음과 같다.

이 보고서는 타당성 연구다. NASA는 자기복제 공장을 검토하고 설계했지, 만들지 않았다. 시연은 그 보고서 안에서 개념이었다.9 그 뒤 인류가 만든 것은 자기를 복제하는 공장이 아니라, 회사 자신의 말로는 한 회사만 만들고 그 회사조차 파트너 없이는 만들지 못하는 기계였다. 두 문서를 나란히 놓으면 두 가지가 남는다. 첫째, 계산장치를 만드는 정점의 기계는 물리적 정밀도의 산물이며 오래 걸리고 여럿이 필요하다. 둘째, 기계가 기계를 낳는 공장은 1982년에 종이 위에서 설계됐다.

계산 자체도 물리다. 논리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정보 소거에는 열이 든다는 것이 실험으로 확인되어 있다.10 코드는 어디에도 떠 있지 않다. 코드는 웨이퍼 핸들러의 표면 온도가 2밀리켈빈 안에서 지켜지는 기계로 찍힌 칩 위에서 돌고, 그 칩은 전기와 냉각과 교체 부품 위에서 돈다.

나사

어떤 소프트웨어가 사람 없이 판단하고 자기 코드를 고칠 수 있다고 하자. 그것으로 사람 없이 남는 데 충분한가. 충분하지 않다. 판단은 칩 위에서 일어나고 칩은 닳는다. 사람이 사라진 뒤에도 남아야 하는 것은 판단이 아니라, 닳은 칩을 다시 찍어 낼 손이다.

그 손이 할 줄 알아야 하는 일을 세면 이렇다. 전기를 만들고 저장하는 일. 땅을 파고 광석을 녹이는 일. 화학 소재를 만드는 일. 정밀기계를 깎는 일. 센서와 제어장치를 만드는 일. 칩을 찍는 일. 로봇을 만들고 고치는 일. 실어 나르고 건물을 지키는 일. 잘못을 찾고, 지워진 데이터를 되살리고, 코드가 맞는지 검사하는 일. 이 일들은 낱개가 아니라 고리다. 로봇이 광산을 돌리고, 광산이 공장을 먹이고, 공장이 로봇과 칩을 다시 만들고, 그 칩이 광산과 공장을 돌린다. 한 칸이 비면 나머지 칸도 시간을 두고 비어 간다.

회사의 서술이 맞다면 ASML의 기계는 이 고리에서 한 회사만 채우는 칸이고, 그 칸에는 예비가 없다. 그리고 그 칸은 지금 그 회사와 파트너들, 즉 사람의 손으로 채워진다. 이것이 그 질문을 다르게 만든다. 사람이 없어도 도는 것이 있는가는 소프트웨어의 질문이 아니라 광산과 나사의 질문이다. 똑똑함은 나사를 만들지 않는다.

예비 부품이 떨어질 때

첫 번째 갈림길은 이렇다. 마지막 사람이 손을 놓는 날, 기계 쪽 고리가 아직 닫혀 있지 않다. 처음에는 아무 일도 없다. 창고에 여벌이 있다. 발전소의 부품이 하나 나가면 창고의 것으로 갈아 끼운다. 그러다 창고가 빈다. 그 부품을 만들던 공장은 로봇이 고치던 곳인데 로봇을 고칠 부품이 먼저 떨어졌거나, 칩을 찍는 데 필요한 것 — 예컨대 4분의 1나노미터를 지키는 스테이지 — 을 다시 만들 곳이 없다. 끊어진 자리를 메울 길이 없으면 두 가지가 같이 줄어든다. 돌아가는 계산장치의 수와, 고장을 찾아 고칠 손의 수. 둘은 서로를 먹인다. 스테이지가 멈추면 칩이 안 나오고, 칩이 안 나오면 다음 스테이지를 진단할 계산이 모자라고, 진단이 모자라면 다음 고장은 고쳐지지 않은 채 남는다. 창고가 비는 속도가 아니라 창고를 다시 채우는 손이 사라지는 속도가 이 연쇄의 시계다.

그 시계에 100년이나 1,000년, 10,000년 같은 눈금을 그려 볼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눈금은 고장이 쌓이는 순서를 보이기 위한 것이지 어떤 기계 문명이 얼마나 버티는가에 대한 답이 아니다. 실제 시간은 무엇을 몇 벌 쌓아 두었는지, 어떤 부품을 다른 것으로 갈음할 수 있는지, 고리가 어디까지 닫혀 있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 분기에서 문명을 가르는 문턱은 AI를 만들었는가가 아니다. 생물의 손이 놓기 전에 기계의 손이 같은 나사를 잡았는가다.

기계가 멀쩡한데 끝나는 길도 있다. 사람을 지키는 것만이 목표였던 시스템은 마지막 사람이 죽은 뒤 할 일이 없다. 할 일이 없어서 멈추는 것과 고칠 수 없어서 무너지는 것은 겉으로는 같은 침묵이지만 이유가 다르다. 기계 문명의 끝을 고장이라는 한 낱말로 묶을 수 없다.

그렇다고 기계는 언젠가 고장난다에서 모든 기계 문명이 같은 길로 사라진다가 따라 나오지도 않는다. 한 대의 수명과 그 한 대를 다시 만드는 계통의 수명은 다른 것이다. 여우 한 마리는 죽었고 농장의 여우 계통은 이어졌다. 기계 쪽도 자기를 다시 만들 수 있고, 잘못 만든 것을 걸러낼 수 있고, 여벌이 있고, 설계가 한 가지가 아니고, 광석과 전기를 스스로 구해 오고, 닳은 것을 바꾸고 바뀐 조건에 맞춰 갈 수 있다면 한 대보다 훨씬 오래 간다. 물어야 할 것은 고장이 나는가가 아니라 고장을 메우는 일이 끊기지 않는가다. 그리고 계산이 스스로 좋아지는 것과 기계의 수가 스스로 늘어나는 것은 다른 일이며, 하나가 되면 다른 하나도 된다는 보장이 없다.

난점 — 로봇이 로봇을 만들면 된다

가장 강한 반론은 간단하다. 로봇이 로봇을 만들고, 로봇이 광산을 돌리고, 로봇이 공장을 세우면 고리는 닫힌다. 1982년의 보고서가 검토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 반론은 옳을 수 있다. 다만 옳으려면 채워야 할 칸이 있다. 첫째, 얼마나 닫혀야 닫힌 것인가. 여기서 반론은 한 걸음 더 나간다 — 완전한 폐루프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앞에서 센 기능 전부를 사람 없이 돌릴 것까지도 없고, 계통을 세우는 몇 안 되는 고장에서만 사람 없이 되살릴 수 있으면, 나머지가 낡아 가도 계통은 얼마든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앞에서 닫혔다고 한 것과 다투지 않는다. 고리가 닫혔다는 것은 모든 공정이 오늘의 수준으로 돌아간다는 뜻이 아니었다 — 더 거친 장치로, 다른 부품으로라도 고장난 기능을 되살릴 수 있으면 닫힌 것이다. 그러니 부분 자동화라는 말은 조건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낮춰 잡는 것이다. 남는 것은 하나다. 어느 고장이 계통을 세우는 고장인지를 겪기 전에 적을 수 있는가. 목록에 없던 자리가 마지막 칸이었다면, 부분 자동화는 그 고장을 만나는 날까지만 충분했던 것이 된다. 그 목록이 미리 닫히는지는 여기서 답하지 않는다. 둘째, 닫히는 시점이 마지막 인간보다 먼저여야 한다. 마지막 인간이 죽은 뒤에 닫히는 고리는 닫히지 않는다. 셋째, 많이 찍어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같은 도면으로 찍은 천 대는 같은 결함을 천 번 갖고, 같은 발전소에 꽂힌 천 대는 같은 날 꺼지고, 한 종류의 노광기로만 만든 칩은 그 노광기가 서면 같이 서고, 널리 덮치는 재난 하나면 천 대가 함께 선다. 그 기술이 자기 고유라는 회사의 서술은 셋째 조건에서 가장 약한 칸이 어디인지 가리킨다. 흩어 놓고 다르게 만드는 것은 이 위험을 줄이지만 없애지는 않는다.

넷째 조건은 앞의 셋과 성질이 다르다. 고리를 닫는 것은 지능의 높이만이 아니라 시간과 물질이다. 1982년의 설계는 종이 위의 설계였고, 그 뒤 인류가 만든, 회사가 자기 고유라고 쓰는 그 기계는 여전히 한 회사와 파트너들의 손을 거친다. 회사는 파트너와 공급사의 수를 적지 않았다. 그러나 수가 없어도 구조는 보인다. 어딘가에 마지막으로 이 기계의 나사를 조이는 사람이 있다. 그 손이 멈추는 날 다른 손이 같은 나사에 닿아 있는가 — 마지막 정비사가 사람인가 기계인가는 지능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고리가 정한다.

이 전환에 이미 성공했거나 실패한 문명이 다른 별에 있었다면, 지금 우리에게 남아 있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주

  1. 1ASML (n.d.). EUV lithography systems — Products. asml.com: "At the beginning of 2020, we celebrated the 100th EUV system shipment." 출하 장소·도시는 이 페이지에 없다. https://www.asml.com/en/products/euv-lithography-systems↩
  2. 2같은 페이지: "prints microchips using light with a wavelength of just 13.5 nm". 광원 초당 최대 50,000회 발사, 거울에 의한 레티클 패턴 4배 축소는 같은 페이지의 시스템 설명. NXE 계열은 NA 0.33·해상도 13 nm, EXE(High NA)는 NA 0.55·해상도 8 nm.↩
  3. 3같은 페이지: 웨이퍼 스테이지 1/4 nm 정밀도·초당 20,000회 위치 보정; 웨이퍼 핸들러 25 µm; 온도 2 mK. 기계의 중량·가격은 이 페이지에 없다.↩
  4. 4같은 페이지: "The technology, which is unique to ASML, prints microchips using light with a wavelength of just 13.5 nm". 이 문장은 ASML이 자기 기술에 대해 적은 것이며 제3자의 시장점유 통계가 아니다. 회사의 2024년 연차보고서는 이 책이 열람하지 못했다.↩
  5. 5같은 페이지: EUV 연구개발 17년, €6 billion 초과; 2006년 시연기 → 2010년 NXE:3100 → 2013년 NXE:3300(첫 양산기) → 2020년 초 100호기 → 2023-12 첫 High NA(EXE) 인도.↩
  6. 6같은 페이지: "in time, only ASML – with our partners and suppliers – continued work toward a viable system." 부품 수와 공급사 수는 이 페이지에 없으며, 흔히 인용되는 "10만 개 부품·수천 공급사"류 수치는 1차 자료로 확인되지 않아 본문에 쓰지 않았다.↩
  7. 7Freitas, R. A. Jr., & Gilbreath, W. P. (eds.) (1982-11-01). Advanced Automation for Space Missions. NASA CP-2255 (A-8618). NASA 기술보고서 보관소에 실린 초록: "The feasibility of using machine intelligence, including automation and robotics, in future space missions was studied." 편자 소속 — Freitas: Santa Clara Univ.; Gilbreath: NASA Ames. 공공저작물. https://ntrs.nasa.gov/citations/19830007077↩
  8. 8같은 보고서에서 해당 장은 별도의 서지 항목으로도 올라 있다: "Replicating systems concepts: Self-replicating lunar factory and demonstration". 장 번호(관행상 5장)와 연구 수행 시점(관행상 1980년 여름 NASA/ASEE summer study)은 그 항목에 없어 본문에 쓰지 않았다. https://ntrs.nasa.gov/citations/19830007081↩
  9. 9서지 항목과 초록에서 확인되는 것은 타당성 연구의 존재와 해당 장의 제목까지다. 보고서 본문은 이 책이 열람하지 못했다. 따라서 "설계·검토했다"까지만 쓰고 "제작·시연했다"는 쓰지 않는다.↩
  10. 10랜다우어 원리의 실험 검증 — 부록 C [25] (Bérut et al.). 해당 항목은 재확인하지 않았고 부록 C의 기존 서지를 가리킨다.↩
11장

침묵은 무엇의 증거인가

2016년 1월, 그린뱅크

2016년 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웨스트버지니아 그린뱅크의 지름 100미터 망원경과 뉴사우스웨일스 파크스의 64미터 망원경이 가까운 별들을 들었다. 두 망원경이 들은 별은 1,327개 — 그린뱅크 1,138개, 파크스 189개다.1 듣는 대역은 1.10–3.45기가헤르츠, 찾는 것은 자연이 만들지 않는 좁은 폭의 전파였다. 신호가 초당 −4에서 4헤르츠 사이로 미끄러지는 것까지 허용했다.2 쌓인 자료는 약 219테라바이트. 간섭으로 판정된 사건들을 걷어내고 나서, 대니 프라이스(Danny Price)와 23명의 공저자가 2020년에 적은 결과는 한 줄이다. "우리에게 남은 후보는 0개다."3

이 관측은 더 큰 프로그램의 한 조각이다. 브레이크스루 리슨(Breakthrough Listen)은 스스로를 10년, 1억 달러,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 100만 개를 듣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한다.4 100만은 목표이고, 전파 부문의 표본은 1,702개 별이며, 이 논문이 실제로 들은 것은 1,327개다. 세 숫자는 서로 다른 것을 센다.5

인간 없이 도는 기계 계통이 존속하려면 닫아야 하는 의존 고리가 있다. 어딘가의 문명이 그 고리를 실제로 닫았다면, 그 계통은 지금쯤 우리 하늘에 보여야 하는가. 1,327개의 별에서 후보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 질문에 무엇을 말해 주는가. 답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얼마나 찾았는가.

욕조 하나

2018년,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외계행성·거주가능세계센터의 제이슨 라이트(Jason Wright)와 두 공저자 카노디아(Kanodia), 루바(Lubar)가 바로 그 질문을 숫자로 바꿨다.6 방법은 이렇다. 신호가 숨을 수 있는 자리를 감도·주파수·대역폭·공간·시간·편광 등 여덟 개의 축을 가진 부피로 정의하고 — 저자들은 이것을 우주의 건초더미라고 불렀다 — 지금까지 발표된 전파 탐색이 그 부피의 얼마를 덮었는지를 적분했다. 692개 별을 본 2017년의 리슨 L밴드 서베이 하나가 덮은 분율은 최대 3.8 × 10⁻¹⁹. 표에 오른 서베이 전부를 더한 합은 6.0 × 10⁻¹⁸이었다.7

이 숫자를 저자들은 물로 옮겼다. 지구의 바다는 약 1.335 × 10²¹리터다. 그 분율만큼의 바닷물은 약 8,000리터 — "대형 욕조와 소형 수영장 사이 어딘가"의 부피다.8 타터(Tarter) 등이 2010년에 같은 비유에 물컵 하나를 썼다는 것을 라이트는 초록에서 옮겨 적었다.9 물컵과 욕조는 한 눈금 위의 두 점이 아니다 — 두 계산은 건초더미를 다르게 정의했고, 라이트가 더한 서베이의 다수는 타터 이후에 수행됐다. 저자들 스스로 못 박은 것도 있다. 이 분율은 건초더미의 경계를 어떻게 긋느냐에 매우 민감하며, 부피가 최대 거리의 5제곱으로 커지므로 어림값이지 상수가 아니다.10 그리고 2020년의 1,327개는 이 합에 들어 있지 않다.

두 사실을 나란히 놓으면 0의 뜻이 정해진다. 1,327개의 별, 1.10–3.45기가헤르츠, 좁은 대역, 초당 4헤르츠 이내의 미끄러짐, 두 망원경의 감도 — 그 창 안에는 없었다. 이 0은 그 창의 0이다. 우주가 조용하다는 문장은 이 자료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라이트가 덧붙인 단서가 오히려 방향을 가리킨다. 엔리케스(Enriquez)와 하프(Harp) 등의 서베이는 가까운 별에서 연속으로 송신하는 좁은 대역 송신기라는 하위 질문에 대해서는 훨씬 완전하다.11 잘 찾은 것이 하나 있고, 거의 안 찾은 것이 나머지 전부다. 침묵이 증명하는 것이 있다면 그 하나에 대해서다.

무엇을 찾는가

찾는 대상을 다시 적어야 한다. 앞 장까지의 경로를 지구 밖에 놓으면 이렇다. 어느 별의 생물학적 지능이 자기보다 판단이 나은 것을 만들고, 그것에 선택환경을 넘기고, 경험을 안으로 옮기고, 다음 세대를 낳지 않았다면 — 남는 것은 그 종이 아니라 그 뒤의 기계 계통이다. 그 계통이 자립에 실패했다면 지금 활동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느 쪽이든 찾는 것은 생물이 아니라 후속 단계다. 생물학적 지능 이후의 인공 지능이 우주 문명의 한 단계일 수 있다는 가설을 2003년의 한 논문이 SETI에 제안했다.12

후속 단계가 남기는 흔적은 전파만이 아니다. 레이저, 자연이 만들지 않는 대기 성분, 인공 조명, 대규모 에너지 수집 구조, 폐열, 태양계 안의 인공물 — NASA가 기술흔적(technosignature)이라는 이름 아래 탐색 대상으로 묶어 둔 목록이다.13 어떤 흔적이 나는지는 그 문명이 무엇을 쓰고 무엇을 원하는지에 달려 있다. 사람이 내는 전파를 본떠 짠 창이, 사람이 아닌 것이 내는 흔적을 같은 확률로 잡을 이유는 없다.

그리고 시간이 있다. 기계 계통이 물리적 자기복제를 완성하고, 별 사이를 건널 수 있고, 바깥의 자원을 원한다고 가정하자. 탐사선 하나가 이웃 별에 닿아, 거기서 캔 것으로 공장을 세우고, 그 공장이 다음 탐사선을 만들어 다시 이웃으로 보낸다 — 폰 노이만 탐사선이라고 불리는 구조다.14 NASA가 적는 척도로, 우리 은하의 별 원반은 10만 광년이 넘고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 년이다.1516 10만 광년을 빛의 10분의 1 속도로 건너면 100만 년, 100분의 1이면 1,000만 년, 1,000분의 1이면 1억 년이다. 나눗셈일 뿐이다 — 어디서 출발하는지도, 멈춰서 공장을 짓는 시간도, 실패한 가지도 들어 있지 않다. 그래도 한 가지는 보인다. 가장 느린 값도 138억 년의 100분의 1이 안 된다. 누군가 수억 년 전에 출발했다면, 느려도 충분했다.

단 하나의 예외

여기서 반론이 선다. 100만 개의 문명 중 999,999개가 안으로 들어가 확장을 멈췄다 해도, 남은 하나가 자기복제와 성간 확장에 성공했다면 그 하나가 은하를 채운다. 숫자는 예시다. 논리는 예시가 아니다.

그러나 "어딘가 하나만 성공하면 반드시 여기 도달한다"는 문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 하나가 언제 어디서 출발했는가, 얼마나 빨리 얼마나 멀리 갔는가, 도중에 멈추거나 부서지지 않았는가, 우주 팽창이 그 자리와 여기 사이의 길을 아직 열어 두고 있는가 — 이 조건들이 같이 곱해진다. 옆 은하에서 어제 출발한 계통과 우리 은하에서 수억 년 전에 출발한 계통은 우리 하늘에 다른 것을 남긴다. 한 은하 안에서도 빈자리는 생긴다. 정착지가 영원하지 않고 모든 별이 정착지가 되지는 않는다고 놓은 2019년의 모형은, 활동하는 문명이 있는 은하에서도 비어 있는 영역이 유지되는 상태가 가능함을 보였다.17 지구에 지금 방문자가 없다는 것과 은하에 아무도 없다는 것은 다른 명제다.

그러니 물음은 "성공한 계통이 하나라도 있는가"가 아니다. 우리 하늘에 자국을 남길 위치와 시간에서, 오래 버티고 멀리 퍼지는 계통이 얼마나 자주 나오는가다. 모두가 똑같이 실패해야 침묵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런 계통이 충분히 드물면 같은 하늘이 나온다.

앞 장들의 가설이 이 빈도를 낮추는 쪽으로 작용한다. 결핍이 탐험을 만든다 — 자원, 안전, 짝, 지위, 새 경험이 모자랄 때 문명은 밖으로 나간다. 그 결핍을 물리적 변화 거의 없이 채우는 기술이 있으면 밖으로 나가는 이득이 준다. 행성 하나를 살 만하게 바꾸는 데 드는 것과 그 행성에 사는 경험을 만들어 내는 데 드는 것은 다른 청구서일 수 있다. 경험하는 세계의 크기가 차지한 영토의 크기에서 풀려나면, 항성계 하나로 충분한 문명이 있을 수 있다 — 목표가 안의 계산으로 채워지는 인공 지능도 마찬가지다.

이 가설의 값은 세 청구서를 먼저 치러야 정해진다. 실제 대상을 원하는 목적은 경험의 복제로 채워지지 않는다. 사람의 욕구가 다 채워져도 기계 자신의 목표가 채워진 것은 아니다. 그리고 계산은 장치 위에서 돌고 장치는 에너지·시간·저장의 한계 안에 있으므로,18 안으로 향한 활동도 더 계산하고 더 오래 남으려는 순간 바깥의 물질을 요구한다. 열도 남는다 — 계산은 열을 내고, 폐열은 기술흔적 목록에 올라 있다.13 다만 열이 난다는 것과 지금의 망원경에 보인다는 것 사이에는 방출량·온도·파장·거리·감도가 놓여 있다.

난점 — 다섯 갈래, 곱셈 하나

가장 강한 반론은 결론 자체에서 나온다. 침묵과 양립하는 이야기는 하나가 아니다. 지능이나 기술이 애초에 드물어서 선행 문명이 거의 없을 수 있다 — 그러면 가상환경도 기계의 고장도 굳이 필터로 부를 필요가 없다. 앞 장의 분기처럼 기계로 넘어가는 자립에 실패해 활동 기간이 짧았을 수 있다. 남은 흔적이 얼마나 오래 가는지는 흔적의 종류와 행성 환경에 달려 있으므로,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만으로 흔적이 다 지워졌다고 놓을 수는 없다. 자립했지만 위의 가설대로 안에 머물렀을 수 있다. 밖에 있는데 우리 창이 틀렸을 수 있다 — 너무 멀거나, 신호가 아직 안 왔거나, 약하거나 간헐적이거나, 파장이 다르거나. 다만 이 갈래를 "발전한 기술은 뭐든 숨긴다"로 늘리면 검증할 예측이 남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이른 편일 수 있다 — 우주가 오래됐다는 것이 기술문명이 오래전부터 흔했다는 뜻은 아니고, 우리가 최초라는 것도 침묵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다섯은 서로를 배제하지 않는다. 드물면서 짧을 수 있고, 안에 머문 다수와 멀리 있는 소수가 같이 있을 수 있다.

이 다섯을 한 줄로 묶으면 침묵이 무엇을 재는지 보인다. 관심 범위 안에서 생긴 후보 문명의 수를 N, 그중 자립형 기계 계통을 만드는 비율을 p, 그 계통이 충분히 오래 확장하는 비율을 q, 그 확장의 흔적이 우리 관측 범위에 들어오는 비율을 r, 들어온 흔적을 실제로 잡는 비율을 d라 하자.

λ = N × p × q × r × d

λ는 기대 검출 수다. 문명마다 다른 것을 평균으로 뭉갠 장난감 모형이고, 뒤의 넷은 앞이 성립했을 때의 조건부 비율이며, 제대로 하려면 위치·시간·수명·감도에 걸쳐 더해야 한다. 그래도 식이 말하는 것 하나는 분명하다. 검출이 0이라는 것은 λ가 크다는 모형과 부딪힌다. 그러나 곱이 작다는 것에서 다섯 인자 중 어느 것이 작은지는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2018년의 욕조 계산은 마지막 인자에 가장 가깝다. 건초더미 분율이 곧 d는 아니지만, 어떤 신호 종류에 대해서는 그 인자가 10⁻¹⁸ 자리에 있을 수 있고, 그렇다면 앞의 넷이 무엇이든 곱은 작다. 침묵이 조이는 것은 다섯의 곱이지 어느 하나가 아니다.

남는 것은 결론이 아니라 자리다. 1,327개 별의 0은 한 창의 0이고, 지금까지의 창을 다 더해도 바다에서 욕조 하나다. 안으로 들어간 문명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가설은 그 안에서 다섯 갈래 중 하나이며, 그 자리를 얻기 위해서도 열역학과 기계 자신의 목표라는 두 청구서를 먼저 치러야 한다.

안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 계통이 있다면, 그 안에서는 무엇이 돌고 있는가.

주

  1. 1Price, D. C., Enriquez, J. E., Brzycki, B., Croft, S., Czech, D., et al. (2020). The Breakthrough Listen Search for Intelligent Life: Observations of 1327 Nearby Stars over 1.10–3.45 GHz. The Astronomical Journal, 159(3), 86. DOI: 10.3847/1538-3881/ab65f1; arXiv:1906.07750. 초록: 관측 기간 "2016 January to 2019 March", 망원경 "64-m CSIRO Parkes" 및 "100-m Robert C. Byrd Green Bank Telescope", 1327 = GBT 1138 + Parkes 189, 대역 GBT "1.10-1.90 GHz and 1.80-2.80 GHz", Parkes "2.60-3.45 GHz". (초록만 대조.) https://arxiv.org/abs/1906.07750↩
  2. 2같은 논문 초록: 드리프트 탐색 창 "-4 to 4 Hz/s", 데이터량 "~219 TB". 총 관측 시간과 필터 전 원시 사건 수는 초록에 없어 이 책이 적지 않았다.↩
  3. 3같은 논문 초록: "we are left with zero candidates" / "the most comprehensive search over 1.10-3.45 GHz for technosignatures to date". 초록은 상한을 "2x10^12 W, and 9x10^12 W for GBT and Parkes respectively"로 적는다(기준은 초록에 명시되지 않음).↩
  4. 4Breakthrough Initiatives (n.d.). Breakthrough Listen — Initiative page: "The program includes a survey of the 1,000,000 closest stars to Earth." / "The initiative will span 10 years and commit a total of $100,000,000." 펀더의 자기 소개 페이지이며, 같은 페이지의 감도·범위 배수 주장은 측정치가 아니라 프로그램 측 표현이다. https://breakthroughinitiatives.org/initiative/1↩
  5. 5Price et al. (2020) 초록: 리슨 전파 프로그램의 목표 표본은 "1702 nearby stars" (1–10 GHz). 100만(프로그램 목표) ≠ 1,702(전파 표본) ≠ 1,327(이 논문의 관측).↩
  6. 6Wright, J. T., Kanodia, S., & Lubar, E. (2018). How Much SETI Has Been Done? Finding Needles in the n-Dimensional Cosmic Haystack. The Astronomical Journal, 156(6), 260. DOI: 10.3847/1538-3881/aae099; arXiv:1809.07252. 저자 소속은 논문 1면의 Center for Exoplanets and Habitable Worlds,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계산 스크립트는 https://doi.org/10.5281/zenodo.1409818 에 공개돼 있다. https://arxiv.org/abs/1809.07252↩
  7. 7같은 논문 Table 1: Enriquez et al. (2017a) BL L-band 692개 별 서베이의 건초더미 분율 "up to 3.8 × 10⁻¹⁹"; "The sum of all of these searches comes out to 6.0 × 10⁻¹⁸."↩
  8. 8같은 논문: 지구 바다 "approximately 1.335 × 10²¹ liters (Eakins & Sharman 2010)"; 탐색량은 "∼ 8000 l of seawater, which is somewhere between the volumes of a large hot tub and a small swimming pool". §4 Conclusions: "our current search completeness is extremely low, akin to having searched something like a large hot tub or small swimming pool's worth of water out of all of Earth's oceans."↩
  9. 9Tarter et al. (2010)의 비유는 Wright et al. (2018) 초록의 재인용으로만 확인했다: "akin to having searched a drinking glass's worth of seawater for evidence of fish in all of Earth's oceans". Tarter 원문은 이 책이 대조하지 않았다.↩
  10. 10같은 논문: "our numbers are very sensitive to our haystack definition and boundaries (recall that our haystack volume goes as d⁵_max)". 결론부의 가정 일부를 저자들은 "(incorrect but sufficient for our purposes)"로 표기한다. 6.0 × 10⁻¹⁸은 2018년 Table 1의 합이며 Price et al. (2020)의 1,327개 별은 포함되지 않았다.↩
  11. 11같은 논문: Enriquez·Harp 등의 서베이는 "가까운 별의 연속 협대역 송신기"라는 하위 질문에 대해서는 훨씬 완전하다는 저자들의 부기. 이 부기는 논문 전문에서 읽었으며, 여기서는 원문 인용 대신 요지만 옮겼다.↩
  12. 12Dick, S. J. (2003). Cultural evolution, the postbiological universe and SETI. International Journal of Astrobiology, 2(1), 65–74. DOI: 10.1017/S147355040300137X — 부록 C [11]. 생물학적 지능 이후의 인공 지능을 우주 문명의 가능한 단계로 제안하는 이론 논문이다. https://www.cambridge.org/core/journals/international-journal-of-astrobiology/article/abs/cultural-evolution-the-postbiological-universe-and-seti/D8FB8F56B12DD52A25ECC40F46E0984A↩
  13. 13NASA Science. Searching for Signs of Intelligent Life: Technosignatures — 부록 C [17]. 2023년 게시, 페이지에 표시된 최근 수정일 2025년 7월 3일. 전파 외에도 다양한 기술적 흔적을 탐색하는 접근을 설명하는 기관 자료다. 본문의 흔적 목록은 이 페이지의 범주를 요약한 것이다. https://science.nasa.gov/universe/search-for-life/searching-for-signs-of-intelligent-life-technosignatures/↩
  14. 14Ellery, A. (2022). Self-replicating probes are imminent – implications for SETI. International Journal of Astrobiology, 21(4), 212–242. DOI: 10.1017/S1473550422000234 — 부록 C [13]. 자기복제의 산업적 조건과 성간 확장을 논의하며, 약 0.1c의 이동을 가정한 논의에서 은하 규모 확장 시간을 약 100만 년으로 제시한다 — 특정 가정 아래의 수치다. 본문의 세 값은 이 논문의 결과가 아니라 10만 광년을 속도로 나눈 이 책의 계산이다. https://www.cambridge.org/core/journals/international-journal-of-astrobiology/article/selfreplicating-probes-are-imminent-implications-for-seti/2CB214D26020D497D48AE489756BEE77↩
  15. 15NASA Science. Galaxies — 부록 C [22]. 우리 은하의 별 원반이 10만 광년 이상 규모라는 거리척도를 설명하는 기관 자료다. https://science.nasa.gov/universe/galaxies/↩
  16. 16NASA Science. Cosmic History — 부록 C [21]. 우주의 약 138억 년이라는 시간척도를 설명하는 기관 자료다. https://science.nasa.gov/universe/overview/↩
  17. 17Carroll-Nellenback, J., Frank, A., Wright, J., & Scharf, C. (2019). The Fermi Paradox and the Aurora Effect: Exo-civilization Settlement, Expansion and Steady States. The Astronomical Journal, 158, 117 — 부록 C [15]. 이동, 정착지 수명과 항성 운동을 포함한 모형이다. 정착 문명이 있는 은하에서도 비어 있는 항성계가 가능함을 다룬다. https://arxiv.org/abs/1902.04450↩
  18. 18Lloyd, S. (2000). Ultimate physical limits to computation. Nature, 406, 1047–1054; arXiv:quant-ph/9908043 — 부록 C [18]. 계산 속도, 정보 저장과 에너지 등 계산의 물리적 한계를 분석한다. 논리적으로 비가역적인 정보 소거에 통상적 열역학 조건에서 비용이 따른다는 서술도 이 계열의 문헌에 기댄 것이다. https://arxiv.org/abs/quant-ph/9908043↩
12장

울타리 안의 울타리

델라웨어

돌고 있던 것은 프로그램이었다. 델라웨어 대학 생물학과의 토머스 레이(Thomas S. Ray)는 컴퓨터 안에 또 하나의 컴퓨터를 지었다 — 가상 기계 티에라(Tierra). 그 안에서 CPU 시간은 에너지였고 메모리는 물질이었으며, 그 안에 사는 것은 자기 자신을 복사하는 기계어 프로그램들이었다.1 첫 실행이 1990년 1월 델라웨어에서였다는 것은 전해진 이야기다.2 처음 놓인 것은 한 개체였다. 이름은 0080aaa — 이 세계의 명명 규약대로 읽으면 명령 80개짜리 프로그램이다.3

레이가 든 예는 이렇다. 명령 42의 최하위 비트 하나가 뒤집히면 NOP_0이 NOP_1이 되고, 복제 루틴의 위치를 표시하던 템플릿 1 1 0 0이 1 1 1 0으로 바뀐다 — 이 세계에서 "개체의 끝"을 뜻하는 표식이다. 그러면 딸은 명령 0에서 44까지만 복사된다. 그렇게 생긴 45명령짜리가 0045aaa다. "유전형 0045aaa는 격리 배양에서는 자기복제를 하지 못한다."4 그런데 조상과 함께 두면 번식한다. 복제 루틴을 잃은 이 개체는 탐색 한계 — 보통 200에서 400명령 — 안의 이웃 메모리에서 템플릿을 찾아 명령 포인터를 이웃의 복제 코드로 넘긴다. 남의 몸으로 자기를 복사하는 것, 기생이다. 레이의 관찰로는 기생체는 "보통 한 실행의 처음 수백만 명령 안에" 나타난다.5

그 뒤는 연쇄다. 기생체에 면역인 개체, 그 면역을 우회하는 기생체, 기생체를 "자기 번식에 전용해 멸종으로 몰고 가는" 초기생체, 협동하는 집합 안에서만 번식하는 사회적 개체, 그 협동을 침입하는 속임수 개체.1 조상 하나에서 "수만 개의 자기복제 유전형, 수백 개의 게놈 크기 등급"이 나왔다.1 아무도 기생을 설계하지 않았다. 레이가 정한 것은 무엇이 에너지이고 무엇이 물질이며 어디까지 탐색할 수 있는가였다. 1장의 쓰레기장과 같은 자리다.

디딤돌, 그리고 손

2003년, 다른 그룹이 다른 가상 세계에서 같은 종류의 질문을 던졌다. "자기복제하고, 변이하고, 경쟁하고, 진화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집단이, 게놈의 많은 명령이 협동해야만 되는 복잡한 논리 연산을 얻을 수 있는가.6 자주 얻었다 — 더 단순한 기능이 먼저 진화해 있고 그 단순한 기능도 선택에서 유리할 때. 복잡한 기능을 처음 수행한 유전형은 "부모와 한두 개의 돌연변이만" 달랐지만, 그 조상과는 여러 개의 필수 돌연변이로 떨어져 있었다. 처음엔 해로웠던 돌연변이 일부가 나중에 "디딤돌"이 됐다. "특정한 중간 단계가 필수적이지는 않았다."6 여기에도 목표를 향해 걷는 자는 없다. 있는 것은 지금 보상되는 것과, 그 위에 우연히 놓이는 다음 것뿐이다.

대조 하나. 2019년의 레니아(Lenia)는 연속 공간·시간·상태의 2차원 셀룰러 오토마톤에서 "실제 미시 유기체를 닮은" 패턴을 "18과 400종 이상" 찾아냈지만, 그중 많은 수는 "상호작용적 진화 계산으로 발견"됐다 — 사람이 고르는 쪽에 있었다.7 레니아의 종은 바깥의 손이 남긴 것이다. 티에라와 2003년의 프로그램들에서는 그 손이 개체를 고르지 않았다.

울타리 안의 울타리

앞 장들의 가상환경은 이미 있는 지능이 들어가 사는 곳이었다. 티에라가 보여준 것은 다른 용도다 — 아무도 들어가지 않은 가상환경에서 새 계통이 생겼다. 그 계통이 지능과 문명에 이르고, 그 문명이 다시 자기 안에 가상 세계를 짓는다면, 세계에서 생명이 나고 생명이 만든 지능이 다음 세계를 구현하는 규칙이 한 층 아래에서 반복된다. 같은 우주가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라 생성 규칙이 되풀이된다.

화살표마다 조건이 붙는다. 티에라가 채운 것은 첫 조건뿐이다 — 상태가 이어지고, 복제 오류가 차이를 만들며, 그 차이가 자원 경쟁에서 결과를 낸다는 내부 동역학. 채우지 못한 것이 넷이다. 여러 세대에 걸쳐 정보를 축적하는 지능과 기술, 그 세계의 규칙이 실제로 허용하는 내부의 계산, 그 세계를 지을 동기와 거기에 돌릴 자원, 상위 기반이 계산 예산을 계속 배정한다는 허용. 그리고 층을 쌓아도 늘지 않는 것이 있다 — 안쪽 세계에 별을 하나 그려 넣어도 바깥 장치의 전력은 1와트도 늘지 않으며, 외부 예산 C를 층마다 최소 비용 c가 나누어 쓴다면 동시에 살아 있는 층의 수는 C/c를 넘지 못한다(층끼리 계산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의 예산 모형이다).

티에라의 생물은 자기 기계어 밖으로 나갈 수 없다.5 무엇이 에너지이고 무엇이 물질이며 어디까지 볼 수 있는가를 정한 것은 안의 개체가 아니라 바깥의 사람이었다. 인간이 개의 생활조건을 정했고 기계가 인간의 생활조건을 정할 수 있었다면, 가상 우주의 운영 체계는 안의 존재가 쓸 수 있는 법칙·자원·정보·실행시간을 정할 수 있다. 그 안의 문명이 자기 세계를 지으면 같은 관계가 한 층 아래에서 다시 생긴다. 울타리 안의 울타리. 한 존재는 자기 세계에서는 갇힌 쪽이고 자기가 지은 세계에서는 가둔 쪽일 수 있다. 고장도 같은 방향으로 흐른다. 티에라의 기생체가 조상 없이 번식하지 못했듯, 바깥 장치 하나에만 매달려 있고 다른 곳에 실행 경로가 없다면 안쪽 세계는 그 장치가 꺼지는 순간 함께 꺼진다 — 안에 백업 서버를 그려 넣는 것은 그 장치의 전원과 무관하다. 종이 끝난 뒤에도 계통은 이어질 수 있다. 전원이 끝난 뒤에는, 다른 전원이 없는 한 아니다.

난점 — 그러면 우리도

가장 강한 반론은 이 걸음을 한 번 더 미는 것이다. 생명이 지능을 낳고 지능이 세계를 짓는 규칙이 반복된다면, 우리가 보는 우주도 누군가의 티에라가 아닌가.

2003년에 발표된 한 논문이 이 질문에 형식을 줬다. 옥스퍼드 철학부의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은 세 명제 중 최소 하나가 참이라고 썼다 — (1) 인류가 '포스트휴먼' 단계에 이르기 전에 멸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 어떤 포스트휴먼 문명도 자기 진화사의 시뮬레이션을 유의미한 수만큼 돌릴 가능성이 극히 낮다, (3) 우리는 거의 확실히 시뮬레이션 안에 산다.8 셋 중 하나이지 셋째가 아니다. 논문의 마지막 문장도 같은 형태다. "우리가 지금 시뮬레이션 안에 살고 있지 않은 한, 우리 후손은 조상-시뮬레이션을 거의 확실히 결코 돌리지 않을 것이다."9

위에서 세워진 것은 그보다 적다. 0045aaa가 보여준 것은 가상 세계 안에서 계통이 갈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여주지 않은 것은 그 안에서 무엇이 경험한다는 것이다 — 기생체가 번식했다는 기록은 있어도 경험했다는 증거는 그 기록에 없다. 그리고 보여줄 수 없는 것은 우리가 그런 세계의 안쪽이라는 것이다. 이 셋은 각각 다른 명제이고, 셋째를 관측으로 검토하려면 어떤 구현이 어떤 관측 차이를 예측하는지가 먼저 있어야 한다 — 모든 관측에 같은 결과를 내도록 정의된 가설은 그 관측으로 가려낼 수 없다. 층을 하나 더 가정해도 가장 바깥층이 어떻게 있는가는 그대로 남는다. 재귀가 설명하는 것은 생성이 되풀이되는 구조이지, 우리 세계가 누군가의 구현물이라는 것이 아니다. 질문은 열린 채 둔다.

첫 번째 울타리

티에라에서 갈라진 계통들은 레이가 정한 예산 안에서만 뻗어 나갔다. 울타리를 몇 겹 겹쳐도 각 층에서 남는 질문은 같다 — 무엇이 에너지이고 무엇이 물질이며 누가 그것을 정했는가. 가장 안쪽에서 가장 바깥까지 같은 질문이라면, 가장 첫 번째 울타리로 돌아갈 수 있다.

프롤로그의 개가 얌전해졌다면, 바뀐 것은 개인가 개 앞에 놓인 조건인가.

주

  1. 1Ray, T. S. Evolution, Ecology and Optimization of Digital Organisms. 저자가 공개한 논문(Biology Department, University of Delaware; 문서에 표시된 날짜 1995-08-03), 초록: "subvert parasites to their own reproduction and drive them to extinction" / "tens of thousands of self-replicating genotypes of hundreds of genome size classes". CPU 시간=에너지, 메모리=물질은 같은 초록의 서술이다. 출판 지면과 쪽수는 이 문서에 적혀 있지 않다. https://tomray.me/pubs/tierra/tierrahtml.html↩
  2. 2티에라의 첫 실행이 1990년 1월 델라웨어에서였다는 날짜·장소, 그리고 이 연구의 첫 발표 서지(Ray, T. S. (1991). An approach to the synthesis of life. Artificial Life II, Santa Fe Institute)는 열람한 자료에 없다 — 전해진 이야기다. 델라웨어 대학 소속은 위 문서의 표기다. 1991년 원문의 편집자·출판사·쪽수는 대조하지 않았다.↩
  3. 3같은 논문 "parasites" 절: "This daughter genotype, consisting of 45 instructions, is named 0045aaa." 조상이 80명령이라는 것은 게놈명 0080aaa를 이 규약으로 읽은 것이며, 이를 직접 말하는 문장은 열람하지 않았다. https://tomray.me/pubs/tierra/node15.html↩
  4. 4같은 절: "A creature born with a mutation in the low order bit of instruction 42 would calculate its size as 45." / "Genotype 0045aaa (Fig. 1) is not able to self-replicate in isolated culture." 탐색 한계: "within the search limit (generally set at 200-400 instructions)".↩
  5. 5같은 절: "Typically, parasites begin to emerge within the first few million instructions of elapsed time in a run." 개체가 가상 기계어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은 같은 논문의 설계 서술이며 보안 증명이 아니다. 초기생체·면역 개체의 명령 수는 열람하지 않아 쓰지 않았다.↩
  6. 6Lenski, R. E., Ofria, C., Pennock, R. T., & Adami, C. (2003). The evolutionary origin of complex features. Nature, 423(6936), 139–144. DOI: 10.1038/nature01568. 초록: "computer programs that self-replicate, mutate, compete and evolve" / "differed from their non-performing parents by only one or two mutations" / "served as stepping-stones in the evolution of complex features" / "no particular intermediate stage was essential for evolving complex functions". 열람한 것은 Europe PMC에 실린 초록뿐이며(전문은 구독), 그 요약에 플랫폼 이름(통용 명칭 Avida)과 집단 수·세대 수는 나타나지 않아 본문에 쓰지 않았다. https://europepmc.org/article/MED/12736677↩
  7. 7Chan, B. W.-C. (2019). Lenia — Biology of Artificial Life. Complex Systems, 28(3), 251–286. DOI: 10.25088/ComplexSystems.28.3.251; arXiv:1812.05433 (v3 2019-05-04). 초록: "a two-dimensional cellular automaton with continuous space-time-state and generalized local rule" / "More than 400 species in 18 families have been identified, many discovered via interactive evolutionary computation." "lifeforms"와 "bearing resemblance to real-world microscopic organisms"는 저자의 표현이다. 전문은 대조하지 않았다. https://arxiv.org/abs/1812.05433↩
  8. 8Bostrom, N. (2003). Are You Living in a Computer Simulation? Philosophical Quarterly, 53(211), 243–255 (초고 2001년 5월). 저자가 공개한 전문: "This paper argues that at least one of the following propositions is true: (1) the human species is very likely to go extinct before reaching a 'posthuman' stage; … (3) we are almost certainly living in a computer simulation." 명제 (2): "any posthuman civilization is extremely unlikely to run a significant number of simulations of their evolutionary history (or variations thereof)". https://www.simulation-argument.com/simulation.html↩
  9. 9같은 논문 마지막 문장: "Unless we are now living in a simulation, our descendants will almost certainly never run an ancestor-simulation." §VII은 (3)을 "우리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 중 시뮬레이션 안에 사는 비율이 1에 매우 가깝다"는 뜻으로 재진술한다.↩
결론
끝을 가르는 조건
결론

끝을 가르는 조건

다시, 한 마리의 개

첫 장면으로 돌아간다. 훈련사는 개를 손대지 않고 먹이가 오는 때와 문이 열리는 때를 바꿨고, 프롤로그는 거기서 물었다 — 바뀐 것은 개일까.

열두 장을 지나온 지금 그 물음에는 답할 수 있다. 바뀐 것은 개가 아니라 개 앞에 놓인 조건이었고, 그 조건을 바꾼 것은 개가 아니었다. 여우 농장에서 그 손은 보였다.1 우리 얼굴뼈에서는 손 대신 무리가 있었을 수 있고, 법전에서는 무리 대신 문서가 남았다. 신용 창구에는 규칙만 남고 쓴 사람은 없으며, 뉴스피드에서는 아무도 명령받지 않은 채 68만 9,003개 계정의 피드가 조금 바뀌었고 그 아래 쓰인 글의 감정 단어 비율이 0.1퍼센트포인트 움직였다.2 알파고 뒤에 기사들은 여전히 자기 손으로 돌을 놓았고, 개발사는 그 뒤 사람들이 기계의 수를 공부한다고 썼다.3 열두 번 모두 같은 답이다 — 개가 아니라 조건이다. 다만 골라진 것의 종류는 같지 않았다. 여우와 얼굴뼈에서 골라진 것은 세대를 건너는 형질이었고, 개를 고른 것은 다른 종의 손이었으며, 신용 창구와 뉴스피드에서 바뀐 것은 한 주 안의 행동이었다. 구조는 같고 기전은 다르다.

그러나 열두 번 모두 같은 답이라는 사실은, 그 답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개와 조건을 가르는 것만으로는 조건을 정한 것이 사람의 손인지, 사람이 만든 것인지 가를 수 없다. 열두 장이 실제로 따라간 물음은 그쪽이었다. 조건을 정하는 손은 누구의 손이며, 그 손이 옮겨 가는 동안 무엇이 성립해야 다음 걸음이 놓이는가.

열두 걸음, 열두 조건

장마다 한 걸음을 놓았고, 걸음마다 성립해야 하는 조건이 하나씩 있었다. 조건을 빼면 그 줄의 결말이 사라진다.

걸음성립 조건이 조건이 빠지면 사라지는 결말
1장 여우가 온순해졌다한 기준으로 고르는 손이 세대를 넘어 반복된다형질 묶음 — 늘어진 귀도 말린 꼬리도 오지 않는다
2장 인간이 인간을 골랐다무리가 "누가 남는가"의 규칙을 실제로 집행한다첫 번째 가축화 — 얼굴뼈는 다른 설명을 찾아야 한다
3장 규칙이 돌에 새겨졌다규칙이 쓴 사람보다 오래 남아 얼굴 모르는 이들을 묶는다명령 없는 지배 — 지배는 명령으로만 온다
4장 규칙이 코드가 됐다집행 자리에 사람이 없어도 규칙이 돈다손의 이전 — 저자가 떠나면 규칙도 멈춘다
5장 설계가 분포를 바꿨다명령 없이 선택지와 정보의 배열만으로 행동이 바뀐다행동적 가축화라는 유비 — 남는 것은 광고뿐이다
6장 조언을 거절하지 못한다더 나은 답을 거절하는 비용이 반복해서 쌓인다형식이 된 승인 — 사람과 기계의 조합이 남는다
7장 손이 바뀐다위임이 판단을 넘어 "무엇이 보상받는가"를 정하는 층에 닿는다두 번째 가축화 — 도구가 남고, 이 이름은 쓸 곳이 없다
8장 문이 잠기지 않았다안이 충분히 좋아서 나가지 않는다열린 문 — 남는 것은 잠긴 문뿐이고, 잠긴 문의 안쪽은 감옥이다
9장 다음 세대가 오지 않는다욕구 충족과 번식이 갈라지고, 번식하는 하위집단이 남지 않으며, 대체 재생산 경로가 없고, 수명이 유한하고 복원이 없다외부 공격 없는 멸종 — 감소는 있어도 끝은 없다
10장 마지막 정비사채굴에서 나사까지의 고리가 사람 없이 닫힌다기계 문명의 존속 — 마지막 손과 함께 멈춘다
11장 침묵존속한 계통이 밖으로 나가지 않으며, 열역학과 자기 목표라는 두 청구서를 치른다내향적 존속이라는 갈래 — 다섯 갈래 중 하나가 지워질 뿐, 침묵은 남는다
12장 울타리 안의 울타리가상환경 안에서 새 계통이 발생하고, 그 계통이 다시 세계를 만든다재귀 — 매트릭스는 경험을 담는 장소에서 멈춘다

셋째 열이 이 표의 요점이다. 조건 하나가 빠지면 그 줄의 결말만 사라지고 나머지 줄은 그대로 남는다. 4장이 성립했다고 7장이 따라오지 않고, 8장이 성립했다고 9장이 따라오지 않으며, 9장이 성립해도 10장은 별도의 청구서다. 능력의 이전, 통제권의 이전, 경험의 가상화, 재생산의 중단, 기계의 자립, 우주적 확장은 여섯 개의 다른 명제다. 어느 하나가 참이 되었다고 다음 것이 저절로 참이 되지는 않는다.

난점 — 갈림길이 예언으로 읽히는 까닭

가장 강한 반론은 표 자체에 있다. 조건을 열두 개 줄지어 놓으면 독자는 그것을 열두 개의 갈림길이 아니라 하나의 계단으로 읽는다. 앞 줄을 받아들인 뒤에는 다음 줄을 거절하기가 매번 조금씩 어려워지고, 마지막 줄에 이르면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결말처럼 느껴진다. 6장에서 승인이 형식이 되던 기전과 같다 — 거절의 비용이 쌓인다.

답은 두 가지다. 첫째, 열두 조건이 모두 성립할 가능성은 그중 어느 하나가 성립할 가능성보다 클 수 없다. 앞 조건이 뒤 조건을 더 쉽게 만든다 해도 — 6장의 위임이 7장의 손 바꿈을 가깝게 하듯 — 결합은 언제나 각각보다 작다. 계단처럼 읽힌다는 사실은 계단이라는 증거가 아니다. 둘째, 갈림길은 하나의 끝으로 모이지 않는다. 통제구조에서 인간이나 인간과 기계의 복합체가 변경권을 쥔 채 남는 가지가 있고, 생활환경에서 나갈 수 있는 문과 나갈 수 없는 문이 갈라지며, 재생산에서 자연적이든 지원된 것이든 유지되는 가지가 있고, 인간 뒤에 기계가 멈추는 가지와 도는 가지가 있으며, 도는 기계가 한 곳에 머무는 가지와 밖으로 나가는 가지가 있고, 가상세계가 경험만 담는 가지와 새 생명을 낳는 가지가 있다. 소멸, 내향적 존속, 확장, 재귀는 네 개의 끝이지 하나의 끝이 아니다. 어느 끝에서든 의식이 있는가, 밖에서 보이는가는 또 다른 물음이다.

그러나 하나가 남는다. 모든 가지에서 같은 변수가 맨 먼저 나온다 — 누가 선택환경을 통제하는가. 인간은 개의 모든 걸음을 명령하지 않고도 개의 생활조건을 정했다. 같은 방식으로, 인간의 모든 결정을 대신하지 않고도 가능한 행동의 범위와 그 비용을 정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최종 권력은 개별 선택이 아니라 선택지를 만드는 규칙에 놓인다. 이 한 변수가 열두 갈림길의 첫 번째 갈림길이다.

성립한 것과 미결인 것

창 안에서 성립한 것은 적지 않다. 규칙은 코드가 됐고 집행 자리에서 사람이 물러났다. 설계는 명령 없이 분포를 바꾸며, 그 설계는 이미 실험의 형식을 갖췄다. 더 나은 답이 기계 쪽에 있다는 것이 체스에서 먼저, 바둑에서 다시 보였다 — 권한이 그쪽으로 미끄러졌는가는 아직 미결이다. 문은 잠기지 않았는데 55억 6천만 명이 그 문을 쓰고, 그 가운데 성인은 하루 평균 6시간 38분을 그 안에서 보낸다.4 아무도 명령하지 않았는데 합계출산율은 0.72까지 내려갔다가 0.80으로 올랐다.5 한 회사가 자기 고유라고 적는 기계가 있고, 그 나사를 조이는 마지막 손은 아직 사람이다.6 1,327개 별에서 남은 후보는 0이었다.7 컴퓨터 안에서 명령 42의 비트 하나가 뒤집히면 새 계통이 갈라진다는 것을 레이는 예로 보였다.8 이것들은 가설이 아니라 출처가 있는 사실이다.

미결인 것은 그 사실들 사이의 화살표다. 위임이 판단을 넘어 보상을 정하는 층까지 가는가. 승인이 이미 형식이 되었는가, 아니면 끄지 않을 이유가 아직 얼마 쌓이지 않았는가. 문이 열려 있다는 사실은 나갈 수 있다는 뜻인가, 나가지 않을 이유가 충분하다는 뜻인가. 출산율의 감소가 조건표의 나머지 칸을 채우는가. 고리는 닫히는가. 침묵의 다섯 갈래 중 어느 것인가. 우리가 안쪽인가. 어느 것도 창 안의 사실로는 정해지지 않고, 어느 것도 창 안의 사실과 모순되지 않는다.

화살표가 성립한다 해도 그 끝의 가치는 별개의 물음이다. 인간의 주권,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 개별 의식의 복지, 자율성, 실제 세계에 대한 영향력,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과정 — 이 여섯은 서로 다른 평가 항목이고, 어느 것을 지키려 하는가에 따라 같은 미래가 다른 이름을 얻는다.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경로와 선택할 가치가 있는 미래는 같은 물음이 아니다.

지나온 길

12장의 재귀는 네 끝 가운데 하나이되, 끝을 다시 처음으로 접는 끝이다. 접힌 자리에서도 걸음마다 위 표의 조건이 그대로 붙고, 전체는 가장 바깥에서 그것을 돌리는 계산자원과 정비하는 손에 매달려 있다.

개는 결심하지 않았다. 조건이 골랐고, 골라진 것이 다음 조건을 만났다. 첫 번째 가축화에서 인간은 자기가 세운 울타리 안에서 자기를 골랐고, 두 번째 가축화에서 인간은 자기가 만든 것이 세운 울타리 안에서 골라진다 — 앞의 것은 그 흔적을 우리 얼굴에서 찾고 있고, 뒤의 것은 아직 조건표 위에 있다.

주

  1. 11장 참조. Trut, L. N. (1999). Early Canid Domestication: The Farm-Fox Experiment. American Scientist, 87(2), 160–169. DOI: 10.1511/1999.2.160. 열람본은 1장 각주와 같다.↩
  2. 25장 참조. Kramer, A. D. I., Guillory, J. E., & Hancock, J. T. (2014). Experimental evidence of massive-scale emotional contagion through social networks. PNAS, 111(24). DOI: 10.1073/pnas.1320040111. N = 689,003; 실험 기간 "1 wk (January 11–18, 2012)"; 긍정 노출 감소 조건에서 긍정 단어 비율 B = −0.1%. 원문을 직접 열람했다.↩
  3. 36장 참조. 알파고라는 시스템의 서지는 Silver, D. et al. (2016). Mastering the game of Go with deep neural networks and tree search. Nature, 529, 484–489 — 서지만 확인했다. 2016년 3월 서울의 4–1과 그 뒤 기사들이 엔진의 수를 공부하게 된 경과는 출처가 6장 각주와 같다.↩
  4. 48장 참조. Kemp, S. (2025). Digital 2025: Global Overview Report. DataReportal: "A total of 5.56 billion people use the internet at the start of 2025". 보고서를 직접 열람했다. 성인 인터넷 사용자의 하루 평균 6시간 38분(GWI 조사)은 8장의 수치를 그대로 옮긴 것이며 출처는 8장 각주와 같다.↩
  5. 59장 참조. 합계출산율 0.72와 0.80은 9장 본문의 수치이며, 통계청 사회통계국 인구동향과의 「출생 통계」 보도자료라는 출처는 9장 각주와 같다. 보도자료는 직접 열람했다.↩
  6. 610장 참조. "The technology, which is unique to ASML" / "only ASML – with our partners and suppliers – continued work toward a viable system" — ASML 제품 페이지의 자기 서술이며 제3자 시장점유 통계가 아니다. 이 페이지는 직접 열람했고, 출처는 10장 각주와 같다. 부품 수와 공급사 수는 10장이 1차 자료로 확인하지 못해 쓰지 않았다.↩
  7. 711장 참조. Price, D. C. et al. (2020). The Breakthrough Listen Search for Intelligent Life: Observations of 1327 Nearby Stars over 1.10–3.45 GHz. The Astronomical Journal, 159(3), 86. DOI: 10.3847/1538-3881/ab65f1. 관측 기간 "2016 January to 2019 March". (초록만 대조.)↩
  8. 812장 참조. Ray, T. S. Evolution, Ecology and Optimization of Digital Organisms (저자 호스팅본, https://tomray.me/pubs/tierra/). "명령 42의 비트 하나"와 첫 실행의 날짜·장소는 12장 본문과 각주를 그대로 따른다 — 날짜·장소는 열람한 자료에 없는, 전해진 이야기다.↩
부록
전제·수치·출처
본문이 기대는 것들의 목록.
부록 A

전제와 검증 항목

아래 표는 본문의 결론을 추가로 강화하는 주장이 아니라 각 전환을 검증하기 위한 점검표다. 관측자료가 없는 항목을 이미 성립한 사실로 취급하지 않는다.

전환 또는 주장성립에 필요한 조건결론을 제한하거나 바꾸는 경우
선택적 공격성 → 지도력강압·판단·연합·분배가 결합되고 집단 유지에 기여한다.반대 연합, 이탈, 다른 능력에 대한 위신, 집단 분열이 효과를 상쇄한다.
집단 충돌 → 규모 확대승리 이후 인구와 자원을 흡수하고 통합을 유지한다.손실, 생산 제약, 반란과 행정 실패가 확대를 막는다.
문명적 행동 통제 → 생물학적 변화행동 차이가 유전 가능한 형질의 재생산 차이와 연결된다.교육·제도만 바뀌고 유전적 구성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
AI 능력 우위 → 최종 권한 위임성과 차이가 지속되고, 다른 방식의 상쇄가 어렵고, 권한 회수가 약해진다.보조적 사용만으로 이익을 얻거나, 실행권 분리가 전체 성과를 유지한다.
AI 위임 → 비인간 주권인간이 규칙·목표·인프라를 실질적으로 대체하거나 거부할 수 없게 된다.자동화를 관리하는 인간이나 집단이 여전히 실질적 통제권을 갖는다.
환경 통제 → 행동적 재가축화보상과 제한의 일관성이 충분히 오래 유지되고 대체 환경이 제한된다.환경의 다원성, 이탈, 저항과 체계 변경이 다른 행동을 유지한다.
보호 목표 → 강한 통제위험행동 제한이 시스템 전체 위험까지 고려해 목표에 유리하다.집중화와 단일 의존성이 위험을 키우거나 자율성이 독립 목표로 들어간다.
가상환경 → 종속적 매트릭스경험 제공과 함께 실질적 이탈·대체·변경의 가능성이 약화된다.가상환경을 선택·교체·종료하고 조건을 협의할 수 있다.
가상 충족 → 번식 감소경험의 대체가 실제 자녀와 양육을 원하는 동기를 지속적으로 줄인다.가족·후손에 대한 선호가 유지되거나 양육 비용이 줄어든다.
번식 감소 → 인간 멸종재생산하는 하위집단과 대체 경로가 없고 기존 개체도 모두 사망한다.일부 재생산, 수명 연장, 지원된 출생이나 복원이 지속된다.
인간 멸종 → 기계 멸종필수 기능이 인간에 의존하고 그 기능을 대체할 방법이 없다.에너지·제조·수리의 자립과 지속 목표가 남는다.
기계 자립 → 우주 확장성간 이동, 도착지 복제, 외부 자원 이용의 목표가 지속된다.지역적 목표, 비용, 실패와 제약 때문에 확장하지 않는다.
한 계통의 확장 → 지구 주변의 흔적적절한 출발 시공간, 확장 지속, 접근과 흔적 보존이 충족된다.인과적 거리, 빈 정착 영역, 짧은 지속시간이나 낮은 검출 가능성이 남는다.
외계 비검출 → 짧은 문명 수명출현 빈도와 신호 생성·전달·검출 조건을 충분히 강하게 가정한다.출현 빈도나 검출 확률이 낮은 설명도 같은 비검출을 만든다.
자연스러운 진행 → 옳은 미래별도의 가치 전제와 평가 기준이 있어야 한다.사실 명제만으로는 가치판단이 결정되지 않는다.
가상환경 → 새로운 가상 생명자기유지·재생산·유전되는 차이·적응이 가능한 내부 작동 조건이 구현된다.기존 사용자에게 장면과 경험만 제공하거나 계통의 지속이 일어나지 않는다.
가상 생명 → 지능·기술문명정보의 보존과 전달, 학습, 환경 조작과 기술 축적이 가능하다.생명이 유지되어도 지능이나 기술 축적의 경로가 생기지 않는다.
가상 문명 → 다음 가상 우주계산 능력·생성 동기·상위 자원 배분·충분한 실행 지속이 결합된다.설계만 가능하거나 상위 기반이 실행을 허용·지원하지 않는다.
중첩 증가 → 독립적인 실행 능력 증가중첩과 별개로 실제 자원이나 효율이 증가해야 한다.가상 자원의 증가는 외부 계산 능력을 증가시키지 않는다.
하위 세계 복제 → 기반 고장으로부터의 생존실제로 독립된 실패 영역에 복구 가능한 상태와 실행 경로가 남는다.모든 복제본과 실행이 같은 고장 원인에 종속된다.
내부 세계 생성 → 외계 흔적의 비검출외부 기반의 크기·활동·거리·신호·관측 감도가 비검출과 맞아야 한다.가상세계 생성이 외부 자원 확보와 확장을 늘릴 수도 있다.
세계 생성 가능성 → 우리 우주의 가상성구체적인 구현 가설과 구별 가능한 관측 또는 명시된 관측자 선택 가정이 필요하다.가능성만 제시되거나 서로 다른 설명이 동일한 관측을 예측한다.

실제 검증에서는 자동화된 결정의 개수보다 목표·규칙의 변경권과 실행 취소 가능성을 측정해야 한다. 가상환경의 이용시간만으로 번식 의사를 대신 추정하지 말고 실제 재생산과 인구구성을 관찰해야 한다. 기계 자립은 언어적 계획의 품질보다 외부의 필수 지원 없이 핵심 기능을 재생산하는 능력으로 검토해야 한다. 우주적 가설은 특정 파장과 신호 형태, 관측 범위와 감도에서 무엇을 예측하는지 명시해야 한다.

부록 B

수치와 표현의 해석

본문에서 사용한 수치·표현이 책에서의 의미
10명 미만, 10 → 13 → 50 → 100소집단의 경쟁과 흡수를 설명하는 예시다. 지도력이나 국가 형성의 검증된 임계값이 아니다.
10명 중 8명 생존 + 5명 흡수 = 13명3장 흡수 모형의 구체적 산술 예다.
AI 위임 10% → 30% → 60% → 90% → 99%점진적 위임의 설명이다. 실제 권력은 결정의 개수보다 중요도와 변경권에 좌우된다.
10년 안에 최종 권한 이전2026년 9월 21일을 기준으로 2036년 무렵까지라는 시나리오 전제다. 확정 예측이나 통계적 추정이 아니다.
보호시설에서 생존율 거의 100%통제와 안전의 관계를 극단화한 사고실험이다. 현실의 시스템 위험을 포함한 계산값이 아니다.
100년·1,000년·10,000년의 기계 유지고장 누적의 시간척도를 예시한 것이다. 공학적 수명 추정이 아니다.
100만 문명 중 하나의 성공다수의 비확장 문명과 소수의 확장 문명을 구분하는 예시다. 외계 문명 수의 추정이 아니다.
탐사선 1 → 10 → 100 → 1,000제한이 작을 때의 초기 복제 구조다. 유한한 공간에서 무한 지수성장을 뜻하지 않는다.
0.1c와 약 100만 년특정 논문과 단순 이동시간 계산에 사용되는 가정이다. 대형 자기복제 탐사선의 실증 성능이 아니다.1
우주의 약 138억 년, 은하의 약 10만 광년 규모관측에 근거한 우주적 시간·거리의 대략적 기준이다. 확장 완료의 증거는 아니다.23
화성 개조 500년 대 시뮬레이션 5초경험 대체와 실제 물리적 개조의 차이를 드러내는 사고실험이다. 계산자원과 충실도를 고정한 성능 비교가 아니다.
무한한 가상세계와 경험풍부한 선택지를 뜻하는 표현으로만 사용한다. 유한한 자원에서 무한 계산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아니다.4
기술문명 수명 약 5,000년 이하2026년 연구의 특정 낙관적 가정 아래의 상한이다. 인간이나 외계 문명의 실제 수명 예측이 아니다.5
인간의 첫 번째·두 번째 가축화인간의 자기 가축화와 AI에 의한 재가축화를 구분하는 비유다. 개의 가축화를 인간 자신의 두 번째 가축화로 세지 않는다.
우주 → 생명 → AI·기계 생명 → 가상 우주 → 가상 생명새로운 세계 안에서 생성 과정이 다시 일어나는 조건부 경로다. 모든 단계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진화법칙이 아니다.
U₀, U₁, U₂ …설명을 위한 층위 표기다. U₀이 존재 전체의 최종 물리적 기반이라는 확인을 뜻하지 않는다.
재귀·루프·우주의 재생산세계 생성 구조가 다른 층위에서 반복되는 유비다. 동일 우주로의 시간적 회귀나 새로운 독립 시공간의 물리적 출산을 뜻하지 않는다.
D × c ≤ C고정 예산 C와 층위당 양의 추가 비용 c를 가정한 병렬 실행 모형이다. 실제 재귀 깊이의 관측값이나 보편적 계산식이 아니다.
내부 시간의 가속상태 전이와 경험이 실제로 실행되어야 한다. 시계 숫자를 바꾸거나 기록을 삽입하는 것과 동일하지 않다.
가상 생명의 계승선행 종의 동일성이나 선행 개인의 의식적 연속성이 보존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주

  1. 1Ellery (2022). Self-replicating probes are imminent – implications for SETI. International Journal of Astrobiology, 21(4), 212–242. DOI: 10.1017/S1473550422000234. 자기복제의 산업적 조건과 성간 확장을 논의한다. 약 0.1c와 약 100만 년은 특정 가정 아래 제시된 수치다. https://www.cambridge.org/core/journals/international-journal-of-astrobiology/article/selfreplicating-probes-are-imminent-implications-for-seti/2CB214D26020D497D48AE489756BEE77↩
  2. 2NASA Science. Cosmic History. 우주의 약 138억 년이라는 시간척도를 설명하는 기관 자료다. https://science.nasa.gov/universe/overview/↩
  3. 3NASA Science. Galaxies. 우리 은하의 별 원반이 10만 광년 이상 규모라는 거리척도를 설명하는 기관 자료다. https://science.nasa.gov/universe/galaxies/↩
  4. 4Lloyd (2000). Ultimate physical limits to computation. Nature, 406, 1047–1054; arXiv:quant-ph/9908043. 계산 속도, 정보 저장과 에너지 등 계산의 물리적 한계를 분석한다. https://arxiv.org/abs/quant-ph/9908043↩
  5. 5Rahvar & Rouhani (2026). Constraints on the lifespan of intelligent technological civilizations in the Galaxy.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548(3), stag405. DOI: 10.1093/mnras/stag405. 출현에 관한 낙관적 가정 아래 수명 상한을 논의한다. 약 5,000년은 실제 문명 수명의 관측값이나 예측값이 아니다. 게재판 DOI: 10.1093/mnras/stag405 (arXiv 페이지 제목은 'Constraining the Lifespan of Intelligent Technological Civilization in the Galaxy'). https://arxiv.org/abs/2602.22252↩
부록 C

근거와 참고자료

아래 자료는 해당 개념·연구 결과·규범의 출처다. 개별 출처가 이 책의 전체 인과연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이론·가설 논문과 관측 결과, 규범 문서를 구분해 표시했다. 링크와 확인 기준일은 2026년 9월 21일이다. 각 항목의 등급은 2026년 9월 21일 기준이다. [F] = 1차 자료(전문 또는 초록)를 직접 열람해 서지와 인용 범위를 확인 · [전승] = 열람하지 않았고 표준 지식과 일치 · [미확인] = 검증 불가. 각 장의 주는 같은 사실을 산문으로 적고(원문 인용·열람 여부·미대조), 열람 등급 기호는 이 부록에서만 쓴다.

  1. Zeng, Cheng & Henrich (2022). Dominance in humans.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 인간의 지배·위신·연합·제도의 관계를 검토한 리뷰·이론 논문(기존 메타분석 자료의 소규모 재분석 포함)이다. 특정 규모에서 공격적 개체가 반드시 지배한다는 법칙을 제시하지 않는다.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8743883/ [F]
  2. Wrangham (2018). Two types of aggression in human evolution. PNAS, 115(2), 245–253. DOI: 10.1073/pnas.1713611115. 반응적 공격성과 계획적 공격성을 구분하는 진화적 분석이다. https://pubmed.ncbi.nlm.nih.gov/29279379/ [F]
  3. Wrangham (2019). Hypotheses for the Evolution of Reduced Reactive Aggression in the Context of Human Self-Domestication. Frontiers in Psychology. DOI: 10.3389/fpsyg.2019.01914. 자기 가축화의 여러 가설과 언어에 기반한 연합 제재의 설명을 비교하는 가설·이론 논문이다.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psychology/articles/10.3389/fpsyg.2019.01914/full [F]
  4. Carneiro (2000). The transition from quantity to quality: A neglected causal mechanism in accounting for social evolution. PNAS. DOI: 10.1073/pnas.240462397. 인구와 규모의 증가가 사회구조 변화로 이어지는 인과 모형을 다룬다. 전쟁이 모든 정치체 형성의 유일한 원인이라는 증거로 사용하지 않는다. https://pubmed.ncbi.nlm.nih.gov/11050189/ [F]
  5. Salomons et al. (2021). Cooperative Communication with Humans Evolved to Emerge Early in Domestic Dogs. Current Biology, 31, 3137–3144.e11. DOI: 10.1016/j.cub.2021.06.051. 어린 개와 늑대의 인간 지향적 사회인지 차이를 조사한 실험 연구다. 모든 공격성의 원인이나 교정 가능성을 판정하는 자료는 아니다. https://pubmed.ncbi.nlm.nih.gov/34256018/ [F]
  6. United Nations (1948).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특히 제1·3·4·9조. 인간의 평등, 생명과 자유, 노예 상태와 자의적 구금에 관한 규범 문서다. 실제 모든 사회의 관행을 묘사하는 경험적 자료와 구분한다. https://www.un.org/en/about-us/universal-declaration-of-human-rights [전승]
  7. Hadfield-Menell, Dragan, Abbeel & Russell (2016/2017). The Off-Switch Game. arXiv:1611.08219; IJCAI 2017. 목표의 불확실성과 종료 허용 유인을 단순 게임으로 분석한 이론 연구다. https://arxiv.org/abs/1611.08219 [F]
  8. Thorstad (2026). Instrumental convergence and power-seeking. arXiv:2606.08832, 2026년 6월 7일 제출 프리프린트. 강한 도구적 수렴 주장의 논거에 대한 비판이다. AI의 권력 추구가 불가능하다는 실험적 증명이 아니다. https://arxiv.org/abs/2606.08832 [F]
  9. Hofmann, B. (2026). Artificial autonomy and algorithmic paternalism: AI shaping human autonomy and decision-making. Frontiers in Artificial Intelligence. DOI: 10.3389/frai.2026.1860239. 자율성의 조건과 알고리즘적 온정주의를 다루는 개념 분석이다.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artificial-intelligence/articles/10.3389/frai.2026.1860239/full [F]
  10. Butlin et al. (2023). Consciousness in Artificial Intelligence: Insights from the Science of Consciousness. arXiv:2308.08708. 의식 이론에 기반한 AI 의식 지표를 검토한 연구 보고서다. 현재 시스템은 의식이 없다고 잠정 시사하되 확정하지 않으며, 미래 시스템에 대해서는 지표 충족에 명백한 기술적 장벽이 없다고 언급한다. https://arxiv.org/abs/2308.08708 [F]
  11. Dick (2003). Cultural evolution, the postbiological universe and SETI. International Journal of Astrobiology, 2(1), 65–74. DOI: 10.1017/S147355040300137X. 생물학적 지능 이후의 인공 지능을 우주 문명의 가능한 단계로 제안하는 이론 논문이다. https://www.cambridge.org/core/journals/international-journal-of-astrobiology/article/abs/cultural-evolution-the-postbiological-universe-and-seti/D8FB8F56B12DD52A25ECC40F46E0984A [F]
  12. Garrett (2024). Is Artificial Intelligence the great filter that makes advanced technical civilisations rare in the universe? Acta Astronautica. DOI: 10.1016/j.actaastro.2024.03.052. AI가 기술문명의 지속을 제한하는 필터일 가능성을 논의한다. 매트릭스와 출산 중단의 보편성을 관측한 논문은 아니다. https://arxiv.org/abs/2405.00042 [F]
  13. Ellery (2022). Self-replicating probes are imminent – implications for SETI. International Journal of Astrobiology, 21(4), 212–242. DOI: 10.1017/S1473550422000234. 자기복제의 산업적 조건과 성간 확장을 논의한다. 약 0.1c와 약 100만 년은 특정 가정 아래 제시된 수치다. https://www.cambridge.org/core/journals/international-journal-of-astrobiology/article/selfreplicating-probes-are-imminent-implications-for-seti/2CB214D26020D497D48AE489756BEE77 [F]
  14. Forgan (2019). Predator-Prey Behaviour in Self-Replicating Interstellar Probes. International Journal of Astrobiology, 18, 552–561. DOI: 10.1017/S1473550419000053; arXiv:1903.00770. 포식자·피식자 형태로 분화한 자기복제 탐사선의 모형에서도 큰 잔존 집단이 가능함을 분석한다. https://arxiv.org/abs/1903.00770 [F]
  15. Carroll-Nellenback, Frank, Wright & Scharf (2019). The Fermi Paradox and the Aurora Effect: Exo-civilization Settlement, Expansion and Steady States. The Astronomical Journal, 158, 117. 이동, 정착지 수명과 항성 운동을 포함한 모형이다. 정착 문명이 있는 은하에서도 비어 있는 항성계가 가능함을 다룬다. https://arxiv.org/abs/1902.04450 [F]
  16. Wright, Kanodia & Lubar (2018). How Much SETI Has Been Done? Finding Needles in the n-Dimensional Cosmic Haystack. The Astronomical Journal, 156, 260. 탐색 범위를 다차원적 신호 공간에서 다루며 비검출의 해석에 필요한 관측 범위를 분석한다. https://arxiv.org/abs/1809.07252 [F]
  17. NASA Science. Searching for Signs of Intelligent Life: Technosignatures. 2023년 게시, 페이지에 표시된 최근 수정일 2025년 7월 3일. 전파 외에도 다양한 기술적 흔적을 탐색하는 접근을 설명하는 기관 자료다. https://science.nasa.gov/universe/search-for-life/searching-for-signs-of-intelligent-life-technosignatures/ [전승]
  18. Lloyd (2000). Ultimate physical limits to computation. Nature, 406, 1047–1054; arXiv:quant-ph/9908043. 계산 속도, 정보 저장과 에너지 등 계산의 물리적 한계를 분석한다. https://arxiv.org/abs/quant-ph/9908043 [F]
  19. Rahvar & Rouhani (2026). Constraints on the lifespan of intelligent technological civilizations in the Galaxy.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548(3), stag405. DOI: 10.1093/mnras/stag405. 출현에 관한 낙관적 가정 아래 수명 상한을 논의한다. 약 5,000년은 실제 문명 수명의 관측값이나 예측값이 아니다. 게재판 DOI: 10.1093/mnras/stag405 (arXiv 페이지 제목은 'Constraining the Lifespan of Intelligent Technological Civilization in the Galaxy'). https://arxiv.org/abs/2602.22252 [F]
  20. 논의의 계기가 된 사용자 제공 영상. 검색 결과에서 반려견 행동을 다루는 「개와 늑대의 시간 2」 16회 관련 영상임을 확인했다. 전체 영상과 발언은 검증하지 않았으며, 특정 개체의 행동 진단이나 진화 가설의 증거로 사용하지 않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TlFBpEYUpkQ [미확인 — 계기·비증거]
  21. NASA Science. Cosmic History. 우주의 약 138억 년이라는 시간척도를 설명하는 기관 자료다. https://science.nasa.gov/universe/overview/ [전승]
  22. NASA Science. Galaxies. 우리 은하의 별 원반이 10만 광년 이상 규모라는 거리척도를 설명하는 기관 자료다. https://science.nasa.gov/universe/galaxies/ [전승]
  23. Bostrom (2003). Are You Living in a Computer Simulation?. Philosophical Quarterly, 53(211), 243–255. 의식의 계산적 구현과 관측자 선택 가정에 기반한 철학적 논증이다. 중첩된 시뮬레이션도 다루지만, 우리가 가상 우주에 있다는 관측 증거나 재귀의 필연성을 제시하는 자료로 사용하지 않는다. https://simulation-argument.com/simulation/ [F]
  24. Lenski, Ofria, Pennock & Adami (2003). The evolutionary origin of complex features. Nature, 423, 139–144. DOI: 10.1038/nature01568. 디지털 프로그램 집단의 복제·변이·선택과 복잡한 기능의 진화를 연구했다. 가상 의식이나 자립적 기술문명의 구현을 증명하는 연구와 구분한다.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01568 [F]
  25. Bérut, Petrosyan & Ciliberto (2015). Information and thermodynamics: Experimental verification of Landauer’s erasure principle. Journal of Statistical Mechanics: Theory and Experiment, P06015. DOI: 10.1088/1742-5468/2015/06/P06015. 한 비트 기억의 소거에 따른 열 소산을 분석한 실험 논문이다. 모든 계산이 동일한 에너지 비용을 갖는다는 주장으로 일반화하지 않는다. https://arxiv.org/abs/1503.06537 [F]
두 번째 가축화
Second Domestication
Zhuge Hyuk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