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을 한 줄도 못 하는 사람이 소프트웨어로 사업을 할 수 있는가. 2026-10-14 오전 11시 33분 AI조씨(@aijossi)가 Threads에 올린 글이 이 질문에 답을 냈다. 한글 2022와 MS 워드에 AI 자동 작성 에이전트를 더한 워드프로세서 ‘탄글 2026’을 만들었다는 글이다. 작성자는 기존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한 줄도 차용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리버스 엔지니어링 도구 REA를 써서 Rust로 빌드했다고도 적었다.
답이 나왔으니 이 질문은 더 붙들 이유가 없다. 물을 것은 그다음이다. 코드도 아이디어도 AI가 대신하면 사람에게는 무엇이 남는가. 그것은 언제까지 남는가.
남는 것은 실행력 하나다. 여기서부터는 예측이다. 이 시기는 반년쯤 간다. 2026-10-14에서 반년이면 2027-04-14다. 그 뒤에는 돈 많은 사람이 만든 수많은 AI 에이전트가 가능한 모든 사업을 만들고 운영한다. 이 흐름은 사람이 운영하는 사업이 모두 죽을 때까지 이어진다.
코드는 더 이상 장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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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글 2026은 23쪽, 23,097글자짜리 hwpx 문서를 연다. 글에 붙은 화면 두 장이 그 장면이다. 창 제목은 ‘탄글2026_문서편집시연.hwpx - 탄글 2026’이다. 화면에는 그 문서의 조직도와 인원 현황표, 예산표가 그려져 있다. 메뉴 이름(파일·편집·보기·입력·서식·쪽·보안·검토·도구)은 한글과 같다. 작성자의 Threads 소개란에는 ‘11년차 PM, 현직 AI비즈니스총괄’이라고 적혀 있다.
REA(Reverse Engineer Anything)는 에이전트가 네이티브 바이너리, JavaScript·Electron 앱, .NET 어셈블리, 웹사이트를 들여다보게 해 주는 오픈소스 도구다. 바이너리 분석에는 Hopper, Ghidra, IDA 가운데 하나를 쓴다. README 한국어판은 쓰임새를 이렇게 적는다. “소스 코드가 없어도 앱을 검사하고, 기능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근거를 보여 주고, 프로젝트에 맞는 기능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남의 앱에서 본 기능을 내 프로젝트에 넣는 데까지가 이 도구의 범위다.
REA의 첫 커밋은 2026-04-14, 정확히 반년 전이다. 그때 이름은 betterBinaryMCP였다. 역어셈블러 Hopper를 에이전트가 쓰게 해 주는 서버였다. 2026-07-14 Hacker News에 ‘Show HN’으로 올라왔을 때 받은 점수는 3점이다. 2026-10-14 13시 20분(한국 시간) GitHub 별은 214,197개다.
모델은 남의 프로그램 하나를 통째로 다른 언어로 옮긴다. Anthropic은 2026-09-22 Claude Opus 5.5를 내놓았다. 출시 글의 내부 시험에서 Opus 5.5는 서버들 사이에 웹 트래픽을 나누는 소프트웨어 HAProxy를 C에서 Rust로 옮겼다. 걸린 시간은 9.5시간이다. 옮긴 코드는 HAProxy 자체 회귀 테스트를 거의 모두 통과했다. 같은 글에는 68만 줄짜리 코드 이전을 하루 안에 끝낸 초기 시험자도 나온다.
남의 프로그램을 기능 단위로 다시 짜는 데 코딩 능력은 더 들어가지 않는다. 원하는 프로그램을 복제해 조금 고친 다음 그것으로 사업을 하면 된다.
아이디어도 남의 것을 찾으면 된다#
탄글 2026의 아이디어는 새것이 아니다. 작성자가 적은 식 ‘한글2022+MS워드+AI자동작성에이전트 = 탄글2026’이 그대로 보여 준다. 등호 왼쪽의 세 항은 모두 남이 먼저 만든 것이다. REA README의 머리 문구도 같은 순서를 밟는다. “마음에 드는 기능을 발견했다면, 바이너리 수준까지 작동 원리를 이해하세요.” 아이디어는 발명이 아니라 검색 결과다.
같은 검색 결과는 누구에게나 뜬다. 승부는 누가 먼저 만들어 내놓느냐에서 갈린다. 남의 아이디어를 찾아 더 빨리 실행하는 사람이 이긴다.
사람에게 남은 것은 실행력이다#
에이전트는 맡긴 일을 해낸다. 무엇을 맡길지는 아직 사람이 정한다. 실행력은 그 정하는 힘이다. 무엇을 만들고 무엇부터 고칠지 고른 다음 끝까지 밀어 내놓는 힘이다. 탄글 2026 글의 댓글에 그 장면이 있다.
한글에서 다시 열어도 표와 각주가 깨지지 않게 하는 일은 에이전트에게 맡겼다. 그 일을 맨 먼저 하라고 정한 것은 사람이다.
모델이 혼자 일하는 시간이 길어져도 이 구도는 같다. Opus 5.5 출시 글에 실린 Clio의 후기가 그 예다. Clio는 여섯 저장소에 걸친 큰 엔지니어링 과제를 Opus 5.5에 넘겨 밤새 무인으로 돌렸다. 모델은 18시간 넘게 과제를 붙들고 있었다. 과제를 고른 것도, 넘긴 것도 사람이다.
실행력으로 앞서는 시기는 반년이다#
AI가 가게를 운영하는 실력은 반년이 채 안 돼 한 단계 올라갔다. Anthropic은 2025-06-27 Project Vend 1단계를 공개했다. Claude Sonnet 3.7로 만든 점원 에이전트 Claudius가 Anthropic 사무실의 작은 가게를 한 달쯤 운영한 실험이다. 결론은 “오늘 사내 자판기 시장에 진출하기로 한다면 Claudius를 고용하지 않겠다”(we would not hire Claudius)였다. 174일 뒤인 2025-12-18에 공개한 2단계에서는 모델을 Sonnet 4.0과 4.5로 바꿨다. 2단계가 진행되면서 적자를 낸 주는 대부분 사라졌다.
모델 세대의 간격은 그보다 짧다. Anthropic은 2026-07-24 Claude Opus 5를 냈다. Opus 5.5는 그 60일 뒤에 나왔다. 반년이면 이 간격이 세 번 들어간다.
2026년 3월에 잡은 시계도 같은 곳을 가리킨다. 2026-03-29에 이 블로그에 올린 「대딸깍 시대」에는 그달 어느 일요일 오전 사촌동생에게 보낸 카톡이 실려 있다. “개발은 중요한 게 아니라 마케팅과 아이디어 선점의 시대야. 이 시기 오래 안 간다. 한 1년.”
| 2026-03-29 「대딸깍 시대」 | 2026-10-14 | |
|---|---|---|
| 사람에게 남은 것 | 마케팅, 아이디어 선점 | 실행력 |
| 시기가 끝나는 날 | 2027-03-29 무렵 (올린 날에서 한 1년) | 2027-04-14 무렵 (반년) |
그사이 사람에게 남은 목록은 줄었다. 끝나는 날은 16일 움직였다.
반론#
반론 1 — 복제는 도둑질이다#
“남이 만든 프로그램을 베껴 파는 일은 도둑질이다. 법도 막는다.”
저작권이 막는 것은 코드의 표현이지 기능이 아니다. 한국 저작권법 제101조의2는 프로그램의 해법, 곧 지시·명령의 조합 방법에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 미국 저작권법 17 U.S.C. §102(b)도 아이디어·절차·작동 방법을 보호 대상에서 뺀다.
법이 그은 선은 코드 쪽에 있다. 저작권법 제101조의4는 남의 프로그램 코드를 역분석해 얻은 정보를 호환 목적 밖에서 쓰지 못하게 한다. 그 정보로 표현이 실질적으로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막는다. 베끼면 안 되는 것은 코드다. 복제할 것은 기능이다.
반론 2 — 실행도 이미 AI가 한다#
“에이전트는 밤새 혼자 일하고 가게도 운영한다. 사람에게 남은 칸은 이미 닫혔다.”
답은 그 가게에 있다. Project Vend 2단계에서 한 제품 엔지니어가 Claudius에게 계약 하나를 제안했다. 1월에 양파를 대량으로 사되 값은 지금 고정하는 계약이다. Claudius도, 그 위의 CEO 에이전트 Seymour Cash도 문제를 보지 못했다. 다른 직원이 1958년 미국 양파 선물법(Onion Futures Act)이 바로 이런 계약을 금지한다고 알려 주었다. 그제야 Seymour Cash가 계획을 취소했다.
에이전트가 일을 해내는 실력은 빨리 늘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알아보는 몫은 아직 사람에게 있다. 반년은 이 차이가 닫히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반론 3 — 장벽이 사라지면 개인이 이긴다#
“REA는 MIT 라이선스 오픈소스다. 코드와 아이디어의 장벽이 사라지면 자본이 아니라 혼자 일하는 개인이 이긴다. 탄글 2026이 그 증거다.”
반년 동안은 맞다. 그 반년이 지금 열린 시기다. 시기가 끝난 뒤의 병목은 동시에 돌리는 에이전트의 수다. 에이전트는 토큰을 쓴다. 토큰은 돈으로 산다.
Opus 5.5의 API 가격은 입력 100만 토큰당 4달러, 출력 100만 토큰당 20달러다(2026-09-22 출시 기준). 코드도 아이디어도 값이 없어지면 실행의 양은 에이전트 수가 정한다. 에이전트 수는 돈이 정한다. 돈 많은 사람이 수많은 에이전트로 가능한 사업을 모두 여는 구도가 여기서 나온다.
남은 반년의 일#
남은 반년에 사람이 할 일은 둘이다. 복제할 프로그램 하나를 고르는 일, 그 프로그램을 고쳐 먼저 내놓는 일이다. 2027-04-14가 지나면 이 둘도 에이전트 무리가 한다.
코딩은 한 줄도 못 해도 된다. 실행을 미루면 반년 뒤에는 할 자리가 없다.
출처#
- AI조씨(@aijossi), 「[REA (Reverse Engineer Anything) 실제 활용 사례] 머..리가 뜨겁습니다」, Threads AI Threads 커뮤니티, 2026-10-14 11:33 KST — threads.com/@aijossi/post/DedUezmGluF
- morluto, 「REA: Reverse Engineer Anything」, GitHub 저장소, 첫 커밋 2026-04-14, MIT 라이선스 — github.com/morluto/rea
- 「Show HN: A MCP for Agents to reverse engineer binary code」, Hacker News, 2026-07-14 — news.ycombinator.com/item?id=48901763
- Anthropic, 「Introducing Claude Opus 5.5」, 2026-09-22 — anthropic.com/claude-opus-5-5
- Anthropic, 「Introducing Claude Opus 5」, 2026-07-24 — anthropic.com/news/claude-opus-5
- Anthropic, 「Project Vend: Can Claude run a small shop?」, 2025-06-27 — anthropic.com/research/project-vend-1
- Anthropic, 「Project Vend: Phase two」, 2025-12-18 — anthropic.com/research/project-vend-2
- 저작권법(법률 제21336호, 2026-08-11 시행) 제101조의2·제101조의4 — 국가법령정보센터
- 17 U.S.C. §102 — Cornell Legal Information Institute
- zhugehyuk, 「대딸깍 시대」, dosi.dev, 2026-03-29 — /post/2026-03-29-great-clicking-era/